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령 선포에 "내란 행위" 비판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4일 입장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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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MBC 방송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에서 비상계엄령 해제를 선포하는 모습.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이 4일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무모하게 시도한 내란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를 규탄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어이 없는 방식으로 내란 행위를 실행한 윤석열과 그 정부, 적극 가담한 군경의 책임자들을 체포하고 일벌백계로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성구를 인용했다.

"야훼께서는 그릇된 자를 미워하시고 곧은 사람을 가까이하신다. 야훼께서는 불의한 자의 집에는 저주를 내리시고 옳은 사람의 보금자리엔 복을 내리신다. 야훼께서는 교만한 자를 업신여기시고 겸손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신다."(잠언 3:32-34, 공동번역개정판)

다음은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의 입장문 전문.

내란 행위를 실행한 윤석열과 적극 가담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자!

이런 정부가 가능한 구조와 체제 또한 함께 혁파하자!!

1. 윤석열 정부는 무모하게 시도한 내란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지난 밤, 역사와 시대, 민주주의 앞에서 어이 없는 반역의 역사를 쓰려고 했던 윤석열 정부를 막아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국회 앞을 지키거나 각자의 자리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샐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여의도 국회 앞, 광화문 광장, 용산 대통령실 앞, 전국 각지의 차가운 거리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윤석열 정부의 어이 없는 만행을 감시하고 있다.

지난 밤, 오랜 시간 수많은 대한민국 구성원들의 피땀으로 일구고 지켜 온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 작동 방식을 우습게 만든 윤석열 정부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들은 비상계엄령의 근거와 요건 또한 충족시키지 못해, 헌법에 위배된 것으로 보이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경찰을 앞세워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 본청까지 무력으로 진입했다. 이는 말 그대로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 행위로 볼 수밖에 없으며, 그들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는 지난 밤에 기습 선포한 '비상계엄령'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여러 불법・탈법 행위와 반헌법적 시도에 대해 적극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과 계엄군을 앞세워, 계엄령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국회를 겁박하고 침탈해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내란 행위를 적극 기획・지시하고 실행했거나 가담한 이들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

2.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의 모든 자리와 권력은 위임 받은 한시적인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그들을 그 자리에 둘 수 없다. 그들이 하루속히 물러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지켜 온 이 땅의 수많은 구성원들에 의해 끌려 내려오게 될 것이다. 그 자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정당한 근거와 절차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만 '특정한 책임과 권한을 위임 받은 자리'이다. 그렇게 위임된 책임과 무게를 가볍게 여기거나 소홀히 하고,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은 그 누구라도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은 대통령이 마치 군주인 것처럼 착각하는 듯한 언행을 여러 번 보여줬다. 이제는 그런 그를 단 한 순간도 그 자리에 그냥 둬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도 신 앞에서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는 것을 믿고 가르쳐 온 우리의 신앙 고백이다. 더 이상은 기다려 주거나 너그러운 마음과 태도로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않겠다. 위력과 총칼을 앞세워 민주적 통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합법적 정부'라고 부를 수 없다. 그처럼 무도한 자들에게 우리의 생명과 안위, 오늘과 내일을 맡길 수 없다. 맡겨서도 안 된다.

그러니 이제는 그 위임한 자리와 권력을 다시 찾아와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상대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좀 더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도록 다함께 지혜와 용기, 기도를 나눠야 한다.

3. 반역을 기획하고 실행한 하나도 문제이나, 그 따위 반역을 꿈꿀 수 있는 구조와 사회/국가 체제 또한 문제다.

무엇보다 우리가 결코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윤석열'이라는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은 물론, 사적 이해 관계에 따라 지도자의 왜곡된 욕망과 잘못된 선택마저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헌법이 정한 근거나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절차나 집행 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윤석열 정부의 내란 행위가 준비되고 실행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민주적 저항이 없던 것으로 보여진다.

계엄령 선포 직전에 진행되었다는 국무회의, 하달된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군경, 나아가 계엄령을 합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회의사당을 군화발로 침탈하는 과정. 이 모두는 말 그대로 불법과 묵인, 시키면 한다는 식의 위험천만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대한민국 구성원들에게 '잠시' 위임 받은 권력을, 사적 권력으로 유용한 지도자들의 강압적 명령에 수동적으로 따르거나 때로 적극적인 찬동 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권력을 위임한 대한민국 구성원들은 물론, 그 민의의 대리자인 국회마저 위력으로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체제를 전환시키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와 같은 황망한 사건이 또 다시 반복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무나도 어이 없는 방식으로 내란 행위를 실행한 윤석열과 그 정부, 적극 가담한 군경의 책임자들을 체포하고 일벌백계로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하루속히 이와 같은 사태가 가능하도록 만든 구조와 사회/국가 체제의 전환을 더 넓고 깊게 토론하며 함께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늘 깨어, 패악한 권력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듣고, 예언자적 상상력과 실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러할 때, 더 작고 낮고 외롭고 연약한 존재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사랑하는 하느님과 더 깊고 넓은 제대로 된 동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 그럼 이제 그릇된 자들, 불의한 자들의 정부, 교만한 자들이 저 높은 자리에서 하느님이 없는 것처럼 사는 어리석음에서 하루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나아가자!

야훼께서는 그릇된 자를 미워하시고 곧은 사람을 가까이하신다. 야훼께서는 불의한 자의 집에는 저주를 내리시고 옳은 사람의 보금자리엔 복을 내리신다. 야훼께서는 교만한 자를 업신여기시고 겸손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신다. - 잠언 3:32-34, 공동번역개정판

2024년 12월 4일,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
나눔의집협의회(노원·성북·인천·봉천동·수원·포천·용산·동두천·춘천) 일동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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