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향린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함께 걸어온, 또 함께 걸어갈 참 좋은 길"

들녘-향린 도시농촌 선교협력 30주년 기념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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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향린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성경본문

겔 37:15-27, 롬 15:22-29, 막 4:26-29

설교문

[함께 만나야 한다]

오늘 하늘뜻펴기 즉 설교의 제목은 "함께 걸어온, 또 함께 걸어갈 참 좋은 길"입니다. 들녘교회와 향린교회, 향린교회와 들녘교회가 걸어온 지난 30년의 여정은 참으로 좋은 길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또 앞으로 두 교회가 함께 걸어갈 길도 확실히 좋은 길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30년의 우정과 선교 협력을 기념하고 그 뜻을 새기는 말씀은 우리의 30년 역사를 오롯이 걸으시며 간직하신 이세우 목사님께서 해주실 것입니다. 저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성서 말씀을 중심으로 지금 이 시간 두 교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에스겔서는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하나가 될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80년 가깝도록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우리에게도 매우 절실한 말씀입니다. 특히 오늘은 우리 교단이 정한 6.25 민족화해주일이기도 합니다. 1989년 4월 2일 평양을 방문하신 문익환 목사님께서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얼싸안았을 때, 이후 11년이 지나 2000년 6월 14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처음으로 남북한 정상회담을 했을 때, 또 7년 후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하고 마지막으로 2018년 4월 27일 우리에게 가장 부푼 꿈을 꾸게 했던 판문점에서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만남까지,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를 지나면서 경색된 남북 관계가 이재명 정부 시절에는 다시 소통의 물꼬를 트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서로 소통하고 만나서 함께 손을 잡고 걸어야 할 주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남북의 만남만이 아니라 동서가 만나야 하고, 세대가 만나야 하고, 남녀가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그동안 오해했던 것도 풀고, 만나서 힘을 모아 공동의 과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에스겔서의 말씀을 찬찬히 읽어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21절부터입니다. "나 주 하나님이 말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들어가 살고 있는 그 여러 민족 속에서 내가 그들을 데리고 나오며, 사방에서 그들을 모아다가, 그들의 땅으로 데리고 들어가겠다. 그들의 땅 이스라엘의 산 위에서 내가 그들을 한 백성으로 만들고, 한 임금이 그들을 다스리게 하며 그들이 다시는 두 민족이 되지 않고, 두 나라로 갈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다시는 우상과 역겨운 것과 온갖 범죄로 자기들을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오늘 에스겔서는 모든 분열과 갈라짐이 우상과 역겨운 것과 온갖 범죄로 자기들을 더럽히는 일과 연결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서로 한 마음이 되지 못하고 갈라질 때, 거기에서 온갖 비방과 다툼, 폭력과 지배, 약탈과 착취 등 죄악과 고통이 발생합니다. 남과 북도 그동안 갈라져 있으면서, 북한은 인류를 멸절시킬 수도 있는 핵을 만들었고, 남한은 국가보안법과 같은 것을 구실로 무고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면서 수많은 인권 침해가 자행되었습니다. 우리가 갈라지지만 않았어도 아마 이런 죄들은 짓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갈라지지 않고 서로 만나 협력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들 중 하나는 바로 지방과 수도권, 도시와 농촌입니다. 서로는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 향린과 들녘은 이 사실을 익히 깨닫고 30년 전 선교 협력의 첫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참으로 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향린교회는 들녘교회 덕에 유기농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을 얻을 수 있었고, 아나바다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때마다 농촌 봉사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들녘교회는 향린교회 덕에 유기농업을 확장할 수 있었고, 농민선교의 근거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30년을 꾸준히 이어온 상생의 살림 정신은 교단의 모범적 사례가 되었고, 다양한 자리에서 발표를 통해 도농 선교가 더 확산되도록 이끌었습니다.

