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CRS)와 신학사상연구소 등이 주관하고 한신대가 주최한 2026 CRS 종교와과학 컨퍼런스가 '인공지능의 종교와 과학: 생명과 사물의 관계론'이란 주제로 7일 오전 9시 한신대 서울캠퍼스 채플실에서 열렸다.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CRS)와 신학사상연구소 등이 주관하고 한신대가 주최한 2026 CRS 종교와과학 컨퍼런스가 '인공지능의 종교와 과학: 생명과 사물의 관계론'이란 주제로 7일 오전 9시 한신대 서울캠퍼스 채플실에서 열렸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주제 강연자로 나선 컴퓨터공학자 서울대 장병탁 석좌교수(컴퓨터공학부)와 더불어 뇌인지과학, 철학, 법학, 신학, 종교철학, 기독교교양학, 윤리학, 목회학, 신경인문학, 기독교교육, 성서학, 종교와과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AI 기술의 현재를 진단하고 그것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학제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술문명의 성취 속에서 인간 정신과 생명의 가치를 보전하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취지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총 3세션으로 구성됐고 오전에 진행된 1,2세션에서는 이상철 원장(크리스챤아카데미), 김성호 박사(종교와과학센터), 김학철 교수(연세대), 양권선 전 성공회대 총장, 정재승 교수(KAIST), 장병탁 석좌교수(서울대) 등이 각각 발제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상철 원장은 20세기 내내 학계에 영향을 끼쳤던 '언어적 전회'에서 '물질적 전회'로 넘어오는 최근의 사상적 전이에 대해 다뤄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은 특히 코로나19와 포스트휴머니즘이 이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피는 한편 구유물론과 다른 신유물론의 특징과 지형을 살피면서 사물, 객체, 비인간 존재들이 어떤 위상으로 거듭나는지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물질적 전회'가 이뤄진 까닭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깊은 회의 때문이었다. 이는 이성 중심의 근대적 주체성, 즉 인간중심주의 극복의 맥락에서 등장한 '언어적 전회'가 이뤄진 이유이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그러나 인간 주체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의 관점에서 양자의 문제의식과 해법의 차이를 설명했다.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CRS)와 신학사상연구소 등이 주관하고 한신대가 주최한 2026 CRS 종교와과학 컨퍼런스가 '인공지능의 종교와 과학: 생명과 사물의 관계론'이란 주제로 7일 오전 9시 한신대 서울캠퍼스 채플실에서 열렸다.
그는 "현대사상의 가장 큰 화두는 인간이라는 종의 재발견이 아닐까 싶다. 전 시대 '인식론적 전회'와 '언어학적 전회'를 거치면서 등장한 관념적이고도 심오한 절대적 주체, 하지만 인간은 가늠이 불가능한 내면을 지닌, 그래서 상대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라며 "'물질적 전회'를 거치면서 출몰한 인간은 전 시대 주체를 규정할 때 간과하고 무시했던 물질적인 요소와 자연의 법칙 그리고 그것들이 자아내는 생태학적 네트워크 속에 귀속된 인간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는 포스트휴머니즘의 등장과 COVID-19 이후 전개되고 있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무관치 않다"며 "기계와 인간의 공진화를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휴먼의 등장은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종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물질적 전회' 담론의 중요한 축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펜데믹을 가리켜 생태 네트워크에 있어서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한 부분이 지나지 않음을 자각시키는 사건이었다고 평가하며 "인간은 물질로 이루어진 사물들의 세계 속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인간은 다른 객체들과 동일한 질료로 구성된 피조물로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류는 팬데믹이라는 큰 댓가를 치루면서 깨달았다"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이렇듯 최근 담론의 경향, 즉 동물, 식물, 사물, 사이보그 등 비인간을 소환하여 진행하는 논의들은 결국 하나를 목표로 한다.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재고이다. 인간이라는 종을 유아독존적인 개체로 떼어내어 피조세계의 청지기 역할을 부여하면서 과도한 책임을 부과했던 휴머니즘에 대한 비판이 여기에는 있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이어 '물질적 전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신유물론'을 구유물론과의 차이를 밝혔다. 이 원장은 "구유물론과 다르게 신유물론은 물적토대, 생산방식, 노동과 임금 등 정치와 경제, 사회적 역학에 관심했던 19-20세기 유물론과 거리를 둔다"고 했으며 "과거의 유물론자들이 물질이 일정시간과 공간을 점하는 변하지 않는 실체로 인식한 반면 신유물론에서 말하는 물질은 스스로 생성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관계맺기, 혹은 '무엇-되기'를 하는 물질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신유물론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해서는 지젝의 비판을 수용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그는 "지젝에 의하면 객체들이 서로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실체로 존재한다는 관점은 물질이 얽혀 있는 사회적 관계를 간과하게 만드는 위험을 지닌다. 물질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인간이 형성해온 사회적·정치적 관계망이 왜곡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는 현실의 실제 문제들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지젝의 주요 비판에 대해서는 △첫째, 인공지능에 입각한 지식과 관계는 인간 주체와 그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의 중요성 약화 △신유물론은 객체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물질을 고립된 실체처럼 다루는 것 등을 들었다.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CRS)와 신학사상연구소 등이 주관하고 한신대가 주최한 2026 CRS 종교와과학 컨퍼런스가 '인공지능의 종교와 과학: 생명과 사물의 관계론'이란 주제로 7일 오전 9시 한신대 서울캠퍼스 채플실에서 열렸다. 사진은 사회를 맡아 컨퍼런스 순서를 진행하고 있는 전철 CRS 센터장의 모습.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데리다의 '환대' 개념에 기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환대의 윤리학'을 제시했다. 그는 "데리다의 '환대'는 본회퍼의 타자론을 현대적 감각으로 보강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 생각된다. 데리다는 초대와 관용(Tolerance) 대신 환대(Hospitality)를 거론하였다. 관용이 근대적 주체가 지녀야 할 미덕이라면 환대는 주체 중심이 아니라 타자 중심이다"라며 "관용의 주체는 자신들의 틀과 규범 안으로 들어온 자들을 향해서는 초대장을 발부하여 집으로 초청하지만, 경계 밖 사람들, 즉 타자들은 집 안으로 들이지 않을 뿐더러 혐오와 적대를 가해도 되는 대상으로 대하는 주체다"라고 했다.
