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한반도 평화는 아시아 교회의 공동 과제...연대의 에큐메니즘 강화해야"

문정은 CCA 신임총무에게 듣는다(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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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2026 한반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정은 CCA 총무의 모습.

2026 한반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를 공동 주최한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CCA) 문정은 신임총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분량상 1·2부로 나누어 게재한다. 1부에서는 문 총무가 바라보는 아시아 교회의 주요 과제와 CCA의 향후 사역 방향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바라보는 아시아 교회의 시각, 한국교회와의 연대 및 협력 방안 등을 들었다. 다음은 1부 질의응답 전문이다. - 편집자주

1.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신임 총무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이후 CCA를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고 계신 과제는 무엇입니까? 특별히 현재 아시아 교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의 총무로 섬길 기회를 주신 하나님과 CCA 회원교회 그리고 한국 교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CCA는 서로 다른 전통, 문화, 언어, 사회적 현실 속에 있는 아시아 교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걷고, 함께 증언하며, 함께 섬기도록 연결해 온 소중한 공동체입니다.

제가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과제는 급변하고 불확실한 아시아의 현실 속에서 교회들이 연대의 힘을 회복하고 공동의 증언을 더욱 구체화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오늘 아시아는 경제적 불평등, 무력분쟁과 군사화, 종교적·민족적 긴장, 인권 침해, 강제이주와 난민 문제,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 그리고 청년세대의 불안과 소외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이른바 '다중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CCA도 최근 이러한 현실을 평화, 기후위기, 강제이주·인신매매, 빈곤과 불평등, 소수자와 종교의 자유의 문제 등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하나만 꼽기보다, 저는 생명과 존엄을 위협하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 긴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쟁과 갈등, 군비경쟁, 차별과 배제, 경제적 착취, 기후재난과 강제이주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피해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 여성과 아동, 이주민, 난민, 소수민족과 소수종교 공동체,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더 무겁게 돌아갑니다. 아시아 곳곳에서 지속되는 갈등과 긴장은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며, 기후위기는 태풍·홍수·가뭄·산불 등 재난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 수많은 이들의 삶과 터전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사명은 단지 위기 이후의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고통받는 이들과 동행하고, 상처 입은 공동체의 회복을 돕는 동시에, 불의와 폭력을 낳는 구조를 성찰하며 변화시키는 예언자적 증언을 감당해야 합니다.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의가 존중되고, 인간의 존엄이 보호되며, 모든 피조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참된 평화가 가능해집니다.

특별히 저는 아시아 교회가 이주민과 난민, 인신매매 피해자,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을 더욱 환대하고 보호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CCA는 회원교회들이 이주민 사역을 강화하고, 환대(hospitality)와 치유(healing)의 공동체가 되며, 국내외 차원의 옹호활동 (advocacy action)에 참여하도록 요청해 왔습니다. 이러한 요청은 단순한 사회적 관심이 아니라, 낯선 이를 맞아들이고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계신 그리스도를 섬기라는 복음의 요청입니다.

2. CCA는 아시아의 다양한 교회와 교단, 에큐메니칼 기관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문 총무님께서 임기 동안 CCA를 어떤 공동체와 운동으로 만들어 가고 싶으신지, 그리고 신임 총무로서 특별히 새롭게 추진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그리는 CCA는 단순히 여러 교회와 기관을 연결하는 조직을 넘어, 아시아의 상처와 희망을 함께 품고 행동하는 살아 있는 '에큐메니칼 공동체'입니다. 신학적·교단적 차이, 문화적 다양성, 정치적 상황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그 차이가 분열의 이유가 아니라 더 깊은 상호 배움과 연대의 자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곧 다양성 가운데 일치와 연합의 가치를 이루어내는 공동체를 의미하는...)

