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사건과 신학' 최근호에서 기후위기 문제가 다뤄진 가운데 허석현 박사(한신대)가 '기후위기와 창조론'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그는 기후위기 시대 '무로부터의 창조' 신앙이 갖는 의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허 박사는 먼저 "신학은 세계 안에서 타 존재와 관계하고 있는 인간 존재 물음이며, 또한 인간에 대한 물음은 곧 신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이다"라며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 신학에서 창조론은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인간 중심주의를 탈피하여 모든 생명과 관계하고 공생하는 생태적 전환을 위한 기독교 신학의 근거를 창조론의 핵심인 '무로부터의 창조' 신앙으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플라톤의 형이상학적 이원론 사상에 근거한 영지주의적인 기독교 창조론이 지배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독립적인 입장을 처음 낸 신학자는 리옹의 이레니우스였다.
허 박사는 "그의 창조론은 삼위일체론적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두 "손", 즉 아들과 성령으로 창조하시고 다스리신다. 이레니우스는 저스틴처럼 아들을 세상과 하나님 사이의 중간자처럼 설명하지 않으며 하나님과 말씀 사이의 통일성을 강조한다"며 "같은 의미로서 하나님의 손들, 즉 아들과 성령도 하나님과 이 세상의 중간자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 이 세상과 관계가 있을 때 나타내는 양식이라고 보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로부터의 창조는 인간중심의 문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제공해 줄 중요한 신앙 고백 전통으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생태계를 탐욕적으로 남용하는 데에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 우월성을 지닌 존재라는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신이 맺는 자연과의 관계방식이 인간의 행동 양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자연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지는 생태 위기의 문제 해결에 매우 근본적인 요인이다"라고 허 박사는 덧붙였다.
허 박사는 이어 "무로부터의 창조 신앙은 이원론적인 초월적 신관에 대응하기 위한 교부들의 신앙고백이었다"며 "이것은 세상의 악과 하나님의 완전함의 신정론적 모순을 세상과 하나님의 완전한 분리로 해결하고자 했던 영지주의 신학을 거부하고, 무로부터 창조를 통해 하나님의 초월성은 세상으로부터의 분리가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로 들어가 관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임을 주장한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무로부터 창조는 피조 세계와 무관한 하나님의 초자연적이고 전능한 속성을 입증해 주는 교의가 아니라, 오히려 세계 안에 직접 개입하시는 하나님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며 "무로부터 창조는 세상을 악한 것으로 치부하고 인간의 책임과 돌봄의 영역에서 배제시키거나 함부로 통치하는 대상으로 전락시켜 온 이원론적 세계관을 비판하고 피조 세계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섭리의 영역으로 삼는 신학적 토대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