또 "데리다의 환대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의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타자이고, 그래서 결정불가능하고 환원불가능하며 비대칭적인 존재 혹은 대상 일반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 말은 환대의 윤리학은 총체성과 전체성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배제되는 대상을 향한다는 의미이다. 체제와 법 바깥에 남겨진 잔여, 잉여, 타자, 차이에 환대의 윤리는 주목한다"고 이 원장은 덧붙였다.
이날 컨퍼런스에서의 또다른 강연자 김학철 교수는 '인공지능과 교양교육: AI Conductor' 개념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빌둥의 관계적 존재 원리에 입각해 생성형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성을 밝혔다.
특히 그는 "빌둥이 지향하는 전인적 형성은 지성·감성·덕성의 균형 잡힌 발달이다. 이 세 차원은 독립된 능력의 합산이라기보다는 인격 안에서 통합되어 형성된다"며 "생성형 AI는 일면 이 통합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AI는 지성·감성·덕성의 각 차원을 부분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그것들을 살아있는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연세대 김학철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먼저 지성의 차원에서 김 교수는 "생성형 AI는 맥락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패턴을 재조합한다. 이 상황에서 이 사람에게 이 말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언어를 생성한다. 그러나 지성은 보편적 패턴의 인식을 넘어 구체적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을 포함하며, 이것은 지성과 감성이 분리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감정의 차원에서는 "인간의 창의성은 감정적 공명과 개인적 경험에서 발원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 부조리함에 대한 분노 등은 단순한 정서적 반응이 아니라 창의적 생산의 동력이다"라고 했으며 덕성의 차원에서는 "AI 활용에 수반되는 윤리적 문제들, 예를 들어 알고리즘 편향, 데이터 프라이버시, 허위정보 생성, 저작권 침해 등은 규칙 준수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상황 속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는 가치 판단의 문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지성의 판단, 감성의 공명, 덕성의 책임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행위로 발현되는 것, 이것이 전인적 형성의 AI 시대적 표현이며, AI Conductor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의 모습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재승 교수(KAIST, 뇌인지과학)는 '종교와 양심: 인공지능의 시대, 도덕적 판단에 종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는 종교가 인간이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뇌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음을 알렸다. 양심에 따른 도덕 이행과 신의 명령에 따른 도덕 이행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규명하고자 함이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정 교수는 "종교가 인간의 도덕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탐구하고자 한다"며 "종교를 신념 체계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행동을 조절하는 '외부 관찰자'로서의 기능과 양심이라는 '내부 관찰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로 제안한다"고 했다.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이 강연에서 정 교수는 "종교성이 도덕적 판단의 엄격성, 공정성, 그리고 처벌 및 용서의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최근 신경영상 연구 설계를 소개하고 종교적 신념이 뇌 네트워크 수준에서 어떻게 구현되었지에 대한 가설을 제시했다"며 "나아가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정보 주체가 등장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도덕적 판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대한 질문"을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은 점차 AI를 또 하나의 '사회적 타자'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는 종교, 전문가, 다수의 의견과 함께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강연은 종교, 뇌, 그리고 도덕 판단을 하나의 통합된 틀에서 이해하고자 하며 궁극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탐색했다"고 전했다.
한편 오후에 진행된 제3세션에서는 김필성 변호사(법무법인 양재), 박찬국 교수(서울대), 채수일 이사장(크리스챤아카데미), 신익상 교수(성공회대), 임영섭 목사(경동교회), 한경미 교수(한신대), 이현주 박사(종교와과학센터), 이주형 연구원(종교와과학센터) 등이 강연자로 나서 각각 △규범적 판단과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인간이 될 수 있는가?: 인간과 인공지능의 존재론 △인공지능 종교와 인간의 종교 △인공지능과 깊은 문해력 △인공지능 시대의 목회 △인공지능 시대, 학습자 주체성과 기독교교육의 방향 △자율살상무기 규제의 최소 원칙과 신약성서 △ANT와 과정철학 관점에서 본 자율살상무기의 행위자성과 신학적 인간학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