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이덕주 교수, 손정도의 ‘기독교 사회주의’에 주목

“시대가 흘러 이제 ‘분단 신학’이 아닌 ‘통일 신학’을 할때”

▲이덕주 교수(왼쪽에서 2번째)가 27일 감신대에서 열린 제27회 양주삼학술강연회에서 '통일 이후의 한반도신학 모색 ; 손정도의 기독교 사회주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시대가 흘러 이제 ‘분단 신학’이 아닌 ‘통일 신학’을 해야 할 때입니다. 통일 신학의 한 사례로서  ‘기독교 사회주의’에 주목하기를 제안합니다.”

이덕주 교수(감신대, 한국교회사)가 27일 ‘제 27회 양주삼학술강연회’에서 ‘기독교 사회주의’를 조명했다. 감신대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이 교수는 ‘기독교 사회주의’가 통일을 준비하는 분단 한국에 던지는 의의를 설명했으며,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 손정도 목사를 한국에서 기독교 사회주의를 구현한 인물로 소개했다.


한반도 통일과 ‘기독교 사회주의’

먼저 이 교수는 기독교에서 터부시되는 ‘사회주의’ 얘기를 꺼내는 이유부터 밝혔다. 그는 통일을 논하기 위해 ‘사회주의’를 안 다룰 수 없다며, “남한 사람들이 50년간 자본주의를 체험했듯, 북한 사람들은 같은 기간 사회주의를 체험했다. 사회주의는 그들의 정신과 체질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주의를 지지하든 안 하든 통일을 준비하고 말하려면 ‘사회주의’를 말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사회주의와 기독교의 혼합으로서 ‘기독교 사회주의’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자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기독교, 개인의 자유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독교, 모으는 것보다 나누는 기독교”다.

또 이 교수는 기독교 사회주의의 원리를 직접 구성하며 기독교 사회주의에 대한 애착을 밝히기도 했는데, 그 원리의 핵심은 ▲경제적 소외 문제는 사회적 문제이므로 사회적 책임의 틀 안에서 해결돼야 한다 ▲시장주의 경쟁을 인정하지만 이것이 부의 독점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 ▲인간 평등과 부의 균형적 분배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강압적 통제가 아닌 자발적 나눔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유물론과 유심론은 양자택일의 관점에서 보지 않으며, 종교적 각성과 훈련을 통해 정신-물질, 영혼-육신의 조화가 이루어진 평화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음을 믿는다이다.

그렇다면 기독교 사회주의가 ‘통일’에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이 교수는는 “사회주의 체질에 익숙해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나눔’을 기초로 한 기독교 사회주의는 낯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개념이 통일에 유의미할 것” 이라고 보았다.

또 기독교 사회주의 개념을 발전시킨 19세기 학자 모리스(Frederik D. Maurice)의 의견을 빌어 사회주의는 ‘협동’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주의와 비교되고 혁명과 투쟁을 강조하는 ‘과학적 사회주의’와 구별된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협동의 정신’ 또는 ‘형제애의 정신’은 통일과 그 이후에 나타날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해소하는 데 유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사회주의’의 실현 가능성 모색

이어 이 교수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였던 손정도 목사의 삶을 통해 ‘기독교 사회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모색했다.

손정도 목사는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을 통해 회심하고 이후 평양 남산현교회, 전남포교회 등에서 목회하며 같은 기간 도산 안창호를 중심으로 결성된 항일 비밀결사 신민회에 가입하여 민족운동에 참여하였다. 또 중국에서 중국인과 한국인 교포를 대상으로 선교활동 하는 한편, ‘상해 임시정부’에서 임시의정원원장, 평정관 등 요직을 맡았다. 김구, 조상섭 등과 함께 군인 양성과 독립전쟁을 위한 노병회를 창설하기도 했다.

손정도는 김일성과 관계 맺기도 했다. 이 교수는 김일성의 회고록에서 보여지는 손정도와 김일성의 인연을 소개하며 “손정도 목사와 (손정도가 설립한) 길림교회는 육문중학교와 함께 김일성 초기 공산주의 이론 형성과 혁명운동의 요람이 되었는데, 이처럼 손정도 목사는 아직은 계몽의 단계에서 사회주의이론을 학습하며 학생운동을 전개하는 김일성을 포용 지원하였다”고 말했다. 기독교와 사회주의의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

또 손정도는 안창호와 함께 기독교 사회주의 이상촌인 ‘농민호조사’ 건설운동을 전개했는데,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농민호조사는 손정도 목사의 목회적 관심과 민족적 의지가 한데 어우러진 마지막 실험무대였다”며, 이 안에서 손 목사는 가난한 교인들과 유리하는 동포들의 경제적,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손정도가 ‘기독의 사회주의가 열려야 한다’고 말한 것 등을 근거로 그의 사상은 ‘기독교 사회주의’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손정도가 그의 생애를 통해 ‘기독교 사회주의’를 실천했다며, 기독교 사회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모색했다.

또 그의 사상과 삶은 “통일과 그 이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신학적 가교’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손정도 목사가 길림에서 목회하며 본격적으로 기독교 사회주의 이론을 수립하고 그 실천의 장으로 농민호조사를 설립한 것, 손정도목사에 대한 김일성의 우호적인 ‘회고와 기록’ 등은 통일 추진과 정착 과정에서 남북 화해와 교류에 효과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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