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호산나와 초음교회의 합병 이야기

특집- 교회합병 사례를 찾아서(1)

본지는 한국기독교장로회신학연구소(소장 이재천)가 최근 출간한 계간지 ‘말씀과 교회- 특집: 교회합병 사례’를 연재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교회 숫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한국교회 그리고 생존 경쟁에 따라 개교회 이기주의에 빠져버린 한국교회에 교회 합병 이야기는 ‘양보와 비움’이란 교회의 본래의 가치를 찾는데 작지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편집자 주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상가 5층에 자리잡은 초음교회는 호산나교회와 합병한지 올해로 6년이 되었다. 교회 바로 옆에서는 36층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교회합병의 사례가 별로 없던 시기에 교회합병을 은혜롭게 이루고, 지역재개발의 여파에 맞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초음교회(담임목사 윤성범)의 사례는 작은 교회 목회에 힘겨워하는 여러 작은 교회들의 목회자들에게 하나의 발전적인 교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운경에서 호산나로

  ▲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상가 5층에 자리잡은 초음교회는 호산나교회와 합병한지 올해로 6년이 되었다

운경교회는 고 나운영 장로와 유경선 장로 부부가 1980년 3월에 청담동에서 개척한 교회다. 운경교회는 연세대 음대 학장이었던 나운영 장로의 제자들과 유 장로가 운영하던 운경유치원의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운경유치원 자리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7년 뒤에 운경교회는 ‘호산나’ 교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송파구 오금동의 73평 대지에 세워진 10층짜리 작은 건물을 매입하여 이전한다. 그러나 부족한 예산 때문에 건물 윗 층은 세를 내주고, 교회당은 지하실에 마련해야 했다.

1987년 오금동에 이전하면서 윤성범 목사가 부임했고, 윤 목사는 나 장로와 유 장로가 이미 은퇴하였기 때문에 전도목사로 시무하게 된다. 그러나 호산나교회를 성장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운경교회를 개척하던 당시의 구성원들은 교회를 이전하면서부터 하나둘씩 떨어져나갔고, 호산나교회는 이제 오금동 지역의 주민들로 하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라나 호산나교회가 위치한 지역은 오금동에서도 저소득층,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었다. 건물주들은 지하실교회를 찾이 않았고, 차츰 호산나교회는 빌라지역의 가난한 세입자들과 연세 많은 노인들이 주 구성원이 되기 시작했다.

윤 목사는 그때부터 교회이전계획을 다시 구상하면서 교인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대한 건물임대 혹은 구입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던 중 나 자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되었고, 그러자 남은 가족들은 윤 목사의 의견을 존중하여 오금동 건물을 팔든지 이전을 하든지 윤 목사의 목회 비전대로 하기를 바란다면서 자신들의 모교회인 성남교회로 복귀했다. 그 뒤로 약 2,3년 후에 호산나교회는 초음교회와 합병을 하게 된다.

끼리끼리

  ▲ 초음교회 강단 전경

초음교회는 운경교회와 많은 점에서 비슷하다. 운경교회가 나운영 장로가 제자들과 시작한 교회이듯이, 초음교회도 전주고등학교 교사출신의 차의왕 목사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제자들과 함께 1982년에 시작한 교회이다. 초음교회도 원래 강남구에서 지하실교회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97년도에 경매를 통해서 송파구 신천동의 5층짜리 현 건물을 매입한다. 교회합병을 결정한 공동의회기록을 보면 교인수도 비슷하다. 호산나 쪽이 21명, 초음 쪽이 23명. 호산나에는 윤 목사가 전도목사로 있고, 초음에는 목사가 공석이고 대신에 두 명의 장로가 있었다. 그야말로 교회합병과 동시에 당회가 구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교회합병에 대한 말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호산나와 초음의 합병이야기

2003년 초에 초음교회를 담임하던 이건희 목사가 고향 청주제일교회의 청빙을 받아 담임목사로 가게 되었다. 그때 이 목사는 처음 윤 목사에게 초음교회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자 윤 목사는 작은교회 목회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이왕에 두 교회를 합쳐서 해보면 어떨까하고 합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 당시는 국가적으로 IMF가 막 지나고 기업들 간에 M&A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기업들도 살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구조조정도 하고 하는데, 교회도 합병을 해서 하나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다. 이 목사는 떠나기 전에 교회에 그 사실을 알렸고, 교회적으로 논의가 급작스레 진행이 되어 2003년 3월에 양 교회가 법적 절차를 밟아 하나가 되었고, 그해 5월에는 서울동노회에서 정식 통과가 되어 교회 이름을 ‘초음교회’로 하며 합병식과 함께 담임목사 취임식을 하게 되었다.

