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미션스쿨 신사참배 강요에 폐교 선언한 미국 장로교들

타마자 선교사, 회유와 협박 그리고 투옥에도 학교 재산 넘기지 않아

yk
(Photo :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장신대 최영근 교수(역사신학)

'에큐메니칼 선교 연구회'가 21일 서울 종로구 소재 연동교회(담임 김주용 목사)에서 '성공이 아닌 섬김'이라는 주제로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예배 및 에큐메니칼 선교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영근 장신대 교수(역사신학)가 '미국장로교 한국선교회의 교육 선교'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최 교수는 미국 북·남 장로교의 교육 선교 전략을 짚었다. 그는 북·남 장로교가 "'불신자에겐 전도하고 신자에겐 교육하자'를 기치로 내세우며,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지도자 양성에 힘썼다"고 했다.

미국 선교부는 1910년 이전까지 미션스쿨의 교육과정을 주도했지만 을사조약이 체결된 1910년 이후 일본이 사립학교 개정안(1915년) 등 조선교육령 개정을 통해 미션스쿨 내 성경교육과 예배를 금지하려 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일제의 식민화 도구 중 하나는 교육이었다. 그러나 선교사들의 교육 목적은 복음화였다. 교육의 목적을 근대화로 여겼던 한국민들의 염원을 반영한 당대 미션스쿨은 복음화 및 시민의식·자유민주주의 함양 등 한국 사회의 근대화에 일조할 지도자 양성이라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 남장로교회는 '한국 사회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봉사는 교육'이라며 소속 미션스쿨 10곳 중 2곳을 '지정학교'로 지정해, 인력·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등 전문화를 꾀했다"며 "이는 세속주의자와 일제 천황 숭배자를 양성하는 데 국한됐던 일제 공립학교와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미션스쿨에 신사참배 강요의 물결이 닥쳤을 때 북·남 장로교의 선교적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미국 북장로회 내부에선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폐교하자는 주류(사뮤엘 마펫·윌리엄 마튼 베어드 선교사)와 하나의 종교 형식으로 신사참배를 하면서 미션스쿨을 운영하자는 비주류(호러스 호턴 언더우드 선교사) 입장이 충돌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결국 미국 북장로교는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기독교의 원칙을 고수한 교육선교를 지향해야 한다며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 폐교를 선언했다"며 "미국 남장로회는 이견 없이 신사참배를 우상숭배로 규정하고, 기독교의 원칙을 지키는 한에서 교육 선교를 해야 한다며 폐교를 선언했다"고 했다.

한편 최 교수는 "미국 남장로회는 일제로부터의 강탈을 예방하고자 1924년 학교 재산을 남장로회 이름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남장로회의 재단법인 대표는 타마자(John Van Neste Talmage) 선교사로 전시 체제에 돌입한 일제로부터 학교 재산을 양도할 것을 회유받았다"며 "하지만 이를 끝까지 거부한 타마자 선교사는 결국 투옥됐다. 1937년 남장로회 소속 미션스쿨들은 모두 폐교가 결정됐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미국 남장로회가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방 이후인 1946년 미국 남장로회는 대한민국에 복귀하면서 당시 시가로 100만 불에 육박했던 학교 재산을 기초로 현재의 한남대학교를 세웠다"며 "현재의 한국의 기독교 학교들도 굳건히 기독교적 원칙을 고수하면서 지도자 양성에 힘쓴 선대 선교사들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남대 등 기독교 대학에 대한 한국교회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