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이화대학교회 장윤재 담임목사] "보라 내가 새 일을"

2026년 1월 4일 새해주일 설교

jangyoonjae
(Photo : ⓒ베리타스)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대학 기독교학과, 이화여대 대학교회 담임목사)

성경본문

이사야 43:18-20, 빌립보서 3:12-14, 마가복음 10:27

설교문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의 첫 주일입니다. 하나님 주시는 복과 은혜가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늘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2026년 새해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셨습니까? 병오년 새해에는 어떤 결심을 하셨습니까?

성서는 새해를 '다시 애써보는 인간의 결심'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성서는 언제나 '만물을 지으시고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창조'로 시간을 엽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처음에만 있었던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도 진행 중이며, 마침내 완성될 것입니다. 신학에서는 이것을 세 가지 말로 설명합니다. '원(原) 창조', '계속되는 창조', 그리고 '새 창조'입니다.

먼저 '원 창조'(creatio originalis)는 태초의 창조입니다. 성서의 문을 여는 창세기 1장 1절의 말씀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세상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 존재의 시작은 혼돈(混沌)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온 세상을 지으시고 하나님은 "보시기에 좋았다"라고 반복해서 경탄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창조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세상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사랑과 호의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계속되는 창조'(creatio continua)입니다. 우리는 종종 창조를 아주 오래전에 끝난 일, 마치 역사책 첫 장에만 나오는 이야기처럼 생각합니다. 마치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시고, 그 다음엔 인간이 알아서 살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성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나님은 한 번의 창조 이후 물러나신 분이 아니라, 지금도, 오늘도, 날마다 창조하시는 분이라는 게 성서의 이야기입니다.

시편 104편 30절은 말합니다. "주께서 주의 영을 보내어 그들을 창조하시고 지면을 새롭게 하시나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단어는 "지면을 새롭게 하신다"입니다. 단지 "창조하시고"가 아니라 "창조하시고, 새롭게 하시나이다"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의 창조는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입니다.

아침마다 해가 뜨는 것, 계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 마른 땅에서 새싹이 올라오는 것, 이 모든 것은 저절로 돌아가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오늘의 창조 행위라는 겁니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공기, 지금도 힘차게 뛰고 있는 우리의 심장, 이 평범한 하루 자체가 하나님 창조의 은혜 위에 있다는 겁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은 무너지는 것을 붙드시고, 깨진 것을 이어서 붙이시며, 생명이 소멸하지 않도록 지금도 숨을 불어넣고 계십니다. 오늘의 평범한 하루도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창조가 계속되고 있는 현장입니다.

'원 창조'와 '계속되는 창조', 하지만 성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새 창조'(creatio nova)입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유지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끝을 새롭게 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의 목표는 회복을 넘어 새로움입니다. 이사야 65장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영원히 기뻐하며 즐거워할지니라."(17-18a) 하나님의 새 창조는 옛것을 조금 고쳐 쓰는 일이 아닙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눈물과 죽음과 고통이 없는 완전한 새 세계입니다. 그곳에서는 "우는 소리와 부르짖는 소리가... 다시는 들리지 아니할 것이며...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짚은 먹을 것이며... [서로] 해함도 없겠고 상함도 없으리라"(이사야 65:19b, 2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서의 맨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이 다시 이 하나님의 새 창조를 증언합니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보좌에 앉으신 이가 이르시되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1-5절 중에서) 이 말씀은 먼 미래에 울릴 선언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약속입니다.

'태초의 창조', '계속되는 창조', 그리고 '새 창조'는 각각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분 하나님께서 써 내려가시는 하나의 창조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시작만 여시는 분이 아니라, 지금도 일하시고, 마침내 아름답게 완성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은 과거에 머무는 향수가 아닙니다. 현재를 견디는 체념도 아닙니다. 미래를 미루는 막연한 기대는 더더욱 아닙니다. 우리의 신앙은 이런 고백입니다. "맨 처음을 여신 분이 지금도 일하고 계시며, 마침내 나와 이 세상을 완성하실 줄 믿습니다."

새해는 '다시 애써보는 인간의 결심'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새해는 언제나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창조'로 시작합니다. 이런 창조 신앙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두 가지 잘못된 생각에 도전합니다. 이 두 생각은 서로 정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뿌리가 같습니다.

