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협 김종생 총무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가 지난 12. 3 불법 계엄 사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대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가 "왜곡된 정보가 담겼다"며 유감을 입장을 표명했다.
NCCK는 7일 해당 입장문을 독일 측 해외 파트너인 독일개신교협의회EKD)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입장문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심각하게 왜곡한 독일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왜곡된 서사, 독일 공영방송이 한국 민주주의를 부정한 역사적 모순 그리고 영상 속에 담긴 내용들은 '여론의 변화'가 아닌 극우 정치·정치 세력 간의 야합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NCCK는 "우리는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EKD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독일 공영방송의 책임을 묻는데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도 전했다.
NCCK는 입장문에서 △EKD 차원에서 ARD와 ZDF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에 대해 해명을 요청할 것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과 이들의 정치적·종교적 야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일 사회 내에서 바른 인식을 공유해 줄 것 △독일교회가 NCCK를 더불어 한국의 에큐메니칼 공동체와 긴밀히 협력하여 한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공동 대응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을 요청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의 왜곡된 다큐멘터리에 대한 NCCK 입장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이하 EKD)와 더불어 에큐메니칼 운동의 현장에서 애쓰시는 모든 독일교회 공동체 구성원들께 평화와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심각하게 왜곡한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의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코리아- 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INSIDE SÜDKOREA - STAATSKRISE IM SCHATTEN VON CHINA UND NORDKOREA>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현실을 올바르게 전달하기보다, 특정 극우 세력의 주장에 기반한 편향적 시각을 담아냄으로써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에게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큽니다.
그동안 독일 교회는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깊은 연대를 보여주었으며, 우리는 그 오랜 동역의 관계를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EKD는 1970년대부터 한국 민주화운동의 여정에 참여해왔으며, 도여수 루츠 드레셔(Lutz Drescher) 선교협력동역자를 비롯한 수많은 독일의 신앙인들은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던 한국 시민들과 함께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또한 EKD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박해받던 신앙인들과 활동가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세계 교회에 한국의 현실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독일 교회의 역사적 헌신을 깊이 존경하며, 그와 같은 신앙적 양심이 오늘날에도 계속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EKD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독일 공영방송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보도를 준비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왜곡된 서사
이번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민주적 질서를 부정하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북한-야당'과 '미국-일본-여당'이라는 이분법적 냉전 구도를 설정함으로써, 현재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국제적 정세와 연결시키려는 위험한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허위 정보이며, 이러한 서사는 한국의 선거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의 정당성까지도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또한, 다큐멘터리는 취재원의 균형을 철저히 무시한 채 극우 성향의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공정하게 반영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것이며, 결과적으로 극우 세력의 선전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독일 공영방송이 한국 민주주의를 부정한 역사적 모순
ARD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힌츠페터 기자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 투쟁을 세계에 알린 공영방송입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한국 시민들에게 인권상을 수여하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EKD와 독일 교회는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동반자로서 함께해 왔습니다. 1980년대에는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신학생과 인권운동가들이 독일 교회의 지원을 받았으며, 독일의 선교사들과 평화운동가들은 군사독재 정권의 감시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한국의 교회와 에큐메니칼 공동체들과 연대했습니다. 수많은 독일 교회 지도자들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시민들의 역사를 부정하고, 이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제작되었습니다. ARD와 ZDF가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정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보도는 심각한 역사적 모순이며,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상황은 '여론 변화'가 아닌 극우 정치·종교 세력의 야합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은 단순한 여론 변화가 아니라, 극우 정치인들과 특정 종교 세력 간의 야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이들 세력이 민주적 질서를 흔들고, 가짜뉴스를 통해 시민들을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극우 종교 지도자들은 반공과 반동성애를 앞세워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법원을 공격하는 등의 폭력적 수단까지 동원하며 정치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독일 공영방송이 이들의 주장에 기반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방영했다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ARD와 ZDF는 자신들이 제작한 콘텐츠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방송이 독일 사회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는 EKD가 이번 사안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독일 공영방송의 책임을 묻는 데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EKD를 비롯한 독일 교회와 에큐메니칼 공동체는 역사적으로 한국 민주주의 운동과 깊은 연대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그 관계가 지나온 역사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우리는 EKD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EKD 차원에서 ARD와 ZDF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독일교회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과 이들의 정치적·종교적 야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일 사회 내에서 바른 인식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독일교회가 한국의 에큐메니칼 공동체와 긴밀히 협력하여,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공동 대응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과 노력 속에서 발전해 왔으며,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시도도 국제 사회의 철저한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EKD가 이번 사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연대해 주실 것을 믿으며, 앞으로도 정의와 평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2025년 3월 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