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원주살림교회 교회합병 이야기

특집- 교회합병 사례를 찾아서(최종)

교회개척에 대한 꿈을 가진 목회자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회개척은 쉽지 않은 일이다. 노회나 개교회적으로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에게 3∼5천만원을 개척자금을 지원하며 교회개척을 장려하고는 있으나 그 비용으로는 건물을 임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개척에 뛰어들었다가 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떠나는 목회자들이 생겨난다. 원주살림교회의 합병사례는 방치되다시피 한 작은 개척교회를 합병을 통해서 건강한 교회로 성장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동산교회 이야기

  ▲ 동산교회와 합병한 원주살림교회

김정현 목사는 안성제일교회에서 부목사로 5년 시무했고, 원주 동산동에 위치한 동산교회에서 첫 담임목회를 시작했다. 선배의 소개로 동산교회를 처음 찾았을 때, 썩 내키는 조건은 아니었다. 교인은 3명에 불과하고, 부채는 3천만원에, 건물 월세로 한 달에 40만원씩 내야 하는데, 몇 달치 월세가 밀려 있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사모와 함께 기도원에서 2주간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첫 목회지로 세워주신 교회라는 확인이 들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먼저 교회 부채를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성제일에 시무할 때 저축한 돈 1500만원과 퇴직금 800만원, 그리고 교인들이 송별예배 때 개척교회 한다고 헌금해 준 800만원으로 빚을 갚았더니 100만원이 남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다 맞춰서 계획하신 거라고 웃는다. 그러나 차가 있어야 전도도 하고 어디 다닐수도 있는데, 차가 없었다. 그래서 100만원으로 중고 봉고차를 마련했다. 이제 남은 돈이 하나도 없었다. 생활비가 전혀 없었고, 또 문제는 매달 40만원씩 월세를 내야 하는데 낼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단 2000만원을 빚을 내서 교회 사택을 구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살아갈 방도를 마련해주셨다. 예전에 동산교회에 출석하던 교인이 서울 상계동에 이사를 갔는데, 동산교회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서울 ‘감자탕 교회’ 담임 목사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목사가 교파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한 달에 30만원씩 지원을 해주는 걸로 하고, 일시불로 3년치를 선불로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월세는 해결할 수 있었다. 또 원주 학성 감리교회에 출석하는 젊은 여집사 한 분이 새벽에는 동산교회에 나와 기도했는데, 동산교회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자기네 교회가 어려운 교회를 돕는데 담임목사에게 말해서 선교비를 보내주겠다고 하고, 곧바로 500만원을 선교비로 보내주었다고 한다. 김 목사는 이것으로 한 달에 50만원씩 나가단 교회관리비, 자동차와 교회 식당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목사가 처음 주력한 것은 전도였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매일매일 아파트를 찾아다니며, 전도지를 돌렸다. 대부분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1년 정도 꾸준히 하니까, 25명 정도가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살림교회 이야기

살림교회는 원래 원주 영강교회가 지원해 개척한 지 10년이 넘는 교회였다. 영강교회는 교인 3,40명을 보내서 함께 시작하게 했다. 그런데 교회는 성장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교회는, 교회가 있던 자리에 새로 도로가 나는 바람에, 보상을 받고 거기에 5000만원을 더 대출받아 대지 68평을 구입해 건축을 했다, 그러나 교회를 건축하고 빚을 갚지 못하니까, 결국 개척한 목사는 떠나고 다른 목사가 부임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교인은 10명밖에 없었고, 빚은 5000만원이나 되니까 막막해서 그 목사도 10개월만에 살림교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교회로 옮겨갔다고 한다. 살림교회는 그 후로 계속 목회자를 구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임시당회장이던 정원 목사와 경인노회에서 목회하다 은퇴해 살림교회에 출석하던 김명옥 목사가 살림교회를 살리려면 교회를 합병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적당한 교회를 찾았다고 한다. 그 즈음 교인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바로 옆 교회로 옮긴 전임 목사가 자기 교회와 살림교회를 합병하는 제안을 했었다고도 한다. 그러던 중, 정 목사와 김 목사가 김정현 목사를 찾았다. 살림교회를 수습할 사람은 노회 안에서 당신밖에 없으니까 살림교회로 오라는 것이다.

