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숙 원장ⓒ김진한 기자 |
“예수처럼 자신들의 종교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새롭게 해석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폐쇄적인 우월성은 기독교는 물론 종교 전반에 대한 염증만 증가시킬 뿐이다. 한국 기독교가 폐쇄적 우월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타자에게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강사는 구약은 ‘예언’이고, 신약은 ‘성취’ 혹은 구약은 ‘율법’ 신약은 ‘복음’ 등의 이분법적 사고가 신·구약 나아가 유대교와 기독교의 단절, 즉 문화적 소통의 단절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자기 우월성으로 이어져 타종교, 특히 유대교에 깊은 반감을 갖게 만들었고, 이는 중세를 비롯 근대에 이르러서도 유대인들의 핍박과 추방 그리고 학살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31일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학술원 제5회 교수포럼에는 국내 대표적인 구약학 교수 이경숙 원장(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그는 서두에서 어느 독일계 구약학 교수가 유대교로 개종한 예를 들어 당시에는 많은 독일계 신학자들이 “어떻게 기독교 유명 신학자가 유대교로 개종이 될 수 있을까”하며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경숙 원장은 “요즘 기독교인들이 극단적으로 우월감을 표출하고 다른 종교를 억압하는 것을 보면 포러 교수(독일 에르랑겐대 구약학)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성서연구를 하면 할수록 신구약성서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인들의 절대적 우월주의를 생각하게 되거나 혹은 독일의 히틀러 정권이 유대인을 600만명이나 학살한 사건을 생각하면 과연 기독교의 우월감과 독설이 어디서 오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유대인들을 학살하거나 거기에 암묵적으로 가담한 사람들도 모두 소위 말하는 기독교인들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처럼 유대교에 뿌리를 둔 기독교가 짙은 反유대주의적 정서를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역사적 관점에서 신·구약의 해석의 차이를 살펴보면서 기독교의 우월성 그리고 뿌리깊은 反유대주의적 정서의 근거를 찾으려 했다. 신·구약의 관계를 보는 여러 해석들을 원장은 △ 거절모델 △ 대조모델 △ 그리스도 증거모델 △ 상대화와 선별모델 △ 대화모델 등의 유형으로 분류했다.
거절모델은 말 그대로 구약을 거절하는 것으로 구약은 폐지되고, 기독교 경전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이며 대조모델은 바울서신을 통해 잘 알려진 모델로 ‘옛 것-새 것’ ‘유대인-예수’ ‘율법-복음’ ‘보복-은총’ 등으로 구약과 신약을 대조·분석하는 것이다.
세번째 유형은 신·구약이 동일한 하나님을 증거하고, 또 공통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있다고 보나 그리스도가 복음서에는 실제로 살아 있으나 구약에는 단지 기록만 돼있다는, 다시 말해 “구약성서는 어린이를 위한 교과서라면 신약성서는 어른들을 위한 성서라는 식”이라고 원장은 설명했다.
또 네번째 유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구약을 ‘예언과 성취’라고 보는 관점이다. 구약은 신약을 위한 예비적 서술이고, 신약은 계시의 완성이자 실제라는 이 해석은 기존 대부분의 기독교 신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화모델을 든 이경숙 원장은 우리나라 신학계가 지향해야 할 신·구약 해석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주로 80년대 이후 독일의 진보적인 학자들이 이에 속했는데 이들은 기존의 모델을 모두 거부하고, 신약성서에 대한 특정한 이해에 근거해서 구약성서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고, 이런 의도 없이 읽는다면 구약과 신약 사이의 폭넓은 관련성들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신약을 읽어보면 구약이 신약을 위해서 기록된 것이 아니고, 신약이 구약으로부터 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경숙 원장은 반유대주의 정서의 근거를 로마 임페리얼리즘에서 찾기도 했다. 그는 312년 콘스타틴 대제로부터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기독교가 주류 종교로 우뚝서자 이때부터 반유대주의가 본격화 됐다고 평가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할 당시 유대종파 사이에서 배척당하고, 저지당하는 어려운 분위기를 맞기도 했던 기독교가 일종의 보복 차원에서 유대인들을 억압하고, 학살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로마시대 주류 종교로 자리를 잡은 기독교의 임페리얼리즘이 작용했다고 원장은 진단했다.
원장은 끝으로 기독교가 폐쇄적 우월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이원론적 사고를 지양하고, 자기종교 비판의식을 함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타종교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오만감과 우월성도 기독교인들이 유대인을 폄하하고 경멸해 온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며 “이원론적 사고에 젖어 다른 사람을 적으로 몰아붙이는 사고는 이제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의 유대교 비판이 철저히 유대교 내에서지 밖에서 이뤄지지 않았음을 분명히하며 “기독교가 예수의 자기비판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