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쿠팡 배송노동자 고 정슬기 형제 추모 기도회에 다녀왔다고 15일 밝혔다. 기도회는 전날 저녁 7시 잠실 소재 쿠방 본사 앞에서 열렸으며 기도회 현장에는 100명이 넘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였다.
고 정슬기 형제는 쿠팡의 배송노동자로 12주 평균 주당 73시간의 고강도 노동을 버텨내던 중, 귀가 후 갑작스럽게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 쿠팡 측은 지난 2020년 이후 과로사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가 26명이 넘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거나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에 이날 기도회 현장에 모인 그리스도인들은 쿠팡이 과로사 산재사망 유족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을 세우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도회에서는 고 정슬기 형제와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공명교회 황인성 목사가 열왕기하 4장을 본문으로 해서 말씀을 나눴다. 황 목사는 설교에서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는 남편을 잃은 한 아내가 등장합니다. 남편의 죽음도 받아들일 겨를 없이 빚 준 사람들이 찾아와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데려가 노예로 삼으려고까지 한다"며 "경제적 능력이 사라진 아내와 아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는 커녕 오히려 이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용하는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고 운을 뗐다.
황 목사는 이어 "엘리사 앞에서 남편의 죽음과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나누고 외치던 그 가족에게, 하나님은 엘리사를 통해 기적을 베푸신다"며 "하나님은 그 가족에게 밖에 나가서 이웃들에게 가능한 많은 빈 그릇을 빌려오라고 명령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밖에 나가서 이웃에게 그릇을 빌려오는 것은 빌려주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큰 어 려운 일은 아니다"라며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빌려온 빈 그릇만큼 기름이 채워지고 그 기름을 팔아서 빚을 갚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기적을 보여주신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 목사는 "하나님은 하나님 혼자서 얼마든지 더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간의 욕심과 탐욕 그리고 물질의 효율성에 저항하며 가능한 많은 이들이 함께 이 가족에게 빈 그릇을 빌려주고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가기를 원하신 것이다"라고 전했다.
황 목사는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하고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은 사람들을 도구화 하고 비인간화 하는 악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취득하려는 죄에 맞선 하나님의 기적은, 바로 주위의 사람들이 함께 일어서서 우리의 빈그릇을 빌려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라며 "빈그릇을 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함께 연대할 때 비로소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사랑의 기적은 시작되는 것이다"라며 설교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