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최근 미국 Graduate Theological Union(GTU)의 총장이자 성서학 교수인 김용환 (Uriah Y. Kim) 박사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4단계 BK21 초연결 시대의 미래 종교 교육연구팀(BK21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얼마 전 미국 Graduate Theological Union(GTU)의 총장이자 성서학 교수인 김용환 (Uriah Y. Kim) 박사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로고스와 사랑: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소명(Logos and Love: The Human Vocation in an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을 주제로 열린 이번 강연에서 김 총장은 인공지능(AI)을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공동체 형성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문명적 전환"의 계기로 바라보며, AI 시대 속 인간성과 신학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했다.
이번 강연의 핵심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와 함께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가"였다. 김 총장은 성서의 지혜 전통(wisdom tradition), 로고스(logos), 인간 소명 개념을 통해 인간과 AI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재해석했다.
먼저 강연자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단순히 인간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지식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AI가 글쓰기와 번역, 금융 계획, 내비게이션, 정보 검색, 일상 대화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며 인간의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단순한 "도구"라기보다 인간의 사고와 의미 해석 과정을 둘러싼 새로운 "기술 생태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간은 AI와 함께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존재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성서의 지혜 전통(wisdom tradition)과 연결해 해석했다. 잠언에 등장하는 "지혜 부인Lady Wisdom"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인간 삶을 다양한 목소리가 경쟁하는 "갈림길"로 설명하면서, 지혜의 목소리뿐 아니라 "어리석음(folly)"의 목소리 역시 인간을 끊임없이 유혹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현대 사회 또한 이러한 경쟁하는 목소리들 속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알고리즘과 디지털 플랫폼이 특정한 목소리를 증폭하는 반면 다른 목소리는 주변화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인간은 점점 더 제한된 정보 환경 속에서 사고하게 되고, 비판적 분별 역시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오늘날 AI 산업을 이끄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기술 기업가들이 속도, 규모, 최적화를 중심 가치로 삼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간의 공동체적 성숙과 책임, 윤리적 문제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총장은 창세기의 창조 서사를 바탕으로 로고스를 세 가지 차원, 즉 신적 로고스(Divine Logos) 인간적 로고스(Human Logos), 기계적 로고스(Machine Logos)로 구분했다. 신적 로고스가 세계를 창조하는 언어라면, 인간적 로고스는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반면 AI로 대표되는 기계적 로고스는 방대한 데이터 속 패턴을 탐지하고 재조합 할 수는 있지만, 그 패턴의 의미를 분별하고 책임 있게 해석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점묘화의 비유를 활용해 "AI는 수많은 점과 정보 속 패턴을 계산할 수 있지만, 그림 전체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AI를 인간 지성의 "거울(mirror)"에 비유하며, AI가 인간의 언어와 사고를 놀라울 정도로 모방하고 있지만, 독립적인 삶과 내면을 가진 실존적 존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언어는 기억과 경험, 관계와 역사 속에서 형성되며, 자신의 언어를 삶 속에서 살아내고 책임지는 과정을 수반한다. 반면 AI의 언어는 삶의 연속성과 책임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인간 지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본래 감당해왔던 의미 해석의 소명을 오히려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로 인간의 "해석 환경"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성서해석학의 개념인 "삶의 자리(Sitz im Leben)"를 활용해, 인간은 언제나 특정한 공동체와 문화, 전통 속에서 텍스트를 이해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검색 알고리즘과 추천 시스템, AI 요약, 플랫폼 큐레이션 등이 현대인의 새로운 "삶의 자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인간은 이미 조직된 디지털 플랫폼 속에서 정보를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AI 업계가 더 나은 질문을 입력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을 넘어, 기억과 배경지식, 지속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환경 자체를 설계하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context engineering)"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판단과 해석이 단순히 질문 자체가 아니라, 그 질문이 형성되는 환경과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연 전반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최적화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형성을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현재 AI 기술이 효율성과 수익 극대화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미래의 기술 환경은 인간의 지혜와 상상력, 공동체적 책임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AI 시대 속 인간 정체성과 몸의 경험, 인간과 기계의 경계, 그리고 신학과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패널들은 AI 기술이 단순한 계산 기계를 넘어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기술 발전을 단순한 "도구적 관점"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학과 인문학이 오랫동안 인간 형성과 공동체적 분별의 문제를 다뤄온 만큼, AI 시대의 윤리와 교육, 인간 이해를 위한 중요한 성찰의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강연을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이번 강연은 AI를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해석, 공동체 형성의 문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었다"며 "특히 기술 발전과 초연결 시대 속에서 신학과 인문학이 인간의 분별력과 책임, 공동체적 지혜를 어떻게 회복하고 형성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하게 만든 강연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히브리 성서, 지혜문학, 탈식민주의 성서해석,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Asian American theology) 등을 연구해왔다. 특히 성서 해석과 문화 정체성, 공동체 기억과 상상력의 관계를 탐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AI 시대의 인간 형성과 신학 교육의 미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넘어: 다양한 인식론적 기반에서의 탈식민주의 성서 읽기(More Than an Interpretation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A Postcolonial Reading from a Different Epistemological [Back]Ground)"(2019), "타자들과 함께/안에서 하나님과 정체성, 고향을 찾아서: 한인 디아스포라와 구약성서에 대한 성찰 (In Search of God, Identity and Home with/in Others: A Reflection on Korean Diaspora and Old Testament)"(2019)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