은혜로운 합병과정

교회합병의 과정은 하나님의 은혜로 순탄했다고 한다. 호산나에는 전도목사가 있고, 초음에는 두 명의 장로가 있었다. 호산나교회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함께 하니까 별로 부담이 없었고, 초음교회는 담임목사를 청빙하면서 더불어 교인들을 얻을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호산나 교회건물까지 함께 뒤따라왔다. 그래도 어떻게 아무런 잡음 없이 두 교회가 합병될 수 있었을까?

윤 목사는 교회합병 뒷 담화를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윤 목사는 초음교회가 걱정되었다고 한다. 호산나교회는 윤 목사가 담임하면서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교인들이 대부분이었고, 더구나 윤 목사가 교인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으니까 내부적으로 초음교회 교인들이 어떻게 나올지가 염려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개되는 상황은 은혜롭게도 일사천리였다.

  ▲ 초음교회 예배당 전경

물론 초음교회가 처음부터 합병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 목사가 떠나면서 장로들에게 합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초음교회는 이 제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했다고 한다. 다시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부터, 합병에 따르는 복잡한 현실문제 등등 현안에 대한 많은 의견들을 나눴다고 한다. 그러나 두 명의 장로들이 합병에 대해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내부적인 합의가 도출되었고, 각각 다섯 명의 대표를 구성해서 만나게 되었다. 그때 중점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교회이름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교회장소는 어느 곳을 할 것인지 하는 것들이었다.

윤 목사는 합병과정이 은혜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초음교회 교인들의 지혜와 겸손함 덕분이라고 말한다. 공동의회가 각 교회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개최되었다. 한쪽에서는 반대표가 한 표 나왔고, 다른 한 쪽에서는 3표가 나왔다. 2/3이상의 찬성표가 나오면 되기 때문에, 두 교회 모두 합병을 승인하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그날 바로 전체 교인들이 모여서 식사를 함께 하였고, 그 주간에 노회에 합병 신청서를 내는 등 발 빠르게 합병절차를 밟아나갔다. 당장 초음교회에 담임목사가 부재중이었기 때문에, 초음교회 교인들이 호산나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기고, 호산나에는 성가대가 없었는데, 성가대도 앉아 찬양하고, 초음교회 봉고차를 동원해 연세든 분들을 모셔오는 등 호산나 교인들이 거부감이나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애써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음교회 출신 교인들은 교회합병 이후에도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신도 회장이나 남신도 회장을 모두 호산나교회 출신에게 양보하는 등 교회가 하나 되게 하려고 무척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두 주간 동안 초음교회 교인들이 호산나에서 예배를 드리고나자, 예배장소에 대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이 되었다. 호산나교회가 있던 지역은 때마침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차피 교회를 이전할 수밖에 없었고, 마침 초음교회는 건물 5층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지하실교회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이렇게 하여 합병한 교회는 초음교회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호산나교회 자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의 잠실희년교회가 임대하고 있다고 한다.

윤 목사는 예배드릴 때, 빈 자리가 없이 교인들로 가득 채워진 모습을 보면서 교인들이 교회합병을 기쁘고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목사 개인적으로는 비전을 가지고 교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긴다고 한다.

초음교회의 꿈

  ▲ 초음교회 전경

윤 목사는 송파구의 거대한 재개발 지역인 장지지구에 초음교회를 세울 꿈을 갖고 있다. 장지지구에는 지금 6,000세대가 막 입주를 시작하였고, 아직 개발 중인 지역이 절반 정도 남아 있는데, 그곳에 200평 정도의 종교부지를 신청했다고 한다. 예상하는 비용은 대지 구입비용만 20억 원 정도인데, 호산나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건물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건축에 소요될 비용까지 생각하면 아직 요원하지만, 윤 목사는 일단 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교회당 건축에 대해서는 작고 아담한 교회당을 지을 것이니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작은 교회들이 재개발지역에서 종교부지를 확보하고 교회당을 건축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초음교회가 송파 장지지구에 종교부지를 신청할 여건이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호산나교회와 합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회합병을 한 뒤에 지역의 장기적인 개발계획에 따르는 교회발전비전을 갖고 SH공사, 서울도시공사 등 개발을 직접 담당한 실무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얻어넌 정보를 교인들과 함께 나누며 기도하며 준비한 윤 목사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초음교회가 장지지구에 작고 아담한 아름다운 교회당을 건축하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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