CCA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모습을 더욱 분명히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청하는 공동체: 지역교회와 풀뿌리 공동체, 청년, 여성, 이주민, 장애인, 원주민과 소수 공동체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는 CCA가 되어야 합니다. 정책과 프로그램은 본부나 일부 지도자들의 관점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연결하고 동행하는 공동체: 아시아의 교회들은 각기 다른 조건 속에서 사역하고 있지만, 평화·정의·생태·이주·인권이라는 과제 앞에서 서로 배우고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CCA는 회원교회, 기독교협의회, 신학교, 청년·여성 네트워크, 전문기관, 시민사회 및 타종교 파트너를 연결해 실질적인 협력의 장을 넓혀 가야 합니다. 최근 CCA가 주관한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 회의에서도 정의, 평화, 화해, 창조세계 돌봄을 위한 '연대의 에큐메니즘'과 협력적 디아코니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 예언자적으로 증언하는 공동체: CCA는 교회 일치의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전쟁과 군사화, 인권 침해, 차별, 생태 파괴,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와 강제이주 등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높여 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는 곧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 인간 존엄, 창조세계의 보전을 증언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입니다. CCA는 이미 아시아의 군사화와 군비경쟁, 자원 착취로 인한 환경위기와 강제이주, 그리고 인신매매 문제에 관해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 미래세대를 세우는 공동체: 에큐메니칼 운동의 미래는 청년과 여성,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단지 행사에 초대받는 참여자가 아니라, 의사결정과 신학적 성찰, 평화·기후·디지털 시대의 과제에 대한 실천의 주체가 되도록 길을 열어야 합니다. CCA 역시 청년 참여를 지역·국가·아시아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강화할 필요를 중요한 과제로 제시해 왔습니다.

추진하고 싶은 방향저는 임기 동안 CCA의 사역을 "더 가까이 듣고, 더 넓게 연결하며, 더 용기 있게 행동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첫째, 회원교회와 기독교협의회, 지역의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습니다. CCA의 사역이 지역의 실제 필요와 긴밀히 연결되도록 하고, 서로의 경험과 자원을 나누는 상호학습의 구조를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둘째, 평화·화해·인권·이주·기후정의와 같은 공통 과제에 대해 교회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실질적 플랫폼을 강화하겠습니다. 선언과 논의에 머물지 않고, 현장의 보호와 돌봄, 교육과 역량 강화, 정책 옹호와 국제적 연대를 연결하는 사역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셋째, 에큐메니칼 리더십 형성과 신학 교육을 더욱 중시하겠습니다. 아시아의 청년과 여성,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각자의 지역 현실 속에서 복음을 새롭게 해석하고, 교회의 일치와 공공성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지역교회는 전도와 선교, 정의와 화해의 삶을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공동체이며, 기독교협의회와 기독교 기관들은 이를 위한 공동 행동과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제가 바라는 CCA는 아시아의 교회들이 서로를 그리스도 안의 동역자로 받아들이며, 고통받는 이웃과 피조세계의 신음에 함께 응답하는 공동체입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면서도 정의와 평화, 화해와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해 함께 걸어가는 CCA, 곧 아시아의 희망을 섬기는 에큐메니칼 운동으로 성장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 최근 한반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에 참여하시면서 아시아 교회를 대표해 여러 입장을 전달하셨습니다. 현재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통일 문제는 어느 정도의 관심과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까? 과거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한반도 평화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과 비교할 때, 오늘날 아시아 교회가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심에는 어떤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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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2026 한반도 에큐메니칼 평화대회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전하고 있는 문정은 CCA 총무의 모습.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그리고 궁극적인 통일의 문제는 여전히 아시아 교회가 중요한 에큐메니칼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물론 각국 교회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관심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과 군사적 긴장이 동북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와 세계의 평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결코 한국교회만의 과제가 될 수 없습니다.

CCA는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노력에 연대해 왔습니다. 특히 CCA 제15차 총회 (2023년)는 한반도에 지속되는 전쟁의 위협과 갈등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정전 상태를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결단,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행과 행동의 자제, 남북한 그리스도인 간의 민간 교류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또한 CCA 회원교회들이 매년 8월 둘째 주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공동기도에 함께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최근에는 한반도 문제가 단지 '분단의 역사'나 '통일의 정치적 과제'로만 인식되기보다, 전쟁과 핵위협, 군사화, 인도주의적 고통, 생태위기, 국제적 대결 구도와 연결된 정의로운 평화의 문제로 더욱 폭넓게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WCC·CCA·NCCK가 함께 개최한 국제 에큐메니칼 평화대회도 이러한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이 모임은 한반도 평화를 세계적 갈등과 연결해 성찰하며, 교회가 치유·화해·평화 구축의 공동체로 부름받았음을 재확인했습니다.

