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깨끗한 부자, 개정판을 보았습니다"

다시 소환된 김동호 목사 청부론 논쟁

kimdongho
(Photo :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20년 전 한국교회 최초로 청부론을 주장했던 김동호 목사

청부론 논쟁이 뜨겁다. 얼마 전 김동호 목사가 과거를 회고하며 청부론 논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공개토론회의 파트너로서 자신과 각을 세운 A 교수에 대해 "영지주의적인 이단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청부론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며 대척점에 서서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IVP)라는 책을 통해 청빈론을 주장한 바 있었던 김영봉 목사는 22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이 책으로 인해 김동호 목사와 악연을 맺었다"며 "이 책이 발간 될 즈음 동안교회에서 억대 연봉 논쟁이 터졌고, 그로 인해 2004년 한해 동안 청부론 논쟁이 지속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 방문시 『깨끗한 부자』 개정판이 나와서 들추어 보았다던 김 목사는 그러나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십 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해 몇 권의 책이 더 나왔으니, 개정증보판이기를 기대했다"며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나온 책들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그냥 '구간반복'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많은 논의에 귀를 닫고 계셨던 셈이다. 많이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최근에 당신의 유투브 영상에서 과거의 청부론 논쟁을 거론하시면서 논쟁 상대자를 '영지주의자'와 같다고 하셨단다"며 "나 대신 논쟁에 참여했던 고세훈 교수와 허종 목사를 두고 하신 말인 듯하다. 생각해 보니 과거의 논쟁 중에도 그런 비판을 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목사는 "또 실망이다. 자신과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사람에게 어떤 레이블을 달고 그 레이블로 매도하는 것은 그분 정도의 수준에서 기대할 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눈 질끈 감고 좌파니, 빨갱이니 매도하는 우리 시대에 지도자라면 그런 언사는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같은 날 박영돈 목사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청부론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김동호 목사의)깨끗한 부자를 부정하는 게 물질을 악 하게 보는 영지주의 이단 사상이라고 보는 사고의 수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그 교수는 구조적인 부조리와 불의가 만연한 자본주의 경제 체제 속에서 연대적인 죄에 전혀 연루되거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부의 축적은 어렵다는 취지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과거 욥이 살던 고대 사회와는 달리 오늘날 현대 사회는 구조적 악과 불평등으로 인해 사실상 '깨끗한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개인이 아무리 경건하고 깨끗해도 자신이 원치 않게 탐욕이 응축된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더럽혀지는 걸 피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 청부론에 대해 "거짓된 자기 의가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은밀한 정경유착으로 대기업과 갑부들이 부를 독점하기에 유리한 구조가 합법화되며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어떤 이들은 불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여 이 사회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점점 극대화되고 있다"며 "그런 복합적인 사회적인 문제를 백안시한 채 개인주의 영성의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없다. 불의한 세상에서 어느 정도 양심적인 부자가 될 수는 있으나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부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깨끗한 부자라는 생각 자체도 거짓된 자기 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양심적인 부자일수록 더 겸손히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더 부채의식과 연대의식을 가지고 부를 나누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라며 "그것이 돈이라는 우상숭배적인 가치가 지배하는 이 사회에 넘쳐흐르는 탐욕의 더러움을 조금이라고 정화하는 일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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