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서울신대 교수(한국조직신학회 부회장)가 라틴어 'fomes'에 대해 언급하며 불쏘시개, 땔감이라는 의미의 이 단어가 가톨릭 신학에서 죄의 불쏘시개(땔감)이란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었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교수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용어가 인간의 욕망이 그 자체로 죄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욕망은 그 자체로 죄는 아니지만 땔감 역할을 한다는 견해를 제시할 때 사용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왜 (선량한) 개인은 집단 속에서 악해지는가? 라는 질문을 종종 하곤 하는데, 위의 내용이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며 "욕망 덩어리인 인간이 삼삼오오 모이게 되면, 곧 욕망이라는 불쏘시개, 땔감이 많아지게 되고, 거기에 누군가가 불을 붙이면 겉잡을 수 없게 타오르게 된다. 물론 욕망의 세부적인 목적은 각기 달라도, 그 욕망이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 교수는 그 욕망이 자유민주주의를 향해서도 동일하게 작동될 수 있음을 밝히며 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주동자들이 "땔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거기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하는 또 다른 욕망덩어리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죄의 땔감/불쏘시개'라는 신학적 개념은 겉으로 드러난 악행만이 아니라, 인간 안에 숨겨진 근원적인 욕망(의 반역성)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다"며 "마음의 욕망은 의지의 욕망이 되고 악한 행실로 구현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파괴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감사할 일이라 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교수는 끝으로 "다소 느리다고 생각되지만, 혼란이 수습되고 다시 평온하고 역동적인 일상으로 되돌아가리라 희망해 본다. 다만 나의 욕망이 공의와 정의로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기를 기도한다"며 이사야 56:10-12 말씀을 공유하고 글을 맺었다.
"이스라엘의 파수꾼들은 맹인이요 다 무지하며 벙어리 개들이라 짖지 못하며 다 꿈꾸는 자들이요 누워 있는 자들이요 잠자기를 좋아하는 자들이니 이 개들은 탐욕이 심하여 족한 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요 그들은 몰지각한 목자들이라 다 제 길로 돌아가며 사람마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며 오라 내가 포도주를 가져오리라 우리가 독주를 잔뜩 마시자 내일도 오늘같이 크게 넘치리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