맨 처음 세상을 여신 분이 지금도 일하고 계시며 마침내 나와 이 세상을 아름답게 완성하실 거라는 성서의 창조 신앙은 첫째로 "나는 더 이상 새로워질 필요가 없다"라는 교만에 도전합니다. "이 정도면 됐지", "나는 할 만큼 다 했어", "내가 굳이 더 새로워질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겉으론 안정된 신앙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속에는 하나님의 계속되는 창조를 부정하고 조용히 멈추게 하는 교만이 숨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계속되는 창조를 믿는 사람은 결코 "나는 이미 완성된 존재입니다"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창조의 완성은 오직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더 이상 새로워질 필요가 없다"라는 말은 사실 이렇게 주장하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하나님, 여기까지는 내가 알아서 왔으니, 이제는 손대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성서의 창조 신앙은 이런 주장을 수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늘도 다시 빚어져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태초에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 지금도(언제나) 일하시며 마침내 나와 온 세상을 완성하실 거라는 성서의 창조 신앙은 두 번째로 "나는 새로워지기에는 너무 늦었다"라는 불신앙에 도전합니다. 이 생각은 "나는 더 이상 새로워질 필요가 없다"라는 첫 번째 생각과 정반대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뿌리가 같습니다. "이 나이에 나에게 무슨 새로움이 있겠습니까", "이제 내 인생은 너무 늦었습니다", "돌이키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런 말들은 겉으론 겸손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하나님의 새 창조 능력을 의심하는 불신의 언어들입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새 창조를 진심으로 믿는다면 여러분은 결코 이런 말을 내뱉을 수가 없습니다. "이건 하나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탈리아의 나폴리에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의 희망은 장차 성악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공장에서 일하며 어렵게 학교에 다녔습니다. 어느 날 음악 시간에 소년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선생님에게 말합니다. 듣고 있던 선생님은 "얘, 네 목소리를 덧문이 바람에 삐걱거리는 것처럼 시끄러우니 그따위 꿈은 아예 포기해라." 듣고 있는 아이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년의 어머니만은 아들의 꿈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홀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이 어머니는 얼마나 가난했던지 맨발로 다니는 과부로 동네에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아들을 격려하며 최선을 다해 레슨비를 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가난하고 순박한 농부 어머니가 자기 아들에게 늘 한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하나님은 하실 수 있다"였습니다. 오늘의 복음서 본문(마가복음 10장)에서 제자들은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놀랐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서로 수근거렸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는 그렇지 아니하니 하나님으로서는 다 하실 수 있느니라."(마가복음 10:27)

바로 이 말씀을 굳게 믿은 이가 그 소년의 어머니였습니다. 그 어머니가 아들에게 늘 한 말은 바로 "하나님은 하실 수 있다"(God is able!) 어머니와 아들의 이 믿음은 계속되었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세계적인 테너 가수가 바로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입니다.

하나님은 하실 수 있다, 그러므로 너도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새롭게 창조하신다, 그러므로 너도 새롭게 될 수 있다! 하나님은 길을 막으시는 분이 아니라 끊어진 길을 열어주시는 분이다, 그러므로 문이 닫혔다고,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이것이 카루소 어머니의 믿음이고 아들의 고백이었습니다.

경애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가 너무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이사야 43:18-19a) 사실 어떻게 옛날 일이 생각나지 않겠습니까. 지나온 과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여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의 영어 번역은 "do not dwell on the past"입니다. 즉 "과거에 머물러 있지 말아라"입니다. 과거의 포로가 되어 거기 붙잡혀 있지 말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새 일을 행하시는 분입니다. 새롭게 창조하시는 분입니다. 만물을, 나를 새롭게 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에 머물며 거기서 꾸물거리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기가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립보서 3:13b-14, 새번역)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요한계시록 21:5)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미래로 과감하게 달려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과거에 붙잡혀서도 안 됩니다. 익숙한 현재에 안주해서도 안 됩니다. 용기를 내어 하나님이 창조하시는 새로운 미래로 과감하게 달려가야 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 5:17)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나날이 새로워"(고린도후서 4:16) 가기 때문입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예레미야애가 3:22-23) 그렇습니다. 아침마다 새롭습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유통기한이 없습니다. 어제 실패했다고, 오늘 무너졌다고, 내일의 은혜까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창조의 하나님 앞에는 "나는 이미 충분하다"라는 교만과 "나는 더 이상 가망없다"라는 불신앙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무에서 유를 만드시는 분이시고, 혼돈 가운데서 질서를 불러내시는 분이시며, 죽음에서 생명을 일으키시는 분입니다. 그분이 바로 우리의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다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여십니다. 마침표처럼 보이는 자리에서 하나님은 쉼표를 찍으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아직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너에 대한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나님은 '원 창조'에서 우리를 존재하게 하셨고, '계속되는 창조' 안에서 오늘을 살게 하시며, '새 창조'를 향해 우리를 이끌고 계십니다. 우리는 아직 완성된 존재가 아닙니다. 창조의 도상 위에서 되어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 내가 스스로 완성되었다고 착각하지 않게 하시고, 내가 이미 늦었다고 절망하지 않게 하소서. 다만 오늘도 나를 새롭게 창조해 주소서. 내 마음을, 내 생각을, 내 관계를, 내 삶을 다시 빚어 주소서. 올해도 내 안에서 새 일을 행하소서."

경애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의 결심은 쉽게 지치지만, 하나님의 창조 능력은 지치는 법이 없습니다. 천지를 지으시고, 지금도 날마다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은혜가 2026년 새해의 모든 날 위에, 그리고 여러분의 남은 모든 날 위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기도합니다. "너는 알지 못하느냐? 너는 듣지 못하느냐? 주님은 영원하신 하나님이시다. 땅끝까지 창조하신 분이시다. 그는 피곤을 느끼지 않으시며, 지칠 줄을 모르시며, 그 지혜가 무궁하신 분이시다. 피곤한 사람에게는 힘을 주시며, 기운을 잃은 사람에게는 기력을 주시는 분이시다. 비록 젊은이들이 피곤하여 지치고, 장정들이 맥없이 비틀거려도, 오직 주를 소망으로 삼는 사람은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듯 올라갈 것이요, 뛰어도 지치지 않으며,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이사야 40:28-31, 새번역) 이 말씀이 올해 저에게 주시는 말씀이 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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