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한국인들의 정서는 어떨까? 대게 외면, 배타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인들의 몸속 깊이 배어 있는 유교사상에 기인한다. 유교 만큼 죽음에 관한 이해가 적은 종교도 없을 것이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가 ‘죽음과 삶’이란 주제로 평신도 윤리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베리타스 |
7일 오전 10시 경동교회 여해문화공간에서 평신도를 위한 윤리강좌가 열렸다. 이날 강사로 나선 죽음학회회장 최준식 교수(이화여대 종교학)는 “우리가 기독교인들이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피하고 싶은 주제이고, 외면하려는 것은 5.600년 간 내려온 유교적 전통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 유교적 전통 때문에 한국사회에선 죽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이다. 따라서 죽음의 공간도 제약되기 마련이라, 오로지 병원에서만 임종을 맞을 수 있다. 죽음에 대한 폐쇄적 사회구조를 보여준다.
‘죽음과 삶’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최 교수는 “죽음에 맞설 때야 비로소 또 다른 삶의 시작이 있을 수 있다”며 “교회는 교인들이 죽음 앞에 대면할 수 있게 여러 각도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죽음’을 알 때 ‘새 삶’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김모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최 교수는 살고, 죽는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를 두고, “비가역적 상태”라며 “이것은 다른 말로 죽어감을 의미하는데 이에 대한 이해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자신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며 “때문에 의료 지시서 같은 것을 작성해 자신이 비가역적 상태에 놓일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는 ‘유언장 작성’을 권했다. 최 교수는 “유언장은 가이드 라인을 잡아 쓰되 꼭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 넣어야 한다”며 “유족들 사이에 쓸데없는 불화나 다툼을 조성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죽음에 대한 정면 돌파가 가능한 종교가 기독교”라며 "기독교 만큼 내세관이 확실한 종교도 없다. 우리 기독교인들부터 죽음 앞에 서는 훈련을 통해 제2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