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영 교수(한신대 신학과) |
김애영 교수(한신대 신학과)가 한국의 ‘여성신학’이 젠더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해방’만 외치는 여성신학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 김 교수는 계간지 <신학사상> 가을호 발표한 연구논문 ‘여성해방적 예배의 추구와 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의 소위 ‘페미니즘 제 2의 물결’에서는 모든 여자들이 모든 남자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가부장제에 대한 이론’을 전제로 여성해방운동이 이뤄졌지만,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에는 이러한 전제에 수정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성(gender)에 의한 이분법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젠더의 이분법이 사회맥락의 복합성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는 통찰이 보편화 되면서다. 사회에는 민족, 종족, 나이, 계급, 능력 등으로 인한 갖가지 구조가 혼재해 있기 때문에, 젠더의 이분법만으로는 남녀간 억압적 관계의 메커니즘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억압적 관계의 메커니즘을 올바로 규명할 수 없다는 것.
김 교수는 세계 여성신학계는 이미 오랜 전에 젠더의 이분법을 넘어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담론과 실천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페미니즘 제 2의 물결’을 주도했던 신학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벳 S. 피오렌자는 여성을 억압하는 제도로서의 가부장제가 아닌 ‘증식적인 억압의 피라미드’(pyramid of multiplicative oppressions)로서의 가부장제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가부장제는 여성억압뿐 아니라 백인 우월성, 계급 특권, 종교적인 배타주의를 밑받침 하는 구조라는 것.
또 피오렌자는 성, 인종, 나이, 계급, 종교 등과 같은 복잡다단한 요소들로 구성된 지배구조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의 대결이라는 이원론을 넘어 ‘주인의 지배’(kyriarchy)라는 용어를 제안했으며, 피오렌자 등과 함께 세계 여성신학계를 이끌었던 로즈마리 R. 류터도 한정된 공동체 서클을 넘어 인간 보편의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프락시스에 대해 논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여성'해방적 예배를 추구했던 여성신학자들이 새로운 인간성에로의 전향을 촉구하였다”고 정리하고, 이러한 전향은 “결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자와 남자 모두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세계의 여성신학 흐름에 비할 때 한국의 여성신학계는 어떠한가? 김 교수는 분석하길, 젠더의 이분법이 가져온 여성해방 운동의 역동성이 저하됨에 따라 수많은 여성신학자들이 여성신학의 ‘퇴조’를 체감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한국 여성신학자들은 초기의 여성해방운동 시기에 비해 보다 다양한 기관과 삶의 현장에서 여성해방운동과 신학을 구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 주제인 ‘여성해방적 예배’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관계하는 삶의 현장들에서 교회변혁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다양한 여성해방적 예배를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예배가 신자들에게 가지는 의의와 변화의 힘이 크다고 말하며, 향후 한국교회의 여성해방적 예배는 “남녀간 억압과 피억압의 단순구조를 넘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지배와 피지배의 거대한 억압 구조를 변혁해나가는 실천과 이론을 구현해냄으로 교회와 그리스도교 전체에 끊임없는 개혁정신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