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부자』를 펴내 한국교회 최초로 청부론을 주장함으로써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바 있던 김동호 목사가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과거를 회고하며 자신의 청부론을 유독 심하게 비판했던 A 교수에 대해 "영지주의적 이단 사상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당시 한 기독교 방송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었던 김 목사는 A 교수가 자신의 청부론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물질 자체를 죄악시하는 영지주의적인 이단 사상을 보였다면서 재물이나 돈 등 물질 자체에 대해 선악 판단을 하려는 시도에 물음표를 달았다. 돈은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이다.
청부론의 입장에서 다른 주장을 이단시하는 김 목사의 발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다시금 청부론 논쟁이 일고 있는 양상이다. 20여년 전 김 목사가 설파한 청부론, 고지론 등이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과 나아가 김 목사가 기존의 주장들을 조금씩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까지도 나왔다.
아울러 사회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해 땀 흘려 성실히 일한 노동의 대가로 부를 축적해서 부자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에 정말로 깨끗한 부자가 될 수 있느냐며 회의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입장도 있었고 유토피아니즘을 만들어 내어 공수표를 남발해 크리스천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청부론이 케케묵은 논쟁이 되어 소모적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적어도 물질 자체에 대한 공통의 이해에 기초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칼뱅은 재화를 하나님이 주시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재화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인간이 하나님과 올바른 수직적 관계를 맺고 살 때 재화는 부족함 없이 자연스럽게 주어진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화의 문제는 관계의 문제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부론에서 김동호 목사가 주장하는 재화에 대한 가치중립적 입장은 물질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 태도에 주목하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화를 관계의 문제로 본다면 자연히 재화에 대한 인간의 자기 이해, 자화상이 그려져야 한다.
앞으로의 청부론 논쟁에서는 인간이 재화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한 능동적인 주체인지 아니면 재화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자기 상실을 피할 수 없는 수동적인 주체에 지나지 않는지에 대한 생산적이고 건전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케케묵은 청부론 논쟁을 피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