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 23차 여성신학정립협의회에서 조헌정 목사(향린교회, KNCC 양성평등위원)가 '여성과 지도력'이란 제목으로 발제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조헌정 목사(향린교회)가 남성 목회자를 대표해 여성 리더십에 관한 발표를 전개, 여성 신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KNCC 양성평등위원이기도 한 조 목사는 27일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한국여신학자협의회(공동대표 김애영, 박성자, 함인숙) 제23차 여성신학정립협의회에 유일한 남성 목회자로 참가해 ‘여성과 지도력’이란 제목의 발제를 했다.
여성의 리더십을 말하기에 앞서 조 목사는 국제사회의 여성 인권 현황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 인권 실태가 열악함을 고발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9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은 134개국 가운데 115위였다. 조 목사는 “종교, 문화적으로 여성의 권리가 오랫동안 제약된 중동과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꼴지에 가깝다”며 “그런데 이 보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이 순위가 해가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했다.
교회 내 성 차별은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조 목사는 그 예로 교회의 중앙 행정 기관과 같은 당회, 노회, 총회 구성원들이 대체로 남성 일색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의 말대로 올해 총회 여성 총대의 경우 예장 통합이 0.87%, 기장이 2.3%, 감리교 4.3%였다. 국제 교회에서 구성원으로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실정임을 말해준다.
조 목사는 복음서에 차지하는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음을 반증한 것. 그는 네 복음서에서 여성에 관한 첫머리 기사들에 주목했다.
마태복음에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다말’ ‘라합’ ‘룻’ ‘우리야의 아내’ 등 여성의 이름이 기록된 것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브라함의 족보가 남성들의 폭력과 야망으로 인한 더러운 역사임을 폭로한 것”이라고 조 목사는 설명했다.
마가복음에선 혈루병 앓은 여인을 주목했다. 조 목사는 “남성들의 ‘착취’와 ‘믿음 없음’ 그리고 여성의 ‘피해’와 ‘믿음 차있음’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복음에선 ‘제사장 사가랴’의 믿음 없음과 ‘마리아’의 순종을 대비했다.
마지막으로 요한복음에는 “가나의 혼인잔치를 건너뛰면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로 넘어간다”며 “사마리아 여인은 니고데모와 달리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동네 사람들에게 전함으로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를 믿게 된다. 이는 예수께서 원하셨던 제자와 사도의 본이 아닌가? 그리고 그를 통해 수백 년 간 원수시 살아온 남북의 화해가 일어났다”고 했다.
조 목사의 발제는 여성 찬사에만 그치지 않았다. 여성의 지도력에 관한 날카로운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남성들은 모였다하면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걸친 공적 영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며 “반면 여성들은 자신 주변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공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단지 성차별의 문화와 역사만의 책임이냐는 반문도 덧붙였다.
조 목사는 “여성 리더십을 이야기함에 있어 중요한 출발점은 여성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를 단지 나의 문제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모두에 관한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을 전환하고 공적 영역에 관한 대화를 보다 의도적으로 하는 데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여성 리더십 회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조 목사는 끝으로 “한국교회가 ‘개독교’란 오욕을 마감하기 위해 이제는 여성들에게 바통을 넘겨줄 때가 왔다”며 “복음서는 부활의 새 아침의 역사는 생명과 사랑의 원초적 담당자인 여성들로부터 시작하였음을 증언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경제·여성 리더십’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신학정립협의회에서는 조헌정 목사 외에도 김성은 교수(서울신대)가 △위험사회의 정치 논리를, 김애영 교수(한신대), 최소영 목사(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가 각각 △정치·교회·여성 리더십에 대한 여성신학적 해석 △교회여성의 사회참여, 되돌아보고 내다보기를 주제로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