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대표적 신학자 장공 김재준(1901~1987)의 신학을 생태신학과 공공신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세대학교 정미현 교수(조직신학)는 『대학과 선교』 제68집에 게재한 「김재준 신학 사상의 생태 감수성」에서 김재준의 신학이 단순한 교리적 논의를 넘어 생명과 자연, 정의와 평화를 아우르는 공공신학적 성격을 이미 담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먼저 김재준이 자유주의와 근본주의라는 양극단을 넘어 독자적인 신학적 길을 개척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김재준이 성서의 권위를 존중하면서도 문자주의적 성서 이해를 비판하고, 우주적 그리스도론(cosmic Christology)을 중심으로 창조세계 전체를 포괄하는 신학을 전개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연구는 김재준이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을 일찍부터 실천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향을 받은 김재준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모든 생명과 피조세계를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이해했으며,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생태신학의 핵심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논문은 또한 198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제6차 밴쿠버 총회의 핵심 의제였던 '정의·평화·창조질서의 보전(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과 김재준 신학 사이의 연관성도 분석했다. 저자는 김재준이 이미 WCC 총회 이전부터 정의와 평화, 창조세계 보전에 대한 신학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를 통해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이전부터 김재준의 신학 안에는 사회적 책임과 생태적 감수성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를 한국 공공신학의 선구적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김재준의 신학은 자유주의와 근본주의의 대립을 넘어 우주적 그리스도론을 중심으로 생명과 창조세계를 포괄하는 신학을 전개했다"며 "오늘날 기후위기와 생태문제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김재준 신학은 새로운 공공신학적 자원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김재준을 민주화운동이나 교회개혁의 상징으로만 이해해 온 기존 연구를 넘어, 그의 신학이 지닌 생태적 감수성과 공공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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