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세계윤리 부상에 따른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학의 과제

장신대 임성빈 교수, ‘하나님 나라와 지구화’ 강연

  ▲ 장신대 임성빈 교수가 ‘하나님 나라와 지구화’ 란 주제로 6개 신학대 신대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베리타스
NCCK 선교훈련원이 주최하는 ‘신학생을 위한 2학기 공동수업’의 두번째 강사로 나선 장신대 임성빈 교수가 지구화 시대 일반 보편(세계)윤리와 구별되는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에 대한 강연으로 관심을 모았다.

감신대, 구세군사관학교, 성공회대, 연신원, 장신대, 한신대 등 6개 신학생들이 참여하는 이번 수업에서 임 교수는 “세계윤리와는 대조적으로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는 각 전통의 특수성을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윤리는 다른 종교 전통들간의 불가공약성(incommensurability)에 대한 심각한 고려 없이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다.

또,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학은 현실주의적 접근이라기 보다는 겸손한 접근법에 가깝다고도 했다. 장 교수는 “이러한 지향성은 에큐메니컬 사회윤리학의 뿌리로부터 시작한다”며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학은 주로 성경적 서사와 그 성경의 최고정점 위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 전통에 바탕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리적 관심의 범주는 지구를 넘어서 우주적인데,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사역에 대한 신앙 때문이다”라며 “동시에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학은 성서적 가르침의 핵심에 근거하는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교수는 가속화되는 문화의 발전과 지구화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세계 윤리’의 부상을 언급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초월한 교회론 사상가이자 윤리학자 한스 큉(Hans Kung)은 세계 윤리의 5가지 주제를 △폭력의 무력화 △경제적 행복 △사회 정의 △생태학적 균형 △개인소외의 극복 등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이런 큉의 제안에 종교의 본질적 특수성과 신앙 구조의 본질적 차별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신학자들에게는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접근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세계 윤리와의 차이점을 넘어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학의 방법론을 제시한 임 교수는 “무엇보다도 먼저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학은 상황 판단을 위해 필수적인 해석 단계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가장 근본적인 차원, 즉 도덕적이고 영적인 차원에서 삶의 사회적 맥락을 해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어떻게 타당한 에토스(ethos)를 형성할 수 있는지, 또한 보다 윤리적인 생동력을 부여하는 에토스와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궁극적 실재에 대한 확고한 신학적 관점에 의해 그 정당성이 보증될 수 있는 태도와 제도와 관습과 정책과 프로그램들의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의 모델로 ‘삼위일체설 모델’을 들었다. 임 교수는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가 주장한 삼위일체적 관계를 설명하며 “사회적 차원에서 본다면 삼위일체 모델에 의해 영감을 얻어 생겨난 사회는 연대감, 기회의 평등과 관대함으로 그 특징적인 성격이 규정되어 질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삼위일체적 신앙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하나된 식구로서 모든 다른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서로 서로의 나눔 안에서 함께 실제적인 하나님을 닮아 가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삼위일체 교리는 하나님이 누구이시고 따라서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한 표준적인 기독교의 모델”이라며 “그러므로 삼위일체의 신학은 기독교 윤리학의 신학적 기초로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 교수는 가속화되고 있는 문화의 지구화 시대에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에큐메니컬 사회윤리학은 개인과 지역공동체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삼위일체적 삶의 양식에 기초한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 비우상적인 자기존중(nonidolatrous self-esteem)을 담보하는 세계관을 제공하여야 하며 동시에 시장의 과도한 전횡을 견제하며 다국적 기업문화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건전한 국가의 역할을 촉구하고, 상업주의의 전략에 의해 조작되지 않은 문화정책을 제정하려는 목적을 가진 다양한 비정부기구들과 문화재단 등의 각종 시설 기관의 역할을 고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에큐메니컬 사회 윤리학의 궁극적 목적이 에큐메니컬 문화의 정착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신학생을 위한 2학기 공동수업은 오는 16일 연세대 정종훈 교수의 ‘하나님 나라에 비추어 본 기독교윤리의 과제’란 주제의 강연으로 종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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