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설교란 무엇인가? 교인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일”

故 난곡(蘭谷) 조향록 목사 생전 인터뷰

“주일예배가 끝나자마자 곧 설교 준비가 시작됐어요. 쉬는 날이 따로 없었죠. 하루 하루의 삶은 설교의 연속으로 성경 본문을 묵상했고, 오감을 넘어 영감을 동원했어요. 이내 주말이 되면 다시 설교 원고를 작성해 나갔지요”

▲초동교회 원로 조향록 목사는 설교란 무엇인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교인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김정현 기자

최근 후학들을 위해 무료로 설교집을 기증한 난곡(蘭谷) 조향록 목사(88, 기장 증경총회장)가 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1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에 소재한 자택에서 조향록 목사를 만났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목소리에서 힘이 묻어났다. “설교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향록 목사는 “교인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설교에 관한 추가적인 답변에 앞서 조향록 목사는 먼저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을 살펴봤다. 그에 따르면 설교자는 텍스트(성경 본문)에 관한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전문가란 말은 성경 본문을 통째로 외울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자를 의미한다. 더불어 컨텍스트(시대 상황)를 간파하는 지적 소양도 갖춰야 한다.

“성서에 있어선 목사면 박사가 되어야 해요. 자기가 밥 먹는 그릇을 제대로 준비 못하는 사람이...그것은 양심의 문제겠죠. 성경을 정확하게 잘알아야 해요. 잘못 전하면 큰 죄가 되니까요. 또 텍스트를 다 안다고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나? 그렇지도 않아요. 성경은 2천년 전에 씌워졌지만 그 말씀을 전하는 자는 20세기 사람이기에 컨텍스트를 알아야 하죠. 그들의(교인들의) 인생, 감정, 생활 모습, 문제점 모든 것들을 알아야 한다는거에요. 텍스트와 관계된 컨텍스트. 그들을 잘 알아야 하는거에요”

조향록 목사는 특히 후자. 즉, 컨텍스트와 관련해 한국교회의 전통인 ‘심방 사역’을 주목했다.

“심방을 해야죠. 심방하지 않으면 교인들을 잘 몰라요. 교인들을 모르면 목회자의 설교는 단순히 교인들을 즐겁게 하는, 웃음을 기계적으로 만드는 일 밖에 할게 없어요. 그들의(교인들의) 가정을 방문해 보고, 괴로움도 기쁨도 다 알게 돼요. 한 교회(초동교회) 오래 23년을 있었는데. 어른들 장례를 지내주고, 어린이들 세례. 결혼 주례를 하려면 그들을 잘아야 해요. 회중은 뭘 의식을 하고 있을까. 교회 올 때 무슨 말씀을 듣고 싶을까. 항상 고민해야하지 않겠어요”

조향록 목사에게 설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한 말과 표현. 그 이상의 것이었다. 설교자의 마음이 담긴 것으로 성도와 마음으로 소통하는 대화. 그 자체였다. 조향록 목사는 “성도들과 마음으로 소통만 할 수 있다면, 설교가 길어질 필요가 없다”며 “사족을 붙이지 않고 성경 구절만 읽어도 은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들이 말이 너무 많아요. 말이 없는 설교. 그 분을(목사를) 보기만 해도 좋아지고, 가다가 한 마디만 해도 교인들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그런 목사는 말을 적게 해도 은혜가 될거에요. 말을 안해도 되는 설교를 하면 더욱 좋고(웃음)”

▲조향록 목사는 인터뷰 중 최근 설교자들의 설교 행태 그리고 교회관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냈다. 그는 설교는 “엔터테인먼트적이어선 안된다”고 했고 목회자들의 교회관이 “제도화된 종교 의식에 머물러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반면, 조향록 목사는 ‘못하는 설교’를 대중 영합주의적인 설교라고 지적하며 재밌는 이야기를 꺼내 교인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데 초점이 맞춰진 설교에 대해선 혹평했다. 심지어 ‘위기의 설교’라고 까지 했다.

“그저 재밌는 얘기나 하는, 엔터테인먼트. 전파 미디어식으로 대중을 다루는, 그 시간 만큼 즐겁게 만들어 교인들을 취하게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허탈감만 남기는 그런 설교는 설교라 할 수 없어요. 그 시간(설교의 시간) 하나님께서는 이 같이 말씀을 하시는데 너는 무슨 말을 하겠느냐. 하나님이 지금 인간을 향해 말씀하시는데 너는 무엇이라 답하겠느냐. 설교가 교훈의 메시지, 심판의 메시지가 되지 못하면 설교라 할 수 없죠”

교회가 아닌 성전에 대한 목사들의 집착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조향록 목사는 간혹 대형교회 예배당을 보면서 교회가 교회가 아닌 2천년 전 예루살렘 성전 처럼 성전화 되고 있음을 느꼈다며 말을 이었다.

“2천년전 예수 시대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찬란한 성전, 궁궐보다 훌륭한 성전. 국가 중 하나의 정신적 상징으로 성전화 되었어요. 모든 의식을 성전에 집중시킨 거죠. 예수는 그 성전을 헐라고 하셨어요. 사흘만에 다시 짓겠다고. 지금 누가 교회당 헐라고 말하면 죽이려고 들거에요(웃음). 우리가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예수께서 공생애를 사시기 전에 광야에서 세 가지 시험을 받았다는 거에요. 금욕, 권력 그리고 또 하나의 마귀가 바로 종교였어요. 높은 성 처럼 쌓아올린 종교라는 탑. 제도화된 종교는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단 말이죠”

조향록 목사는 끝으로 목회인생을 살아오다 팔십이 넘어서야 깨달았다는 성경 구절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목회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 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장 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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