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정준, 그가 한국교회에 남긴 ‘찬란한 유산’

▲1970년대 초 한신대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준 당시 한신대 학장(왼쪽)과 안병무 교수(오른쪽)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도 있었지만, 아무리 퀴퀴한 삶에도 찬란하게 빛나는 햇볕 한 줄기쯤은 있음이다. 신학자 김정준(1914~1981)의 삶도 그랬다. 33세에 시한부인생을 선고 받고 졸지에 꼴등 인생으로 추락했지만, 기적적으로 67세까지 살았다. 이후로 그는 늘 어둠 속에 빛이 되시는 존재로서의 신을 찬양하며 살았다.

김정준. 한신대 학장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원장을 지낸 구약학자, 에큐메니컬 운동가, 기독교 연합기관 이사장, 편집위원장, 목회자. 이렇듯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생에 대한 해석은 간단명료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김정준의 빛나는 신앙이 도서 ‘한국 기독교 지도자 강단설교 – 김정준’(홍성사)으로 엮어져 나왔다. 책을 편집한 KIATS(한국고등신학연구원)은 김정준이 남긴 ‘믿음의 유산’을 발굴코자 했다며, “보수화되고 획일화되어 가는 한국교회에 그의 삶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부에서는 김정준이 지나온 길을 김정준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노년의 김정준은 “권력이 인간을 강자로 만든다고 할 수 없습니다. 권력은 그보다 더 높은 권력 아래 굴종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또 서른 셋에 폐결핵을, 회갑 이래로 심장병을 앓아 온 자신의 삶을 “나는 하나님의 은혜의 손이 이 생명을 연장시켜 주시기 때문에 아직도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올 한 해마도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나는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란 말을 ‘명재命在는 신은神恩’이라고 고쳐 읽게 되었습니다”라고 노래한다.

육체의 약함 속에도 그는 저작과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연합신학대학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신학-신학교육-신학적인 활동을 연결해 보려 한 노력을 “신학자로서 가장 자부하고 싶다”고 끼끗한 목소리로 말한다. 또 1966년 신학교육기금위원회 아주亞洲 지역 대표로 매해 런던에 가서 제 3세계 신학문제를 토의하는 등 여러 국제적인 활동을 통해 “한국신학과 신학교육을 국제사회에 소개하고 자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산되다시피 한 한신대 교수단을 재건하기 위해 연합신학대학원 원장직을 사임하고 한신대에 부임했을 때 그의 각오는 “죽으면 죽으리라”였다

2부는 폐결핵과 싸우는 중 가장 힘이 된 시평명상 일부를 발췌했다. 그의 시편 연구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3부는 김정준의 목회관을 엿볼 수 있는 설교로 구성됐다. 성도들에게 그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즐거워하며, 이 세상 고난과 슬픔을 이겨 나가는 것이 신자의 생활”이라고 말한다.

4부는 ‘한恨의 신학’, ‘목민牧民신학’ 등 김정준의 신학을 엮었다. 그는 늘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민중’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에 대한 사유를 신학화했다. ‘민중신학의 구약성서적 근거’라는 글에서 그는 “기독교 신학과 사상은 결코 일부 특권 계급의 사람이나 특권 계급의 혜택으로 권력과 부를 얻어 자유로운 삶을 사는 중산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두 계층의 사람들의 억압과 압제에서 착취당하고 인권 유린 당하는 하층구조에 속한 사람들, 즉 일반 민중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함을 민중신학의 제창으로 밝힐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민중을 변호하는 신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

김정준은 신학대를 졸업하고 목회의 일선으로 나가는 학생들에게 “목회정신은 목민정신에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목민정신에 기반한 목회란 “약하고 눌린 자,  갇히고 매 맞는 자, 탈취 당하고 고독한 자 편에 선 목회”라고 말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