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K-신학, 이제 내용보다 방법에 주목해야"

이찬석 협성대 교수, 한국기독교신학논총 제134집에서 '구성모델' 제시

한국 신학의 유형화에 관한 고찰을 진행한 논문이 발표됐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여로 K-문학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학계 안에서는 K-신학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 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찬석 교수(협성대, 조직신학)가 발표한 해당 논문은 한국기독교신학논총 제134집(10월호)에 실렸다. 이 교수는 이 논문에서 K-신학의 내용 보다는 방법론 연구에 집중했다.

한국 신학의 유형화를 처음 시도한 인물로 소금(素琴) 유동식을 꼽은 이 교수는 그의 작품 『한국 신학의 광맥』을 중심으로 한국 신학의 유형화를 세밀하게 고찰한 뒤 그 이후에 이루어진 한국 신학의 유형화를 살펴봤다.

이 교수는 "이 고찰을 통해 한국 신학의 유형화는 신학의 '내용' 또는 '사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이 명료해진다"며 "결론으로서 본 논문은 창조적인 한국 신학의 창출을 위하여 한국 신학의 유형화가 '신학의 내용'만이 아니라 '신학의 방법론'에 근거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 실례로서 '비교모델', '해석모델', '구성모델'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 신학의 광맥』의 기본적인 구조는 보수주의, 진보주의, 자유주의로 형성되어 있다. 시대적으로는 크게 1900년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신학의 태동 시대, 1930년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신학의 정초 시대, 1960-70년대는 한국 신학의 전개 시대로 분류되는데 각 시대별로 대표되는 인물로 유동식은 보수적 근본주의자 길선주, 사회 참여적 진보주의자 윤치호, 종교적 자유주의자 최병헌을 각각 꼽는다.

유동식은 또 한국 신학의 '정초기'를 "'근본주의적 교리적 이해', '진보주의적 역사 이해', '자유주의적 실존적 이해'로 유형화하면서 상징적 인물로 박형룡, 김재준, 정경옥을 제시한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실제로 박형룡을 "한국 보수주의 신학의 초석"으로 김재준을 "한국교회의 자주적인 방향을 처음으로 제시한 학자"로 정경옥을 "자유주의적 실존적 이해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유동식에 따르면 '한국 신학의 전개 시대'는 1960년대의 개화기와 1970년대의 발전기로 나누어지는데 개회기의 한국 신학도 보수주의 신학 사상, 진보주의 신학 사상, 자유주의 신학 사상 유형으로 분류되어 전개되어 갔다. 한국 신학의 '발전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에는 한국의 교회와 신학이 나아갈 수 있는 세 가지 길이 제시됐다.

이 교수는 "첫 번째는 교회 내에서의 구령 부흥 운동으로 개인의 영적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 보수주의 신학의 길이고 두 번째는 혁명적 급진신학인 민중신학 운동으로 사회·역사적 구원을 목적한 진보주의적 신학의 길이고 세 번째는 전통적 종교문화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시적인 종교 신학운동으로서 자유주의적 신학의 길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유동식은 개화기의 세속화론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주의 신학은 발전기에 민중신학으로, 개화기의 토착화론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신학은 종교 신학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하고 1970년대 진보주의 신학인 민중신학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서남동과 안병무를, 종교 신학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윤성범, 유동식, 변선환, 김경재를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유동식이 제창한 '풍류 신학'에 대한 부연 설명도 있었다. 이 교수는 "(유동식은)풍류도에 대한 현대적 이해로 '한', '멋', '삶'으로 설명하면서 '한 멋진 삶'으로 풀이했다"며 풍류도를 매개로 전개되고 있는 한국 신학의 역동적 얽힘에 대한 유동식의 다음과 같은 묘사를 인용했다.