  ▲ 원주살림교회 예배당 전경

합병 이야기

김정현 목사는 처음 그 제안에 반대했다. 동산교회를 떠날 수 없다고 하니, 나온 이야기가 합병이었다. 살림교회는 건물만 있는 형편이었다. 교인들이 십여망 남아 있었지만, 다 노인들이었고, 생활 자체가 어려운 지역이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난망한 상황이었다. 원래 이 지역은 6.25 전쟁 때, 월남한 사람들이 판자촌을 짓고 살던 지역이었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교회 빚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교회합병은 임시당회장 정 목사가 앞에 나서서 이끌어갔다. 강원노회의 일반적인 정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살림교회를 개척한 서재일 목사는 살림교회라는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합병에 찬성했다. 전에 영강교회가 개척한 어떤 교회가 몇 년 뒤에 이름을 바꾼 적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교회명칭은 원주 동산교회에서 원주를 살리고 살림교회 이름은 그대로 가져와 원주살림교회로 정했다. 2001년 부활절 다음 주일에 합병예배를 드렸는데, 동산교회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몇 명을 제외하고 22명이 참여하고, 살림교회에서 15명 이렇게 37명 정도가 첫 예배를 드렸다. 곧바로 이것저것 합쳐서 일부 빚을 갚고 3천 7,8백만원 정도가 남았는데, 1년 만에 나머지 빚을 청산했다.

동산교회 교인들은 세 들어 살던 건물에서 지내다가 새 집에 온다니까 합병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살림교회 교인들은 건물을 사회복지시설에 팔아서 빚을 청산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 어려움 가운데 있다가 동산교회와 합병하게 된다고 하니까 좋아했다.

원주살림교회 이야기

처음 합병하고 나니,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살림교회 교인들 가운데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동산 출신 젊은 집사들 중에 몇 가정이 마음이 상해 나갔다. 김 목사는 화합하는데 5년은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결국 살림교회가 개척 맴버 가운데 몇명이 영강교회로 복귀하면서 해결되었다.

김정현 목사는 합병하기 전에 합병할 교회의 10개년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우선 빚부터 청산하자는 계획을 가졌다. 교회가 빚을 지고 있으니까, 교회가 성장하지 못하고, 교인들은 패배감을 갖게 되더라는 것이다. 교인들이 어려운 살림에 노력은 하는데, 항상 경제적으로 쪼들린 탓에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목사는 합병해도 마찬가지다. 우선 2년 내에 모든 빚을 청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교인들에게 선언하고 엄청난 긴축재정을 했다고 한다. 계획대로 2년 만에 다 갚을 수 있었다. 김 목사는 다음 목표는 장기적으로 교회당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 교회당은 대지 68평에 35평짜리 건물로 겨우 본당만 확보했을 뿐이고, 교회 사무실이나 식당, 교회주차장 등 부대시설은 전혀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김 목사는 마침 교회 앞의 공터 130평이 1억에 매물로 나온 것을 보고, 그 대지를 구입하자고 결정했다. 교인들에게는 1년만 허리띠를 졸라 매자고 다시 요구했고, 또 1년을 하다보니까 한 3천만원정도 저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으로 계약하고, 7천만원 대출을 받아서 구입하고, 작년까지 다 갚았다고 한다. 올해 목표는 식당과 사무실을 새로 꾸미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살림교회는 한 달에 선교비 40만원 정도를 지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해외선교사에게 15만원씩을 지원하고, 매달 25만원 정도를 다섯명의 형평이 어려운 초등학생들의 급식비 전액을 지원하는데 사용한다.

  ▲ 교회합병을 한 원주살림교회 전경

원주살림교회의 비전

김 목사는 이렇게 살림교회가 선교비를 지출하면서부터 교인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언제나 남에게 도움을 받던 교회가 선교를 하니까, 교인들도 이제 가난한 교회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살림교회가 있는 지역이 재개발지역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살림교회는 200평 이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러나 땅을 보상받고 이 곳에 새로 교회를 건축할지, 아니면 새로 개발되는 지역으로 나갈지는 아직 생각중이라고 한다. 향후 10년 내에 교회를 개척할 꿈을 갖고 있다고 한다. 두 교회가 합쳐져서 한 교회가 없어졌으니까 한 교회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비전을 틈날 때마다 교인들에게 제시해준다고 했다. 원주살림교회의 꿈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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