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박승렬 목사)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경기 파주 지지향에서 '2026년 NCCK 정책협의회'를 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회의 실천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협의회는 「창조세계와 기후위기 : 교회됨, 그 실천의 여정」을 주제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NCCK 임원과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관계자 등 약 110명이 참석했다. 기조발제는 박경미 이화여대 겸임교수가 맡아 '장소에 뿌리내린 정의'를 주제로 신학적 관점을 제시했다. 이어 백영기 목사(쌍샘자연교회)가 '기후정의 10년 행동을 향한 목회'를, 유에스더 활동가(환경운동연합)가 '선언을 넘어 구조적 전환과 동행으로'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이후 전체 토론과 함께 교회일치·연합, 디아코니아, 사회정의, 평화·통일 등 4개 분과로 나뉘어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둘째 날에는 공동 의사결정 형성을 위한 추가 토론을 거쳐 논의 내용을 정리했다.
NCCK는 협의회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책협의회 선언문'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회의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
2026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책협의회
창조세계의 회복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한국교회의 선언
"오래전부터 황폐해진 곳을 쌓으며, 오랫동안 무너져 있던 곳도 세울 것이다."(이사야 58:12)
전쟁의 확산과 기후위기의 심화로 인류와 창조 세계의 미래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군사주의와 끝없는 성장의 질서가 생명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한다. 이에 2026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책협의회로 모여 하나님께서 맡기신 창조 세계를 돌볼 책임을 새롭게 확인하며, 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앞에서 우리의 신앙적·공동체적 책임을 다시 다짐한다.
오늘의 기후 위기는 단지 환경 관리의 실패가 아니다. 생명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를 묻는 정의의 문제이며, 역사적 책임과 분배의 정의, 참여의 권리와 세대 간 책임을 함께 묻는 총체적 위기이다. 한국 사회는 고탄소 산업구조와 화석 연료 기반 전력 체계, 개발주의 성장 모델 속에서 이 위기를 심화시켜 왔고, 한국교회 또한 그러한 사회 구조 안에서 성장과 확장을 경험하며 발전주의와 소비주의에 비판적 거리를 충분히 두지 못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회개와 책임, 전환의 주체로 서고자 한다.
우리는 예수의 물음, "생명을 살리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를 오늘 우리의 기준으로 다시 붙든다. 하나님 나라의 정의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선 장소와 그곳의 사람들, 농민과 노동자, 강과 숲과 바다, 그리고 모든 피조물의 삶을 함께 돌보는 장소에 뿌리내린 정의여야 한다. 이웃사랑은 추상적 인류애가 아니라 구체적인 장소 안에서 육화된 사랑이어야 한다.
우리는 또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를 다시 배운다. 우리는 넘침과 결핍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를 살고 있다. 오늘의 경제 질서는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끝없는 축적과 과잉 소비를 부추겨 왔다. 하나님의 은총은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충분의 질서이며, 교회는 더 많이가 아니라 나눔과 절제로 구조적 불의를 드러내는 공동체이다.
우리는 창조 세계를 대하는 태도 또한 새로워져야 함을 고백한다. 자연은 정복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세계이며, 생태적 감성은 곧 하나님의 마음이다. 교회는 자연의 모든 생명과 함께하는 목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외형과 성장의 논리를 넘어서, 생태영성·생태자연·생태문화를 통해 더 단단하고도 소박한 삶의 길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또한 청지기적 책임의 언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오늘의 시장 사회는 책임조차 개인의 윤리와 죄책감의 문제로 축소하고, 구조적 전환의 과제를 가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자유와 성장주의 경제를 멈춰 세울 수 있는 대안적 자유, 곧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을 자유, 더 가질 수 있음에도 멈추고 내려놓을 수 있는 자유이다. 이 자유는 기후 위기 시대에 교회가 삶의 형식과 사회 구조를 함께 바꾸도록 하는 신앙의 용기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첫째, 우리는 성장주의와 물질중심주의를 넘어 생명의 경제를 지향한다.