"한국 그리스도교의 사상은 이미 풍류 신학적 전개를 해 오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과 성부와 보수주의 사상, "삶"과 성자와 진보주의 사상, "멋"과 성령과 자유주의 사상 등의 전개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한국 신학은 이미 풍류 신학을 펼쳐왔다는 것이고 풍류도의 "한"의 차원은 보수주의가, "삶"의 차원은 진보주의가, "멋"의 차원은 자유주의가 전개했다는 것이다"라며 "유동식은 풍류 신학에서 "한"을 보수즈의 신학에, "삶"을 진보주의 신학(민중신학)에, "멋"을 자유주의 신학과(토착화 신학, 종교 신학)에 상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그러나 2000년대에 이르러서 (유동식이)"예술신학"을 주창하면서 '한'의 차원을 보수신학이 아니라 '종교 신학'으로, '멋'의 차원을 '예술 신학'으로 분류한다며 다음과 같은 대목을 인용했다.

"역사적으로 삶의 신학으로서의 민중신학이 전개되어 왔고 또한 한의 신학으로서의 종교 신학이 시도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풍류 신학이 지닌 앞으로의 과제는 민중신학과 종교 신학을 수렴한 예술 신학의 형성에 있을 것이다."

이 밖에 토착교회 사관 관점과 종교·문화 신학적 관점에서 유형화도 검토했다. 먼저 이덕주에 따르면 개종 1세대의 토착 신학운동은 길선주의 계몽주의 내세 신학, 최병헌의 종교 신학, 진덕기의 정치신학으로 분류된다.

반면 김경재는 『해석학과 신학』에서 한국의 문화 신학에 중심을 두고 종교 신학적 관점에서 네 가지 모델로 유형화를 꾀하는데 박형룡의 신학을 파종 모델로, 김재준의 신학을 발효 모델로, 유동식의 신학을 접목 모델로, 서남동의 신학을 합류 모델로 제시한다.

이 교수는 "김경재의 눈에 박형룡의 파종모델에서 신학적 인식론은 인간이 진리를 이해하고 진리에 참여하는 일정한 자리와 기능을 부정하는 '초자연주의적 계시 실증주의 신학' 입장이다"라며 "성서의 구원 메시지는 하늘의 계시에 입각한 진리의 말씀이지만 한국의 전통 종교는 땅 위에서 인간이 찾아 구성한 도덕 체계이거나 아니면 우상숭배이거나 비진리를 가르치는 이교 사상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의 구원 패러다임만이 진정한 구원의 길이고 다른 종교의 구원 패러다임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거짓의 길, 사악한 길이라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재준의 팔효 모델의 경우 "포용적 성취설"로 보면서도 그 문제점으로 "전통문화 유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닐지라도 오로지 변혁의 대상이며 불완전한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완성되고 성취되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들었다.

또 유동식의 접목 모델에 대해서는 "'그리스도 중심적인 보편주의'로 복음과 한국 전통문화의 동시적 주체성과 상호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선교 신학의 모델로서 뛰어난 장점이 있으나 접목 모델이 지니는 심각한 과제는 종교혼합주의 또는 복음의 상대화 위험에 있지 이나하고 종교체험의 유형이 다른 종교 간의 '지평 융함' 또는 '접목'이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경재가 보기에 서남동의 합류 모델에서 물려 받은 전통은 "해석의 '전거'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김경재는 "출애굽 사건이나 십자가 사건이 단순한 전거일 수만은 없다. 특히 복음의 원초적 증언을 담고 있는 예수의 이야기는 다른 많은 민중의 이야기의 특출한 범례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구원하는 힘을 담지한 이야기 사건이어야 한다. 합류 모델은 예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이 지니는 '궁극성'과 옛것을 새롭게 변혁하는 힘을 지닌 유니크니스를 충분히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현재까지의 한국 신학의 유형화는 주로 신학의 내용, 입장, 주제에 따른 분류였다고 설명한 이 교수는 '신학의 내용'에서 '신학의 방법론'으로 한국 신학의 새로운 유형화를 모색했다. 그는 신학의 유형화가 신학의 내용에 근거하면 "신학적 사조에 근거하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서구신학과 유사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유동식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된 보수주의, 급진주의, 자유주의라는 구조는 이덕주가 지적하듯이 서구신학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며 "이제 새로운 한국 신학을 위하여 '신학의 방법론'을 중심으로 한국 신학을 분석하고 유형화하는 시도가 발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신학의 방법론으로 '비교모델' '해석모델' '구성모델'을 제시했다. 먼저 '비교모델'에 대해 그는 "김광식의 '언행일치' 신학은 비교모델을 잘 보여준다"며 "김광식은 서양적 사고유형을 '분석 종합적 사고'로 동양적 사고유형은 '조화 전개적 사고'로 대조하고 서구의 종교와 신학을 서양의 아프리오리(a priori)로 복음을 해석한 것으로 정의한다"고 밝혔다.

