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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묵상(1): 무분별한 메신저 공격과 맹목적인 메신저 우상화

글 · 파울로/ 연세대학교 신학박사(Ph. D.)

마가복음 기록 당대의 현실에서 광야라는 장소는 로마 제국의 핍박과 압제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유대인들이 크고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 메시야를 대망하며 자신을 절제하며 살았던 곳이었습니다. 마가복음 1장 3절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을 선포한 마가가 첫장 시작에서 주의 길을 예비하는 이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마가가 '광야에 외치는 자'가 아닌 그 소리에 왜 방점을 찍고 있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메신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전한 메시지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메시지의 올바름과는 무관하게 메신저가 누구인지에만 관심을 쏟거나 메신저를 공격해 무력화시킴으로써 메시지의 정당성마저 부인하려는 죄성을 드러낼 때가 있습니다. 정당하고 올바른 메시지가 나왔어도 자신의 이익과 상충될 때 메신저의 학력이나 직함 또는 이념적 성향, 출신 등 부차적인 것으로 관심을 돌려 메시지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메신저를 공격함으로써 메시지를 무력화시키려 합니다. 메신저를 꼴통보수 또는 종북좌파, 사이버 렉카로 올아붙이는 식입니다. 마가는 광야에서 외치는 자가 아닌 그 소리에 주목하라며 메신저에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이는 광야에서 회개를 촉구하는 소리를 내는 메신저를 우상화시키지 말 것도 동시에 알려주고 있습니다. 종종 우리는 메시지의 정당성과 올바름에 취해 메신저를 종교적으로 숭배하는 경향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순간적인 소리는 지나가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빨리 자니가지 않고 머무르게 되면 에코 현상이 니타나서 메시지 자체가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은퇴했지만 원로목사라는 타이틀로 교회를 떠나지 않고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교회 내 존재감을 뿜어내는 목회자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순간적인 소리가 되어야 하는데 에코가 되는 경우입니다. 대개 대형교회 원로목사의 경우 담임목사 사례비의 100%를 지급 받고 사택 및 유지비용, 사무실 제공, 본인 및 가족의 가료, 차량 및 기사 제공 등과 교회의 필요에 따른 사역 지원 및 이에 따른 사역 지원비가 제공됩니다. 담임목사 시절 '자기 것을 버리고 포기하라'고 선포했던 강단의 메시지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메신저를 우상화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붙들어야 하는 것은 메신저의 순간적인 소리일 뿐 메신저가 아닙니다. 메시지만 붙들 때 메신저도 건강해 질 수 있습니다. 메신저를 우상화하는 것은 메신저도 변질시키고 메시지의 본질도 흐리는 질못된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그 병폐와 해악은 너무나도 크고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합니다.

메신저의 추종자들 덕분에 메뚜기와 석청을 주식으로 삼아야 할 광야의 메신저가 추종자들의 후원과 헌금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불륜녀와 함께 고급 외제차를 타고 호화주택에 사는 사치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메신저 뿐 아니라 메시지도 무력화 시키는 행위입니다. 마가는 하나님의 말씀을 욕되게 하는 메신저 우상화의 근절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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