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 재건축을 둘러싸고 교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저녁 7시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신광은, 신동식 등 교계 인사 6명이 발표자로 참석한 가운데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 공개포럼이 열렸다. ⓒ이지수 기자 |
총비용 2,100억여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 재건축을 둘러싸고 교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광은, 신동식, 양희송 등 교계 인사 6명은 22일 저녁 7시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공개포럼을 열고 사랑의교회 재건축을 거세게 비난했다. 또한 이날 포럼은 교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어 향후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포럼은 그동안 온라인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재건축 비판이 오프라인에서 본격적으로 규합되는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건축 규모뿐 아니라 건축 결정 과정 및 사랑의교회 조직 전반에 대해 비판을 가함으로써 논쟁거리를 늘리는 포럼이 됐다.
발표자로는 <메가처치 논박>의 저자 신광은 목사, 문화와설교연구원 대표이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생활신앙운동 본부장으로 있는 신동식 목사,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실장, 사랑의교회건축대책지역교회협의회 황영익 사무총장, 전성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 이진오 전도사(부천 예인교회)가 참여했다. 이 중 4명은 현직 목회자이기도 하다.
▲신광은 목사 ⓒ이지수 기자 |
신광은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지향하는 메가처치는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며, 양적으로 비대한 교회가 결코 건강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메가처치이면서 건강한 교회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메가처치는 비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 구조와 조직·질서를 갖게 되며, 이는 그 자체로 일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 ‘힘’은 결국 성도 개개인의 신앙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사랑의교회가 딱 좋은 본보기다. 옥한흠 전 담임목사가 평신도운동과 평신도신학을 주창하며 만인제사장주의를 선포했으나, 교회가 커질수록 평신도는 ‘대중’으로 전락하게 될 뿐이었다. 또한 거대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다 보니 권력이 담임목사에게로 집중되고 성직자 집단을 대체하는 전문가 엘리트 집단이 나타났다. 결국 교회가 평신도와 전문가 집단으로 이원화되고 ‘평신도 운동’은 말뿐인 선전구호로 전락하고만 데 대해, 신 목사는 “이 모든 것이 교회의 크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랑의교회가 메가처치 되기를 포기하고 ‘풀뿌리 에큐메니컬 운동’을 하라고 제안했다. “예컨대, 건축에 힘을 쏟는 대신 인근 사방 수백 미터 내에 있는 교회들과 함께 ‘성장경쟁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과 대화하고 연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동식 목사 ⓒ이지수 기자 |
이어 발표한 신동식 목사는 이번 재건축이 일종의 ‘배반’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옥한흠 전 담임목사가 초대형교회 짓기를 ‘지양’하며 불편하더라도 비교적 좁은 예배당을 감수했던 것은 한국교회에 살아있는 메시지를 던졌으나, 옥한흠 목사 스스로가 그러한 신념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옥한흠 목사의 최근 발언에서 드러난다며, 지난 달 옥 목사가 “작은 교회는 힘이 없어요. 사이즈가 있어야 결집하면 세계를 흔들 수 있어요”라고 말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신 목사는 “사랑의교회를 바라보는 많은 목회자들 가운데 대형교회를 건축한 이들이 많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한흠 목사와 그의 제자훈련을 비판하지 않았던 것은, 사랑의교회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교회론적 가치를 일관성 있게 지켜주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일관성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진오 전도사 ⓒ이지수 기자 |
이번 포럼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기획한 이진오 전도사는 건축의 절차를 문제 삼았다. 그에 따르면 사랑의교회는 당회 차원에서 부지 매입을 5월 23일에 결정하고 이튿날인 24일 주보에 제직회가 열린다는 광고를 실은 뒤, 27일 제직회에서 부지 매입을 승인했다. 또 6월 1일 부지 매입을 계약하고 6월 7일 이 같은 사실을 주보를 통해 공개했으며, 은행 차입 또한 선 차입 - 후 광고 식으로 진행했다.
이상의 절차에서 볼 때 “사랑의교회는 당회의 결정으로 건축을 진행하고 제직회의 승인만으로 건축 결정 및 부지 매입 등 모든 절차를 추진했다”고 이 전도사는 지적했다. 또 부지 매입비 1,174억 원은 사랑의교회 2009년 예산의 2배를 넘고, 총비용으로 제시된 2,100억원도 4배에 달하지만 “이 같은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교회의 주인인 성도들의 의견 수렴 과정은 생략되었다”고 꼬집고, “이는 마치 회사에서 매출의 4배가 넘는 사업을 주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임원 몇 명이 진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부지 매입을 승인한 제직회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랑의교회 정관은 안수집사 이상으로 구성된 제직회 직무에 대해 ‘당회가 위임하는 사업과 금전에 대한 업무나 사업계획 및 예산수지 결산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며…’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제직회가 당회가 ‘위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당회의 결정에 대해 취소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므로 “당회에서 결정하고 제직회에서 의결한 것이 전체 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충족했다고 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제직회는 모든 제직이 모이는 일요일이 아닌 수요일에 개최되었으며, 개최 공고를 불과 3일 전에 하여 논의 안건인 건축 승인 및 부지 매입에 대해 판단할 만한 어떤 정보도 사전에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한마디로 제직회라는 ‘요식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양희송 실장은 사랑의교회 건축이 교회개혁 측면에서 갖는 역기능을 말했으며, 황영익 목사는 지역교회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을 우려했다. 전성민 교수는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가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의 신학적 기초가 이번 건축 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잘 드러났는가를 질문했다.
한편 이번 공개포럼은 주최 및 주관 단체 없이 몇몇 교계 인사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열렸으며, 사회는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이 맡았다. 사랑의교회 측은 이번 포럼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포럼 자료집을 받아보는 것을 통해 반대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