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발행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사건과 신학」에서는 NCCK 100주년을 기념하는 글이 수록됐다. 이번 「사건과 신학」에는 이인배 연구원(NCCK 100주년 위원회)과 최규희 목사(NCCK 간사)가 각각 △백주년을 맞이하여 한 번쯤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것들 △100인 합창단 프로젝트-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주제로 글을 발표했다.
이인배 연구원은 특히 NCCK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과거를 통해 반성할 점을 분명히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먼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우리 민족으로서는 생각하기도 끔찍했던 어둠의 시대인 1924년에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출발했다"며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피부로 와닿을 수 없는 좌절과 절망의 시대였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시대에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연합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의지하고 서로 위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어려운 암흑의 시대를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연대감을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식민지 억압 기간이 길어질수록 변절하고 좌절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1930년대에 연합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일제에 의해 해산되기 직전, 이미 장로교가 빠진 상황이었다는 것은 분명 지적받아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지 외부의 압박보다 내부적인 분열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는 별로 한 것이 없었으며, 오히려 정치권과 결탁하여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며 "이것은 전쟁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유달리 기독교에만 있었던 모습이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개신교 내부에서는 지속적인 갈등과 분열로 인해서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또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종교는 강력한 권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저항보다는 순응과 타협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 같다"며 "적당한 타협으로 권력에 순응했을 때 적절한 보상이 뒤따른다는 사실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되었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나가려면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 시기 전성기를 맞았던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는 "그것(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이 NCCK의 자랑스러운 과거였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오늘날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이 되었고,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전문화된 시점에서는 과거 NCCK가 했던 활동들의 대부분 시민단체나 전문가그룹이 담당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과거의 향수가 오히려 오늘의 NCCK의 변화를 가로막고 발목을 잡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인배 연구원은 "변화된 시대에 변화된 모습을 찾아야 하는 NCCK가 여전히 과거의 활동에만 미련을 두고 있다면, NCCK에게 미래는 있을까? 오늘의 시대는 예전같지 않다"며 "로잔대회가 몇천 명을 동원했다고 우리도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야 할까? 적은 수라도 올바른 마음과 올바른 신앙을 지키려는 몸부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전했다.
이 시대 NCCK가 있어야 할 자리와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인공인 누구인지도 물었다. 그는 "NCCK가 있어야 하는 자리는 바로 세월호 유가족,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있는 그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했으며 "오늘날 에큐메니칼 운동이 상당히 위축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꼭 드러나야만, 내가 순서에 있어야만 참여하는 것이 에큐메니칼은 아니다. 묵묵히 참여하는 (평범한)노 목사님의 모습을 통해서 그러한 분들이 진정한 에큐메니칼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고 전하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