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 그리스도교 비평>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종교학의 권위자 이찬수 교수(강남대)가 “그리스도교는 한국적인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를 담은 신간 <한국 그리스도교 비평>(부제 '그리스도교, 한국적이기 위하여')를 펴냈다.
‘그리스도교가 굳이 한국적일 필요가 있을까?’라고 묻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한국적’이라는 게 뭔가를 되묻는다. ‘한국적’이라는 것은 수구적 민족주의로 되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유, 불, 선과 그리스도교의 통합을 시도하자는 것도 물론 아니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기독교가 “한국인의 정서를 변화시키고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혁신해야 한다는 호교적이고 선교적 관심 안에 머물렀다”면, 미래의 기독교는 “한국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그에 뿌리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교가 한국의 ‘상황’이라는 토양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함에 따라 절반의 열매만 거두는 종교가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양적으로는 성공, 질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그리스도교에 대한 한국 역사학계의 평가를 살핀다.
“그리스도교는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저술한 한국 통사 안에서 그저 하나의 종교 현상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 역사나 문화의 주된 내용으로 연구되지 못하고 있다.” “구한말 개혁 운동에 앞장 선 상당수 인사들과 일제 강점기 한국의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종교적 신분상 그리스도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역사 서술에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자리 매김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널리 읽히는 강만길의 <고쳐 쓴 한국 근대사>에서는 물론 이기백의 <한국사신론>과 같은 ‘고전적’ 한국 역사 교과서들에서도 그리스도교에 대한 평가나 적극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연속되는 강타에 이어 “구한말 격변기에 등장한 새로운 운동의 대표로 ‘동학(東學)’과 ‘그리스도교’를 거론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문화사 개론서들이 동학은 한 장(章) 이상을 할애하여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데 비해,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는 이리저리 흩어서 부분적으로만 소개하고 있다”는 보고에 이르면 그리스도교의 자존심에마저 타격이다.
이에 저자가 한국 그리스도교에 제시하는 것은 교리연구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개방적 연구자세다. 또 보다 ‘상황적’인 고민을 할 것을 당부하며 한국의 여러가지 문화적, 사회적 상황과 그리스도교와의 만남을 시도한다.
모두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1부에서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산출된 한국 그리스도교 관련 주요 문헌들의 내용을 분석한 뒤 앞으로 어떤 자세를 가지고 한국 그리스도교를 연구해야 하는지 전망해본다.
2부에서는 민족주의, 인권, 한국 문화와 신학의 관계,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관계 등 구체적인 주제들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한국 그리스도교의 현주소를 살핀다.
이 가운데 4장은 한국 그리스도교가 ‘민족적’이었다는 저간의 평가를 비판적으로 반성해보기 위한 글이며, 5장은 선교도 개인의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인권을 존중하여 이루어질 때 한국적인 종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를 ‘타권(他權)’이라는 창작적 개념 안에 담아 정리한 그리스도교적 인권론이다. 6장은 한국에서 종교 간의 대화와 종교다원주의 신학에 불을 지핀 변선환이 ‘한국’이라는 현장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중심으로 한국적 신학의 성립 가능성에 대해 정리하고 있으며, 7장에서는 동서양 종교의 양대 산맥인 불교와 그리스도교 간의 역사적인 관계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8장은 종교들의 관계, 특히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철학적 혹은 신학적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만날 수 있는지, 그리스도교 신학은 불교적 세계관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한국의 불교-그리스도교 비교학자인 길희성의 신학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ㅣ 총 341쪽 ㅣ 1만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