[더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사회적 구조가 갈수록 지방의 인구 감소와 농어촌 사회의 어려움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별로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기후 붕괴 시대에 접어들어, 지금까지의 노력보다 훨씬 더 치열한 도전이 우리에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로마서에서 바울 사도는 자신의 선교 여행 계획에 대해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로마를 방문하고픈 소망과 스페인까지 가서 복음을 선포할 계획을 알리는데, 그것은 로마 교회가 자신의 스페인 선교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는 로마로 가는 일보다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이 모금한 헌금을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에게 전하는 일이 더 급하기에 잠시 로마로 가는 것을 연기했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오늘 바울의 편지를 보면 바울의 선교 여행은 도움을 받아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영적인 깨달음을 얻은 이는 그것을 전하고, 물질적 축복을 많이 받은 사람은 그것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전하고 나누는 그 한 가운데 바울 사도가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성도들은 모두 빚진 자들"이고, "영적이든 육체적이든 빚진 자로서 서로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서로 복을 나누는 일에 바로 자신이 선택되어 사용되는 것이고, 그렇게 그리스도의 충만한 복을 가지고 로마로 가겠다고 또 말합니다.

들녘과 향린은 지난 30년 동안 그렇게 서로에게 복이 된 존재로 선교 협력에 함께 했습니다. 향린교회가 명동에 있었던 저의 부목사 시절, 이세우 목사님께서 트럭에 쌀과 마늘, 서리태와 들기름 등을 잔뜩 싣고 오시면 그것을 내려서 향린곳간으로 옮기곤 했습니다. 들녘에서 농산물이 올라오면 제가 부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들녘과 향린의 청소년부 아이들이 연합수련회를 했을 때는 함께 새만금 갯벌을 간 적도 있는데, 도시 아이들은 그 넓은 갯벌의 물줄기 속에서 튀어 오르는 숭어를 보며 넘치는 생명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세례 요한이 잡힌 뒤에, 갈릴리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셨을 때, 한편에는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예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서 박해하고 방해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 운동이 열매를 맺기도 했지만, 오히려 멈추고 후퇴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바리새파 사람들과 헤롯 당원들의 협작으로 예수와 그의 일행을 살해하려는 모의도 있었습니다. 온갖 음해와 방해 속에서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실망하지 말고 하나님 나라 운동을 지속할 것을 주문합니다.

마가복음서는 4장에 나오는 비유의 말씀들이 모두 하나님 나라의 희망에 대해서 말합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예수님은 어떤 사람이 씨를 뿌리는데, 어떤 씨는 길가에 떨어져 새가 주워 먹고, 어떤 씨는 돌짝밭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어떤 씨는 가시덤불 사이에서 결실을 내지 못하지만, 여러 씨앗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결실을 맺는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이 종종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결국은 놀라운 성공이 올 것이라고 제자들을 격려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겨자씨처럼 매우 작고 약해 보이지만, 결국은 온갖 새들이 깃들이는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마가복음서의 비유에서는 씨가 저절로 자라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농부는 그저 씨를 뿌려 놓고 갔는데, 밤낮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그 씨에서 싹이 나고 자라서 이삭을 내고 알찬 낟알을 내어 추수할 수 있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하나님 나라의 열매는 인간의 노력도 있지만 결국은 인간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어릴 때 부모님을 도와서 고추 농사 경험이 있습니다. 이른 봄에 고추씨를 준비하여 삼베 헝겊에 쌓아 축축하게 물을 적시고, 따뜻한 아랫목에 며칠 놓아두면, 씨에서 싹이 조금 나옵니다. 그 씨를 비닐하우스 안 따뜻하게 만든 온실의 밭에 뿌립니다. 큰 비닐하우스 안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밤에는 춥기 때문에 작은 비닐하우스 위에 짚으로 만든 거적도 씌워주지요. 그리고 아침이 되면 거적을 다시 벗기고 햇볕이 들도록 합니다. 제가 그 일을 도맡아 했는데, 하룻밤 자고 나서 아침에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거적을 벗기고 비닐하우스 안을 보면 어느새 고추씨가 자라서 푸릇푸릇하게 싹이 나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밭에 옮겨 심어도 될 만한 모종으로 자라납니다. 저는 그저 매일 아침저녁 거적을 씌웠다가 거두었다가 하는 일만 하는 것 같은데, 비닐하우스 안 고추 모종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납니다. 그 모습이 여간 신기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또 즐거움을 줍니다.

