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진보 기독교가 공교회성을 잃어버린 이유는

천안살림교회 최형묵목사 두번째 이야기

▲ 20일 최형묵 목사가 <신앙인아카데미> 두번째 시간에 초청돼 강연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은 사실상 80년대 후반을 전후해 진보에서 보수 기독교로 넘어갔다. 70년대 민주화를 거쳐 80년대 한국기독교선언(88년)으로 통일운동의 획을 긋는 역사적 과업을 달성했음에도 진보 기독교는 보수 기독교에 교회의 대표성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20일 <신앙인 아카데미> 두번째 시간에 초청된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는 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이 진보에서 보수 기독교로 넘어간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나눠 분석해 관심을 모았다.

진보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둘러싼 외부 환경의 변화가 그 첫째고, 둘째는 민주화를 달성한 NCCK의 내부 환경의 변화였다.

최형묵 목사는 외부 환경의 변화 중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출현을 주목했다. 88년 한국기독교선언을 기점으로 진보 기독교에게 한국교회의 대표성 상실을 우려한 보수 기독교가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성장제일주의를 고집한 보수 기독교는 당시 진보 기독교와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큰 세력를 과시했고, 세에서 밀린 진보 기독교는 70, 80년대 누렸던 공교회성을 고스란히 보수 기독교에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또 내부적으로는 민주화 달성이 진보 기독교로 하여금 큰 위기에 봉착하게 했다. 개별교회의 특수성을 살리면서 민주화, 통일운동을 펼쳤던 진보 기독교의 배경에는 미국, 독일 등 해외 교회들의 조건없는 지원이 있었던 것.

그러나 민주화가 달성되고, 경제가 안정되자 해외 교회로부터 지원이 뚝 끊긴 것이다. 자생력을 갖기도 전에 해외 교회의 전폭적 지원이 끊기자 NCCK는 자구책으로 에큐메니컬과는 관련성이 적은 보수 교단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최 목사는 이때부터 NCCK는 사회 내 운동기구라기 보다는 합의기구로 조직화 되고, 동시에 경직화 되기 시작했다고 봤다. 색깔이 현저히 다른 교단들을 받아들이자 NCCK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렸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이 같이 ▲ 보수 기독교의 결집으로 인한 한기총의 출현 ▲ 자생력을 잃은 NCCK의 합의 기구화 등을 진보 기독교가 공교회성을 잃은 주요인으로 뽑았다.

 <신학사상> 전 편집장을 지낸 최형묵 목사는 현재 NCCK 신앙과 직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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