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 제리 필레이 총무가 9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열린 ‘2026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 개회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제리 필레이 총무가 9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열린 '2026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 개회예배에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의 사명을 강조했다.
'세계평화와 한반도: 치유와 화해, 평화를 일구는 교회'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대회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과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진행된다.
필레이 총무는 개회예배 설교를 통해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지속되는 전쟁과 갈등의 현실을 바라보며,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평화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평화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세계교회가 함께 책임을 나누고 기도하며 행동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형이상학적 평화가 아니라 실천적 평화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몰트만의 희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필레이 총무는 "그리스도인들의 평화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았다. 눈 앞의 현실은 평화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몰트만의 희망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희망이 곧 평화라는 것이다. 평화는 아주 멀리있는 꿈이 아니다. 이미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들어왔다. 그것은 계속해서 자라나는데 성령님과 동행하는 곳에서 그렇다. 정의가 억압을 이긴다. 평화가 폭력을 이긴다. 화해가 적개심을 극복하게 한다"고 전했다.
그가 강조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갈등의 원인을 직시하고 상처 입은 이들을 돌보며, 적대와 불신을 넘어 화해를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교회는 사회의 갈등을 방관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평화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9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2026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 개회예배가 열렸다.
필레이 총무는 또한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다양한 분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과 한반도의 분단 현실은 서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평화를 향한 세계교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번 대회의 핵심 화두 가운데 하나인 '정의로운 평화'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NCCK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정의로운 평화를 향한 세계교회의 공동 증언을 이어가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군축, 세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책임과 협력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남북 교회가 만나 한반도 평화의 원칙을 확인했던 '글리온 회의' 40주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는 당시의 에큐메니칼 정신을 오늘의 한반도 현실 속에서 다시 확인하고, 정체된 남북관계와 국제적 긴장 속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평화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필레이 총무의 설교는 결국 평화를 먼 미래의 정치적 과제로만 남겨두지 말고, 교회가 지금 여기에서 실천해야 할 신앙의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모아졌다. 교회가 분열된 세상 안에서 또 하나의 분열을 만들어내는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고 상처 입은 이들을 품으며 화해의 길을 열어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는 9일부터 11일까지 국제회의를 진행한 뒤 12일에는 DMZ 평화순례를 이어가며, 13일에는 경동교회에서 '세계 교회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합예배'를 드리는 일정으로 마무리된다. 참가자들은 논의를 바탕으로 11일 '서울평화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