오늘 예수님은 씨를 심고 그 씨가 자라 열매를 맺는 일련의 과정을 겪은 분으로서 말씀하십니다. 땅에 뿌려진 씨앗은 언젠가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순서가 필요합니다. 싹이 나고, 그것이 자라고, 이삭을 내고, 그 이삭에 낟알이 차야 합니다. 순서가 있고, 또 참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나님은 30년 전에 들녘교회와 향린교회를 묶으셔서 서로 봉사의 일을 하도록 씨앗을 뿌리셨습니다. 한 세대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싹을 틔웠고, 또 자라났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께서는 이삭을 내고, 알찬 낟알도 들도록 힘써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날을 기대하며 지난 30년처럼 앞으로도 계속 뚜벅뚜벅 함께 좋은 길을 걷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향린이여, 영원하라!

[도농선교협력 30주년을 맞이하며]

30년! 정권이 무려 8번이나 바뀐 세월입니다. 그땐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가 요즘 시집, 장가간다고 야단입니다. 30년을 함께 하신 분들이 있다면 아마 자매결연에 처음 참여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1995년 그때, 김영삼 대통령 시절 신자유주의, 세계화, WTO, 우루과이 라운드 등 개방과 경쟁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던 시절입니다. "쌀시장 개방은 절대 없다"라며 그 특유의 어법으로 국민을 안심시켰던 김영삼 대통령의 말은 모두 거짓임이 판명되었습니다.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받는 조건으로 쌀시장을 개방하고만 것이었습니다. 이곳 김제, 호남평야가 시작되는 곳에 살고 있었고 당시 쌀농사를 짓고 있던 저는 생산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때부터 거리의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때 향린교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형식은 자매결연이었지만 쌍방이 아닌 일방적이었습니다. 오로지 향린의 전폭적인 지원과 연대였습니다. 많은 활동과 지원이 있었지만, 지금의 이 교회가 여기에 흙벽돌 교회로 우뚝, 아름답게 서 있는 것도 향린의 힘이었습니다.

오늘 자매결연 취지를 살리고자 같은 본문으로 2명의 설교자를 세워 설교 시간을 가져보자는 매우 이색적인 설교방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이고 듣는 여러분도 처음인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의도는 좋은데 결과도 괜찮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용두사미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습니다. 야구 경기 때 보면 투수가 멋지게 던진 공을 포수가 그만 놓쳐 경기를 망친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축구에서도 멋진 드리블을 해 골문에서 동료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했는데 그만 받은 그 선수가 헛발질하거나 하늘로 똥볼을 차 관중들에게 비난과 야유를 받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 공을 놓친 포수처럼, 똥볼을 쏘아 올린 축구선수처럼 제 꼴이 그 꼴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설교를 잘 받쳐줘 재미와 감동, 은혜도 2배로 주는 그것이 제 역할입니다만 워낙 준비 없이 경기장에 서고 말았습니다. 앞사람이 엉망을 쳐야 뒷사람이 덕을 보는데 깔끔하신 한문덕 목사님이 멋지고 감동적인 설교를 해주셨기에 그저 광야에 선 느낌입니다.

솔직히 책상 앞에 앉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농사일과 겹치다 보니 새벽부터 밤까지 밭에서만 최근 몇 주간 지내게 되었습니다. 숙제 못 한 학생이 선생님께 변명과 핑계만 늘어놓듯이 제가 오늘 완전 그 꼴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분만 의지하고 그분에게 모든 것을 맡겨 드린 채 뒷부분을 잘 마무리해 보려고 합니다. 부탁드리기는 제가 드린 설교는 잊으시고 한문덕 목사님의 설교만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주어진 본문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배경과 역사적 고찰은 한문덕 목사님이 잘 짚어 주셨기에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세 본문의 통합적 해석과 더불어 알맞은 교훈도 잘 끄집어내셔서 우리에게 들려주셨습니다. 주신 말씀처럼 우리가 잘 적용해서 실천하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람이 있을 수 없습니다.

[매우 불편한 진실: 농촌의 현실]

다만 저는 한 가지 사실에만 집중하고자 합니다. 오늘 마지막 본 복음서의 말씀, 마가복음서 4장 26~29절에서 그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논밭에서 묵상하며 느낀 매우 불편한 진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비유의 흐름 중에서 농부의 행동을 잘 살펴보면, 농부가 땅에 씨앗을 뿌립니다.