교회는 성장과 소비를 축복처럼 정당화해 온 관성을 성찰하고, 기후정의와 생명의 경제를 위한 공적 호소와 실천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교회 예산과 자산 운용, 투자 구조를 재검토하며, 화석 연료·무기·환경 파괴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와 지역 순환 경제를 향한 연대를 적극 모색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교회의 생태적 회심을 영성·예배·교육·목회의 전환으로 구체화한다.
교회는 모든 생명과 함께하는 목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태적 절기 교육, 생태영성 프로그램, 생태신학과 생태윤리 교육, 설교와 예배 자료 개발, 목회자 계속교육을 통해 공동체 전체가 반복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는 구조를 세울 것이다. 교회의 언어가 구조적 전환을 요청하는 신학적 상상력과 일상의 변화를 조직하는 공동체적 힘을 함께 발휘하도록 힘쓸 것이다.
셋째, 우리는 구경꾼의 자리를 내려놓고 전환의 당사자가 된다.
기후 위기는 특정 위원회만의 과제가 아니라, 교회 전체의 신학, 선교, 교육, 재정, 투자, 운영 방식과 연결된 총체적 문제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의사소통과 결정의 과정에서 민주적 참여와 숙의가 보장되는 구조를 마련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와 주변화된 이들의 경험과 요구가 실제 논의와 결정 과정에 주체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교회는 갈등의 현장을 멀리서 해설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위험과 책임을 나누는 당사자로 서야 한다. 교회의 기후 언어는 모두가 동의하는 선한 말에 머물지 않고, 논쟁적 선택의 자리에서 방향을 가르는 말이 되어야 한다.
넷째, 우리는 정의로운 전환이 사회적 약자의 희생 위에 세워지지 않도록 요구한다.
기후정의는 온실가스 감축만이 아니라 참여의 권리와 분배의 정의를 포함한다.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노동자·농어민·청년·장애인·빈민·이주민·난민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과 결정에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와 손실보상, 재난 대응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정의로운 전환이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재구성과 민주적 참여의 문제임을 분명히 한다.
다섯째, 우리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긴다.
2021년 '2050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을 구체화하여, 모든 교단과 교회, 기관과 구성원의 '삶의 자리'에서 실질적인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원 교단, 회원 연합기관, 지역 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단계적 공동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과 평가, 조직과 재정의 공동 책임 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지역 교회와 현장에서 검증된 실천을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시킬 것이다. 더불어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함께 "화석연료 비확산조약"(FFNPT: 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을 지지한다. 정부 기업 기관 교회 개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이 조약에 탄소중립의 실현을 염원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시민사회의 선구적인 동참을 권고한다.
여섯째, 우리는 철저한 협력과 세계적 연대를 실천한다.
교회는 단순한 상징적 참여를 넘어 공동의 전략과 공동의 위험을 나누는 철저한 협력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과 연대를 확대할 것이다. 또한 세계교회와의 연대를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책임과 연대의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기후부채와 생태적 배상, 장기적 동행과 공동 학습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다.
일곱째, 우리는 기후정의와 평화를 연결하는 실천을 시작한다.
우리는 평화 없는 세상에서 기후정의 또한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음을 고백하며, 갈등과 폭력을 넘어 생태적 평화를 이루는 정의로운 세상을 세워가는 데 헌신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기후와 평화를 통합적으로 성찰하는 신학과 실천을 심화하고, 생명과 공존의 길을 향한 공동의 전환을 이루어간다.
우리는 이 선언이 말에 그치지 않기를 원한다.
우리는 더 많이 차지하는 교회가 아니라 더 깊이 돌보는 교회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이 선언을 삶으로 살아내며, 더 많이가 아닌 더 깊이 돌보고 생명을 살리는 정의의 길을 걷는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존재의 공존을 기억하며, 절망을 넘어 기후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기도하고 배우며 절제하고 나누고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
2026년 3월 17일
2026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책협의회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