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창세기, 과학적 사실인가? 신앙고백인가?

한국신학아카데미, 2026년 봄학기 학술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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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가 10일 '창세기, 과학적 사실인가? 신앙고백인가?'를 주제로 2026년 봄학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가 10일 '창세기, 과학적 사실인가? 신앙고백인가?'를 주제로 2026년 봄학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창주 박사(한신대 은퇴교수, 구약학)는 창세기뿐 아니라 창조와 관련해 성경 전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박사는 성경의 창조 모티브를 창세기 1-3장뿐 아니라 시편, 지혜전승, 예언서에서 찾아내 그 뜻을 밝혀냄으로써 한국교회가 협소하게 갖고 있는 창조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편 성서의 창조 구절들을 전승사적 맥락에서 기원전 6세기의 포로기적 상황과 결부된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하는 신앙고백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김 박사는 창조주 하나님과 창조에 대한 언급은 하나님이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지역신이 아니라 우주 만물의 주님이시며 시간적으로도 과거에 매여 있는 분이 아니라 "지금도 섭리하시고 구원하며 닫힌 현실을 뚫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놓으시는 분이심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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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가 10일 '창세기, 과학적 사실인가? 신앙고백인가?'를 주제로 2026년 봄학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하고 있는 김창주 박사.

아울러 "창세기가 구약성서의 서두에 배치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창세기는 단순한 기원에 관한 서술을 넘어 토라의 신학적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프로파간다', 곧 이스라엘 신앙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선포한다"고 김 박사는 덧붙였다.

무로부터의 창조인지 혼돈으로부터의 창조인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관련 학설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의 말을 인용해 창세기 설화에 두 입장이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김 박사는 그러면서 폰라트의 창세기 천지창조에 대한 이해를 나누며 "창조 신학은 구원사의 배경을 이스라엘의 역사적 신앙, 곧 국소적인 경험을 전 우주적 차원, 다시 말해 비국소적으로 확장시킨다"며 "창조 신학이 구원사에 종속된 하위 개념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부족 신에서 벗어나 원수의 나라 바빌론까지 아우르는 보편적인 하나님이라는 신학의 지평을 열어준다"고 했다.

김 박사는 또 창세기를 "일종의 프로파간다"라고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창세기가 구약성서의 서두에 배치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멸절의 공포를 딛고 치밀하게 사유한 성찰의 결과물을 제국과 온 세상 앞에 선포한 신학의 핵심이다. 따라서 창세기의 천지창조는 우주의 물리적 기원과 과정을 설명하려는 과학적 기록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의미에서 창세기는 단순한 기원에 관한 서술을 넘어 토라의 신학적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프로파간다', 곧 이스라엘 신앙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선포한다"며 "이와 같이 창세기의 분명한 신학적 의도와 문학적 설계는 전통적인 출애굽의 하나님이나 용사이신 하나님이라는 지역적, 부족적, 이를테면 국소적 범주를 넘어 우주의 창조주 하나님을 알리는데 있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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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가 10일 '창세기, 과학적 사실인가? 신앙고백인가?'를 주제로 2026년 봄학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을 발제하고 있는 박영식 교수(서울신대, 조직신학)

한편 이날 논평을 맡은 박영식 교수(서울신대)는 "몇몇 과학자들은 창세기의 창조이야기를 과학적 정보나 역사실증적 기록물로 파악하고자 한다"며 "이들의 신앙심은 존중되어야 하나 신학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이 논문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경험과 신학적 성찰을 딛고 있는 성경을 과학책으로 읽는다는 것은 말씀이 지닌 두께와 깊이를 무시하고 성경 구절의 표피만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 과학관에 꿰맞추려는 '일치주의'적 행태로서 또 다른 '마라니즘'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들은 현대 과학계에서는 유사과학으로 판정된 자신만의 기원과학인 창조과학을 만들어 과학의 권위를 입은 성경해석을 내세우면서 이를 '성경적 창조론'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창조론은 creationism 곧 창조과학이지, doctrine of creation이 아니다"라고 박 교수는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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