학술

"인간의 성은 리비도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아"

성인지 감수성을 창조신학적으로 연구한 논문 발표돼

adam
(Photo : ⓒ베리타스)
▲AI가 그림으로 구현한 21세기 현실에서의 에덴 동산의 모습.

성 인지 감수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되는 가운데 인간의 성이 보이지 않는 차원을 가진다며 성을 타인과 자신 간의 인격적인 관계의 문제로 보고 이를 논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홍순원 교수(협성대, 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5월호에 투고한 논문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창조신학적 연구'란 제목의 글에서 "인간의 성은 생식을 위한 독립적 기능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며 삶의 기능"이라며 "인간의 성을 말할 때는 반드시 나와 너의 사회적 관계 속에 있는 인간의 본질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양한 사회적 지위와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사회로부터 부여 받는데 이에 인간은 다양한 성역할을 수용하고 내면화함으로써 성의 사회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논문에서 홍 교수는 육체와 정신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듯이 성을 단순히 리비도(성충동)라는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간은 정신과 육체의 통일체"라며 "인간의 성은 단지 본능적 에로스의 기능만이 아니라 인격적 관계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인간은 나의 성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기 안에 목적을 지닌 존재다"라며 "인간은 본능과 함께 인격을 지닌 존재다. 누구나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추구한다. 리비도를 넘어 인격적인 관계가 전제될 때 성적인 관계는 정서적 만족을 동반하며 그 감정을 지속시킨다. 인간을 육체로만 규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성도 보이지 않는 차원을 가진다"고 홍 교수는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이어 "인간은 성적인 관계를 통해 타인을 인식하며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며 "타인은 나의 성을 위한 도구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고유한 가치를 지닌 존재다. 성과 관련된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은 단지 도덕적 문제이기 이전에 인격적 문제다"라고 전했다.

특히 타락한 현실을 반영하는 인간의 성은 에로스로만 쏠려 성을 도구화하는 것임을 지적한 그는 "에로스는 사랑의 가치를 찾는 조건적 사랑"이라면 "아가페는 사랑의 가치를 창조하는 무조건적 사랑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홍 교수는 "남녀관계의 불평등은 에로스가 지배하는 타락한 현실을 반영한다"며 "성서가 지향하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아가페를 통하여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라며 연구 목적을 분명히 했다.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창조신학적 연구를 전개하기에 앞서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과 성인지의 인격적 기초 등을 먼저 살펴본 홍 교수는 "인간의 성은 리비도보다는 인격과 사회적 환경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리비도는 순간적인 결합을 목표로 하지만 인격적 관계는 유대감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인간의 성은 전인적 차원을 형성하며 성을 육체적 기능으로 보는 것은 전인성을 배제하는 것이며 인간의 성을 리비도의 결핍이나 억압을 해소하는 에로스의 영역으로 제한하는 것이다"라며 "우리가 일부일처제를 선호하고 자신의 배우자뿐 아니라 타인의 배우자도 유일하다는 사실을 존중하는 이유는 인간의 성이 단지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차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인지가 부족해지고 성생활이 문란해지면 우리는 인격성의 위기, 곧 인격 존재의 붕괴에 직면한다"며 "그러므로 성과 관련된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은 단지 도덕적 문제이기 이전에 인격적 문제다. 성인지의 부족은 인격적 삶을 육체적 삶과 분리한다"고 덧붙였다.

성인지의 사회적 기초와 문화적 기초 등을 이어서 검토한 홍 교수는 이내 성인지 감수성의 창조신학적 이해를 시도했다. 그는 "성서는 인간에 대해 말할 때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지 않는 것처럼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지 않는다"라며 "서로 돕는 베필이라는 표현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향하여 존재한다는 의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홀로 있는 아담은 하나나님의 형상으로서 아직 불완전한 인간이며 돕는 자를 통해 한 인간으로 완성된다"며 "남자와 여자의 성별은 둘이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남자와 여자는 차별 없이 하나님의 창조행위와 연결되며 함께 축복과 소명을 부여받는다"고 전했다.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이 상대방을 통해서만 실존적으로 규정된다고도 했다. 홍 교수는 "인간의 성은 실존의 기본적인 여건이며 세상 안에서의 존재 방식이다"라며 "성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불완정성을 드러내며 성적 욕구는 성행위에 제한될 수 없는, 이성과의 관계를 통하여 전체성을 추구하는 지향성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바울 창조신학의 성 이해를 기독론적으로 해석한 홍 교수는 에베소서 5장 22절 말씀을 인용하며 "이것은 남녀의 지배관계를 의미하기보다는 교회의 머리인 그리스도가 교회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것처럼 남편도 아내를 위해 자신을 내주어야 한다는 선제적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 것이다"라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하나님의 아가페를 실천하는 존재"라고 전했다.

아울러 "에로스의 영역에서는 타인이 나를 위해 존재하지만, 아가페의 영역에서는 내가 타인을 위해 존재한다"며 "아가페는 타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치 있게 여기지만 에로스는 가치를 발견하기 때문에 사랑한다. 에로스는 사랑의 가치를 찾는 조건적 사랑이며 아가페는 사랑의 가치를 창조하는 무조건적 사랑이다"라고 홍 교수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서가 지향하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아가페를 통하여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창조신학은 인간의 성을 대립과 차별이 아닌 관용과 배려의 관계로 규정한다. 아담과 하와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적인 구별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규정됨을 설명하는 것이다"라며 "성 인지 감수성이 양성평등의 틀을 넘어 사회적 개념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이성애를 에로스에서 아가페로 지향하는 성 이해의 성서적 모델이 중요한 방향 제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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