과거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한반도 평화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분명합니다. 특별히 1986년 글리온 협의회는 남북 교회가 만나 화해와 평화의 원칙을 논의한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오늘의 과제는 그 유산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한 현실 속에서 새롭게 계승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아시아 교회는 한반도 문제를 보다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군사적 충돌과 핵위험을 낮추고 전쟁 상태를 끝내야 한다는 긴급한 요구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가 단절된 현실에서 인도주의적 협력, 시민사회와 종교 공동체의 교류, 기후와 보건 등 공동의 필요를 중심으로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 교회의 관심은 단순한 정치적 해법의 촉구를 넘어, 적대와 불신을 넘어설 수 있는 관계와 평화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로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한국 교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는 한국 교회를 넘어 아시아 교회가 함께 참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CCA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대나 활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반도 평화운동에서 한국교회가 중심적 역할을 해 온 것은 매우 소중한 역사이며, 앞으로도 한국교회의 목소리와 경험은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는 한국 교회만의 노력으로 실현될 수 없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군사적 대결은 동북아시아의 안보, 국제적 군비경쟁, 핵무기 위협, 인도주의와 인권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시아 교회와 세계 교회의 연대는 한국 교회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평화의 증언을 더욱 넓고 강하게 뒷받침하는 일입니다.

아시아 교회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 위험은 동아시아와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평화는 어느 한 나라의 국경 안에만 머물 수 없습니다.

둘째, 아시아 교회는 전쟁, 식민주의, 분단, 군사독재, 이주, 빈곤, 종교·민족 갈등의 상처를 각기 다른 형태로 겪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서로 배우고 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셋째, 정치적 대화가 막혀 있을 때에도 교회와 시민사회는 기도, 인도적 지원, 평화교육,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국제적 옹호를 통해 평화의 공간을 지켜 갈 수 있습니다.

CCA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노력을 지속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기적 기도와 예배 연대: CCA 회원교회들이 남북 공동기도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기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각국의 언어와 상황에 맞는 예배자료와 평화교육 자료를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이는 평화를 특정 국가의 이슈가 아니라 아시아 교회의 공동 기도 제목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에큐메니칼 평화외교: CCA는 WCC, NCCK, 회원교회 및 국제 에큐메니칼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관련 정부와 국제사회가 군사적 위협과 적대적 언행을 줄이고 대화와 신뢰구축을 재개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선언 역시 적대행위와 군사적 활동의 중단,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대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에큐메니칼 평화외교의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인도주의·디아코니아 협력의 확대: 정치적 입장 차이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 보건과 식량, 재난 대응, 취약계층 지원과 같은 공동의 인도주의적 과제를 중심으로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가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세계교회 지도자들은 기후변화, 인도주의·사회적 필요, 디아코니아 협력이 대화와 신뢰를 다시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평화교육과 차세대 리더십 형성: 한반도 평화의 역사와 국제적 의미를 아시아의 신학교, 청년운동, 여성 네트워크, 교회 지도자 교육 과정에서 함께 다루고, 평화·화해·비폭력·인권에 관한 공동 학습과 교류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CCA는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와 평화를 증언하는 공동체로서, 갈등의 언어가 대화의 언어를 완전히 대체하지 않도록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적 관심과 도덕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고자 합니다.

5. 한반도 분단과 군사적 긴장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와 아시아 전체의 평화 및 안보와 연결돼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시아 교회의 입장에서 한반도 평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한반도 평화가 아시아 평화와 어떤 관계에 있다고 보십니까?

