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어깨동무사업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지난 8일 AI 시대의 대안적 종교문화를 연구해 온 이성호 교수(배재대 사회복지학과)를 초청해 온라인 특강을 개최했다.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기술의 활용을 넘어 AI와 데이터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기독교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4단계 BK21 어깨동무사업팀(팀장 임성욱 교수)은 최근 이성호 교수(배재대 사회복지학과)를 초청해 온라인 특강을 개최했다. 'AI 시대의 종교문화: 데이터 종속을 넘어 기독교적 대안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특강은 '종교, 문화와 지역사회를 다시 잇다'라는 사업 방향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강연에서 AI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 데이터가 수집·활용되는 과정에서 권력과 부가 누구에게 집중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상의 활동이 데이터로 수집되고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관리되는 과정에서 인간과 공동체가 기술 권력에 종속될 수 있다며 이를 '데이터 식민주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역시 단순히 AI가 인간을 넘어선 사건으로만 해석하기보다, 기업의 기술 시연과 플랫폼 영향력 확대라는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둘러싼 논의의 초점을 기술의 우월성에만 둘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집중되고 사회적 관계를 재편하는지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신학계의 AI 연구 동향도 소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2~2024년 발표된 AI 관련 신학 논문 37편 가운데 22편은 목회와 교육, 상담 등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데이터가 인간과 공동체를 자원화하는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데이터 식민주의가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다양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으로는 전방위적 감시와 맞춤형 추천·광고가 개인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으며, 필터 버블과 반향실 효과는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고 공적 토론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고리즘에 따른 의사결정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와 난민 등 취약집단에 대한 데이터 기반 통제 역시 주요한 우려로 꼽았다.
경제적으로는 소수의 거대 AI 플랫폼 기업에 시장 지배력이 집중되고, 데이터 활용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그에 따른 부담이 불균등하게 배분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노동과 자원, 기술 인프라가 불리한 구조에 놓일 경우 식민지 시대의 불평등한 자원 분배가 새로운 형태로 재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신학적으로 조명한 이 교수는 인간 존엄성의 근거로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제시했다. 인간은 기술적 효율성과 경제적 가치만으로 평가될 수 없는 존재이지만, 데이터 식민주의는 인간을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추출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AI 시대의 바벨론 포로'에 비유했다. 고대 바벨론 포로들이 제국의 지배 아래 정체성과 신앙을 위협받았듯, 오늘날 인간도 데이터와 AI 권력에 의해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AI를 외부에서 주어진 위협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술에 인간의 욕망과 권력 의지가 투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 자신의 책임도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교회가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기술 권력의 오남용을 감시하며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는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실천 방향으로는 하나님 나라 윤리에 기반한 세 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첫째는 타자를 데이터 객체가 아닌 고유한 인격적 존재로 대하는 '타자성과 해방의 윤리'다. 데이터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특정 국가나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학계 등이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디지털 약자와의 연대다. 하나님과의 교제가 이웃과의 연대로 이어진다는 신학적 관점에서,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일은 선택적인 선행을 넘어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셋째는 '디지털 청지기직'이다. 효율성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기술 활용에서 벗어나 인간의 역량을 보완하는 기술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술의 목적과 공동선에 관해 질문하고, AI가 제공하는 답변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분별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길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교회의 디지털 약자 지원 방안과 다층적 거버넌스에서 종교의 역할, 포스트휴머니즘 논의와의 관계 등을 놓고 토론이 진행됐다. 이 교수는 기술 설계 과정에 이용자를 참여시키고 사회적 약자의 관점과 필요를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의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강을 기획한 임성욱 교수는 "AI와 데이터가 공동체의 삶에 만들어 내는 새로운 균열을 종교윤리의 관점에서 살펴본 자리였다"며 "디지털 약자와의 연대, 타자를 데이터로 환원하지 않는 윤리, 다층적 거버넌스에 대한 제안은 종교와 문화가 단절된 지역사회를 다시 잇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질의응답에서 제기된 교회와 복지 현장의 협력 방안, 교육 현장의 혼란에 대한 대안 모색은 앞으로 사업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풀어 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문제는 AI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AI와 데이터가 어떤 인간과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AI 시대를 맞은 교회가 기술의 편리함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지키며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윤리적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