그런데 그는 씨앗이 싹터서 자라는 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어떻게 그들이 싹을 내고 이삭을 내고 낟알을 내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씨앗을 뿌린 다음에 농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던 농부는 알찬 낟알이 익으니 즉시 추수한다는 내용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농사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픕니까. 그런데 농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요. 농부의 발걸음을 듣고 열매가 자란다고 합니다. 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밭은 엉망이 되고 맙니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입니다. 특히 흙 살리고, 물 살리고, 공기 살리는 유기농, 친환경 농사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렇게 어렵게 수확하고 나면 팔 곳이 없어 발을 동동거려야 하고, 팔린다고 해도 생산비도 못 건지고,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망해가는 처지, 부채로 허덕이다 야반도주하고, 이내 목숨까지도 내던지는 현실, 자식에게는 절대로 농사짓는 일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농민들, 아기 울음이 사라진 농촌, 몇몇 노인들만 남아 있는 텅 빈 마을들, 사라지는 지역들. 이를 막고자 우리는 30년 전에 자매결연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농업 회생과 농촌교회의 쇠락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땀을 흘리고 노력한다고 해도 이 정도인데 농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말씀대로라면 우리가 농활을 오고 자매결연을 하여 여러 활동을 하는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오늘의 이 말씀은 오해도 할 수 있으나 예수님의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고통당하실 때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하는 절규를 생각하며 본문을 대하신다면 본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적대자들에게 둘러싸여 늘 긴장 속에서 지내야 했고, 온갖 조롱과 고통을 온몸에 지니고 살았던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통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일까요? 동양의 위대한 사상가 류영모 선생의 고백에 따르면 희망이 사라져 없는 것 같고, 우리가 포기하고 주저앉아 있을지라도 하나님 나라는 작은 씨앗이 싹을 내고 이삭을 내고 낟알을 맺는 것처럼 은밀하게 성장하여 마침내 완성된다는 것이 이 비유의 주제라고 합니다. 농부가 씨앗이 싹터서 자라는 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심지어는 어떻게 그들이 싹을 내고 이삭을 내고 낟알을 내는지도 모른다는 말씀이 농부의 측면에서 보면 좀 서운한 말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예수님의 처지를 떠올리며 말씀을 묵상하다 보니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이 가면서 결국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게 되면서 큰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십니다.

오늘 반가운 분들을 많이 뵐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30년 동안 끊임없이 뵙던 분들, 초창기에 자주 뵙던 분들, 최근에 새로 뵙게 되신 분들 모두 모두 너무나 반갑습니다. 그런데 오늘 쾌나 보고 싶은 분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30년의 세월 안에 언제나 오시면 제 손을 꼭 잡아 주시던 홍근수 목사님을 비롯해 하늘나라 여행을 떠나신 분들이 계셔 기억나며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언제나 오셔서 열심히 일하시던 분들이 보이질 않아 아쉽기만 합니다.

[예수님의 심정으로]

30년의 성과를 돌아볼 때, 감사한 일도 많지만, 농촌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30년 동안 막아서고 바꿔보자고 했지만, 농촌의 현실은 더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갈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그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예측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씨앗은 지금도 분명히 자라고 있음을 믿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앉아서 기다리는 그것이 아니라 생명의 씨앗을 품은 자로서 잘 가꾸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성서를 통하여 배운 서로 이해하는 마음입니다. 농부이신 하나님과 늘 농사를 통해 비유로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농부의 심정, 그 형편과 사정을 모를 일이 있었겠습니까, 우리도 뒤늦었지만 결국 예수님의 심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바로 역지사지의 마음입니다.

우리 사회는 갈등과 반목이 너무 큽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선생과 제자 간에도 세대 간에, 지역 간에도, 그리고 국가 간에도, 심지어는 한 하나님만을 섬기는 교회 간에도, 그리고 농촌교회와 도시교회 간에도, 그리고 한 교회 안에서도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서로의 입장과 차이를 존중해야 합니다. 적어도 우리 들녘교회와의 관계에서 향린교회는 한결같이 그래왔습니다. 오늘의 30주년은 향린의 작품이고 향린의 업적입니다. 고맙습니다. 그 사랑 갚을 길이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향린은 소중합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외치며 말씀을 마칩니다. 향린이여! 영원하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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