김광식에 따르면 서양문화의 아프리오리는 첫 번째로 모순 대립하는 두 요소가 주어지고 두 번째로 두 요소의 극복을 위한 변증법적인 운동이 뒤따르고 세 번째로 포괄적인 전체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소외동기가 서양 문화 아프리오리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양의 종교성은 소외동기를 본질로 삼기 때문에 서양 종교에서 공통된 점은 모순 대립하는 두 요소로 신고 인간 사이의 관계이고 인간은 신 앞에서 구원받아야 할 존재이고 신은 은혜로서 인간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며 "이 구조로 인해 서구신학은 죄/구원론적으로 전개되었다고 김광식은 분석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서양과 반대로 동양의 문화적 아프리오리는 모순 대립이 아니라 '조화 전개의 논리적 통일'로서 소외동기가 없고 조화로운 통일이기 때문에 동양의 종교에서 구원은 자기 전개의 형태로 재연 함이 아니라 불완전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펼쳐진다"며 "김광식에 따르면 동양적 종교성에 기초한 복음의 이해는 죄/구원론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언행일치의 인격적 완전성과 불완정성이라는 범주로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성범의 효의 신학도 비교모델의 일종이라고 본 이 교수는 "김광식의 언행일치의 신학과 윤성범의 효의 신학은 동서양의 아프리오리와 윤리를 각각 비교하면서 전개된다"며 "이 두 신학은 '비교'가 방법론이므로 '비교모델'이라 할 수 있다. 비교모델은 한국(동양)을 서양과 비교해 차이를 명료하게 드러내지만 동/서양의 공통 분모를 찾기가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해석모델로는 유동식의 풍류신학과 서남동의 민중신학을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유동식은 '풍류도'를 한국적 에토스로 규정하고 풍류도를 중심으로 복음과 종교와 문화를 해석했다면 서남동은 '민중'을 중심으로 성서와 한국의 역사를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구성모델을 제시한 이 교수는 "이제 한국 신학은 성서의 전체적인 내용과 그리스도교 2천 년 전의 전통을 아우르고 구원론만이 아니라 창조론에서 종말론에 이르는 거시적 구조의 구성을 신학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신학은 비교모델과 해석모델을 넘어서 구성모델을 전개해 'K-신학'으로 새롭게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 신학은 이제 '창조-타락-구원'과 같이 그리스도교의 핵심을 포괄하는 공식을 한국적으로 구성해 세계 신학의 장에 던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정의-평화-생명' 또는 '태초의 창조-계속적 창조-새로운 창조'도 새로운 공식이 될 수 있다. 마치 한국 문화가 접두어 'K'로 세계로 지평을 확장하듯이 한국 신학도 한국적 공식의 구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신학이 구성 모델에 근거해 'K-신학'을 구성할 때 글로벌과 로컬을 아우르는 글로컬(glocal) 관점과 혼종적(hybrid) 개념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 K-신학은 복음의 보편성과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글로컬 신학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신학이 'K-pop'의 특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K-pop'의 독특성에서 중요한 차원은 '글로컬'과 '혼종성'이다"라며 "K-pop'이 팝의 보편적 측면과 지역적 측면을 혼종적으로 구성하는 글로컬 차원이듯이, 한국 신학도 'K-신학'으로 부활하기 위해 복음과 서구신학의 보편적 차원과 한국 전통과 문화의 지역적 차원을 혼종적으로 구성하는 '글로컬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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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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