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목사 ⓒ베리타스 DB |
이현주 목사가 천주교 잡지 <야곱의 우물>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신간 <아, 그렇군요>(신앙과지성사)를 펴냈다.
이현주 목사와 ‘평신도’로 보이는 무명의 인물간의 대화 형식으로 집필된 이번 책에서 이 목사는 58개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며 무명씨를 ‘성숙한 신앙’으로 이끈다.
이 목사가 이번 책에서 견지하는 성서해석적 태도는 ‘앎에서 믿음으로’다. 무명씨가 “마태오 복음서 12장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형제들은 정말로 예수님의 친형제들이었나?”라고 묻자 답하기를,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예수님은 ‘혈육’으로 맺어진 형제자매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함으로써 맺어지는 형제자매가 진정한 형제자매라고 가르치셨다”고 한다.
또 ‘그들이 예수님의 친형제였느냐, 아니냐’를 묻는 것은 ‘예수께서 잘라 버리신 곁가지를 들고서 이것이 살아 있는 가지냐, 죽은 가지냐를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며, ‘앎의 감옥’에 갇혀 있는 무명씨를 끄집어 낸다.
이현주 목사는 <사람의 길 예수의 길> <이아무개 목사의 로마서 읽기> 등 20권에 가까운 종교서적을 쓰거나 번역했으며, 이 중에는 이슬람과 유교 관련 서적도 있다. 그를 두고 사람들은 ‘도인’이라 부르기도 하며, ‘종교간 벽을 허문다’고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동, 서양 사상이 예수님과 저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해준다”며 본색을 드러낸다. 이번 책에서도 자유로운 사색을 펼쳐 보이고 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신앙의 성숙인 듯 보인다.
무명씨가 질문하기를 “예수님이 악마의 유혹을 받으시는 이야기에서 악마가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떠났다고 했는데 과연 악마는 예수님을 또 유혹했을까?”라고 하자, 이 목사는 “자네의 궁금증을 마귀가 노린 ‘다음 기회’가 언제였을까에 묶어두지 말고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닮아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발판으로 삼아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까로 옮겨보라”고 답한다.
그는 성경을 인간의 ‘이성’이나 ‘논리’로 이해하려는 시도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시공간에 갇혀 있는 지상의 존재들(예수의 제자들)이 시공간을 벗어난 천상의 존재들을 기록한 것(성경)’을 인간 이성의 언어로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예수님 이야기라 해도 그것이 하루하루의 삶에 지침이 되고 힘이 되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며 '앎의 신앙'에서 '믿음의 신앙'으로 나아가기를 조언했다.
215쪽 ㅣ 9천 8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