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의 '유신진화론 이단 결의'에 대해 신학계 일각에서 깊은 우려를 표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은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유신진화론, 혹은 진화적 창조론은 하나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면서도 생명 세계의 역사와 다양성에 관한 현대 과학의 논의를 신앙 안에서 성찰하려는 신학적 시도이다"라며 "이 입장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고, 교단 신학의 관점에서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복잡한 신학적, 과학적 논의를 충분한 연구와 공개 토론, 전문가 검토, 반론 청취의 절차 없이 이단으로 정죄하는 것은 결코 신중한 교회의 태도라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학문적 탐구를 이단으로 정죄한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한국교회와공공성포럼>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120년차 총회가 '유신진화론'을 이단으로 결의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교단의 내부 신학 입장 표명을 넘어, 한국교회가 과학과 학문, 그리고 신학적 탐구를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대한 사건이다.
유신진화론, 혹은 진화적 창조론은 하나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면서도 생명 세계의 역사와 다양성에 관한 현대 과학의 논의를 신앙 안에서 성찰하려는 신학적 시도이다. 이 입장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고, 교단 신학의 관점에서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복잡한 신학적, 과학적 논의를 충분한 연구와 공개 토론, 전문가 검토, 반론 청취의 절차 없이 이단으로 정죄하는 것은 결코 신중한 교회의 태도라 할 수 없다.
'이단'이라는 말은 매우 무거운 언어이다. 그것은 한 개인과 공동체의 신앙, 학문, 목회적 자리를 송두리째 훼손할 수 있는 판단이다. 그러므로 이단 규정은 가장 엄격한 절차와 치밀한 논증, 그리고 공적 책임 속에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이번 결의가 그러한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인류는 AI, 생명공학, 기후위기, 우주과학의 발전 속에서 문명사적 전환을 겪고 있다. 이런 시대에 교회가 진화론과 창조 신앙의 관계라는 오래된 신학적 쟁점조차 성숙하게 토론하지 못한다면, 21세기 지성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겠는가. 복음은 질문을 금지함으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창조 신앙은 과학을 두려워함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겸손한 탐구 속에서 더욱 풍성해진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진화론을 말하는 신학자들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교회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은 반지성주의, 권위주의, 세습, 혐오, 재정 불투명성, 약자에 대한 무감각이었다. 그럼에도 교회가 자신의 진정한 위기를 외면한 채 학문적 논의를 희생양 삼아 정체성을 확인하려 한다면, 그것은 교회를 지키는 길이 아니라 더욱 고립시키는 길이다.
우리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가 이번 결정을 재고하고, 이 사안을 신학자, 과학자, 목회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책임 있는 연구와 대화의 장으로 돌려놓기를 촉구한다. 교회는 질문하는 이들을 침묵시키는 곳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 더 깊은 진리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2026년 6월 14일
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