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신학계, ‘빈곤문제’의 신학화 사명 있어”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서 김장생 박사 강연

▲일가 김용기 장로 ⓒ일가재단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하고 일평생을 근검, 절약정신을 가르치는 데 힘썼던 일가 김용기(金容基, 1909~1988) 장로. 그의 뒤를 따르는 제자 중 한 명인 김장생 박사(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박사, 現 가나안연세지도자교육원 기획실장)가 “한국신학계는 ‘빈곤문제’를 신학화 할 사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27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소장 김창락) 월례포럼에서 ‘빈곤의 문제와 김용기’란 주제로 발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학이 ‘빈곤문제’ 다뤄야 하는 이유 1- 빈곤의 성찰 속에서 인간다움을 찾기 위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말은 21세기 들어 사장된 명언인 듯 보인다. 빈국이든 부국이든 ‘무조건 잘 살고 보자’는 게 공통된 가치판단이다.

김 박사는 이 시대가 빈곤의 ‘성스러움’이 사라진 시대라고 보았다. 중세시대 수도자들에게 빈곤은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중세 후기의 교회법학자 후구치오(huguccio)는 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빈곤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예수의 삶을 모델로 하여 스스로 빈민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세속적 욕망을 지녔으나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가난한 삶을 사는 사람으로 빈곤자들을 분류했던 것.

김 박사는 오늘날 빈곤은 ‘욕구가 충분히 만족되지 않은 상태’로 정의될 뿐이라고 지적하고, 빈곤문제의 고찰 속에서 인간됨의 성스러움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학이 ‘빈곤문제’ 다뤄야 하는 이유 2 –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 낙관론은 빈곤문제가 곧 해결될 것으로 보아왔으나, 여전히 빈곤은 가장 많은 이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가는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연간 3천만 명 이상이 빈곤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에 정부간기구, 정부기구, 비정부기구 등을 통하여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한계가 많다.

대표적으로 UN에서 운영하는 빈곤 타파 프로젝트 ‘MDGs’는 2005년 기준 1700억 달러의 원조기금을 마련했으나 아직도 국가당 120억 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지원금은 계속 줄고 있고 이에 MDGs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이러한 전인류적 문제에 신학계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왜 ‘한국신학계’가 빈곤문제 다뤄야?

김 박사는 한국신학계가 ‘빈곤문제’를 화두 삼아 신학화 작업을 벌일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왜 한국인가? “서구신학은 빈곤문제에 대한 성찰의 의지가 없어 보이고, 빈곤국은 성찰의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빈곤의 경험과 빈곤극복의 경험이 공존하고, 빈곤의 세대와 빈곤 이후의 세대가 공존하는 한국이 이 문제를 다루기에 알맞다”는 것.

‘근로’, ‘봉사’, ‘희생’을 통한 빈곤극복 모델 제시해야

김 박사는 김용기 장로가 설립한 ‘가나안농군학교’를 빈곤극복의 모델로 들었다.

가나안농군학교는 근로, 봉사, 희생을 통해 빈곤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외재적 지원을 토대로 한 빈곤 극복모델과 구별된다. 외재적 빈곤 극복모델은 수혜자가 ‘자기 상실’을 경험하게 되지만, 가나안농군학교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근로, 봉사, 희생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자기 상실이라는 굴종을 넘어 모두가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하는 서로 주체성을 경험한다는’ 것. 가나안농군학교는 5시 기상, 12시간 노동, 의식주 개선, 가계 개선 등을 구호 삼고 있다.

또 근로를 통해 “주체적 사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질병과 전염병에 노출된 이들에게 지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자기반성과 자기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 물자와 지식이 주어질 때, 빈곤한 이들은 고통의 노예에서 자유인으로의 발걸음을 옮길 수 없게 된다”고 보았다.

‘빈곤극복’을 최종적인 목표로 보는 경우에도, 가나안농군학교는 이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하고 있다.


김 박사는 한국의 신학계가 빈곤극복의 모델 제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쓰라린 고난의 역사를 가진 한국은, 빈곤의 어둠 속을 헤매는 이들에 대해 연대의식과 사랑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나를 발견하는 자유’를 나눠야 한다”고 말하고, 빈곤문제의 신학화 작업은 “한국신학의 사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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