한반도의 분단과 군사적 긴장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아시아 전체, 나아가 세계 평화와 연결된 문제입니다. 한반도는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군사적 대결,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 경제적 상호의존, 역사적 갈등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높아질수록 그 영향은 주변 국가들의 안보와 경제, 인도주의적 상황, 국제적 군비경쟁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는 아직 법적으로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정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상호 불신과 군사적 대비는 고착되고, 작은 오해나 우발적 충돌도 더 큰 위기로 번질 위험이 커집니다. 세계교회는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면서, 한반도에서 적대와 군사적 대결을 줄이고 전쟁 상태를 종식하며, 상호 존중에 기초한 평화적 공존과 지속 가능한 평화체제를 세워야 한다고 촉구해 왔습니다.

아시아 교회의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는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그것은 전쟁을 끝내고 생명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군사적 충돌과 핵 위협의 가능성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평화의 조건입니다.

둘째, 그것은 화해와 상호 존중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문제입니다. 오랜 분단과 적대의 역사 속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길을 열 수 있다면, 이는 갈등과 분열을 겪는 다른 아시아 지역에도 중요한 희망과 교훈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참된 안보는 더 많은 무기와 위협만으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안보, 경제적 정의, 생태적 지속가능성, 인권, 신뢰와 협력이 함께 보장될 때 지속 가능한 평화가 가능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곧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중요한 시험대이자 희망의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화해와 평화공존의 길이 열릴수록 동북아시아의 긴장은 완화되고, 아시아 전체가 군사적 경쟁보다 협력과 공동번영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는 아시아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야 할 공동의 과제입니다.

6.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젊은 세대에게 한반도 분단과 통일 문제는 과거 세대와 상당히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CCA가 앞으로 젊은 기독교인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문제를 다룬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늘의 청년 세대에게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은 부모·조부모 세대가 경험한 방식과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많은 청년에게 분단은 개인적 기억보다 역사적·사회적 현실로 느껴질 수 있으며, 통일이라는 말도 때로는 비용과 불확실성, 안보 불안, 삶의 경쟁과 연결되어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단순히 무관심으로 판단하거나, 청년들에게 과거 세대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CCA와 아시아 교회가 청년들과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논의할 때에는, 무엇보다 청년들의 실제 질문과 삶의 언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평화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청년들이 겪는 고용 불안, 주거 문제, 기후위기, 디지털 공간의 혐오와 분열, 군사적 불안, 이주와 다양성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음을 함께 성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와 인간의 삶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통일을 하나의 정답이나 즉각적 목표로 제시하기보다, 먼저 전쟁을 예방하고 적대를 줄이며, 서로 다른 체제와 사회 속의 사람들이 인간다운 존엄을 누리도록 하는 평화의 가치를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청년을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세워야 합니다. 청년들이 기획자, 발제자, 연구자, 예배 인도자, 디지털 캠페인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청년에게 단지 참여를 요청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과 평화 실천의 공간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아시아적 만남과 교류를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의 청년들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청년들과 만나 각 지역의 전쟁, 식민주의, 군사화, 기후위기, 이주와 화해의 경험을 나눌 때, 한반도 평화를 더 넓은 아시아 평화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평화를 민족주의적 과제가 아니라 공동의 인간적·신앙적 과제로 바라보게 할 것입니다.

평화교육을 삶과 실천에 연결해야 합니다. 성경 공부, 예배, 신학교육, 평화 순례, 온라인 콘텐츠, 예술과 음악, 기후·인권 캠페인을 통해 평화교육이 살아 있는 실천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단순히 강의를 듣는 방식보다 직접 만나고 보고, 질문하고, 공동의 행동을 만들어 갈 때 더 깊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혐오와 허위정보에 대응해야 합니다. 분단과 안보 문제는 디지털 공간에서 불안과 적대, 이념적 양극화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비되기도 합니다. 교회는 청년들과 함께 사실에 근거한 대화, 비폭력적 소통, 상대방의 인간성을 지키는 언어를 훈련해야 합니다.

교회는 청년들이 한반도 평화를 '먼 과거의 역사'나 '누군가의 정치적 의제'로만 보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오히려 이를 전쟁 없는 미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공동의 책임,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인간다운 삶과 안전을 만들어 가는 과제로 연결해야 합니다. 2026년 국제 에큐메니칼 평화대회가 강조한 치유·화해·평화구축의 교회라는 비전은 바로 이러한 미래 세대의 참여와 창의성 속에서 더욱 살아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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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국장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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