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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주기철 목사 순교기념관과 로마의 카타콤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최근에 필자는 진해시 웅천에 있는 주기철 목사 순교기념관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안내자나 나 자신도 그 유명한 목사님의 순교기념관이라니까 어떤 단독건물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곳을 헤매었으나 찾지 못하여 1900년에 설립된 그의 모교회인 웅천장로교회당에 갔더니 거기 지하실의 컴컴하고 100평 정도의 방이 그의 기념관이었다.

한국의 기독교 설교자들이 히브리서 11장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신앙의 위인들을 인용하여 신앙의 모범으로 삼는 만큼 한국교회 강단에서 역설된 주 목사의 순교기념관으로 보기에는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는 실로 한국교회의 신앙과 경건과 영성의 맥을 이어준 위대한 분이다.

그의 기념관에 전시된 것들은 그의 설교집 <일사각오> 책 몇 권 밖에는 전부 사진들이었고,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과거 기념사진들과 다를 것이 아니었고, 다만 5번째 마지막 검속으로 붙들려 가실 때 그의 머리를 면사포 같은 것으로 가리우고 가시는 사진과 그의 장례식 사진이 좀 다를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평소의 유물이라는 것은 없고 다만 사진으로 보여주는 ‘山亭峴’이라는 붓글씨가 남아 있었다. 힘이 넘치는 필치였다.

사진에도 예술사진이 있어서 어떤 대상물의 미(美)와 가치를 더 밝히고 더 키우려는 의도 때문에 진가(眞假)의 허구성(虛構性)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기념관의 사진들은 평범한 사진이어서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효과가 컸다. 주 목사의 순교와 신앙과 삶을 그대로 알리는 데는 적당한 기념관이라고 생각되어서 반드시 절두산의 순교기념관이나 제암리의 기념관과 같은 것이 아니라도 좋다고 생각되었다.

초대교회 기독교 순교자들과 교인들이 묻힌 로마의 지하묘지 카타콤에 가보면 컴컴하고 좁을뿐더러 석관들은 작고, 조각미도 없는 솜씨로 돌을 파서 새긴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구원사건을 비롯하여, 구약의 요나가 풍랑 가운데서 살아남게 한 하나님의 기적적인 구원사건과 같은 사건들이었다. 이 카타콤은 하나님의 구원과 영생의 소망을 뚜렷이 전달한 소박한 조각(예술)들이었음에 그 가치가 분명하다. 당시 로마는 웅대하고 화려한 신전을 자랑하였고 죽은 황제들이 화려한 신당에 안치되기를 바랐으며 하드리안 황제는 유대나라를 완전 정복하고 지금 기독교의 성묘사원이 건축된 그 자리에 거대한 자기 기념신전을 세웠다. 인간의 권력과 구사력을 자랑하고 과시하던 모든 기념관들은 땅에 묻혔거나 아니면 폐허가 된 자리에 그 잔해가 남아있을 뿐이다.

오늘날 한국교계에서 번영과 성공을 과시할만한 거대하고 화려한 교회당 건물을 짓는 곳이 많다. 막대한 건축비와 최선의 건축술을 가지고 몇 백 년이고 지탱될 수 있는 기념비 격인 교회당을 짓고 있고, 그리고 이미 지어진 그러한 교회당에는 교인 수도 너무 많을 정도이다. 내부에는 콘서트 음악무대를 방불할 만한 각종 악기와 2~3백 명 되는 성가대원 자리도 마련되어 있고, 강단은 벽화와 성화로 장식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예배하는 교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것을 반드시 나쁘다든지 잘못되었다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잡다한 악기의 소란 때문에 멜로디가 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발성법에 맞게 내려다가 찬송의 가사가 들리지 않고, 옛 이스라엘 족장들의 축복 받은 옛 이야기와 유대인 왕국의 옛 이야기는 많이 들으나 예수와 사도들이 전파한 하나님의 나라 이야기는 듣기 드물고, 교회당 안팎은 성시(盛市)를 이루고 있으나 받은 값진 은사의 교환은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리 거대하고 화려한 건축으로 된 교회당이라 할지라도 구원과 영생의 진리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비롯한 어떠한 종교적, 신앙적 상징물 하나도 걸려 있거나 비치되어 있지 않는 곳은 장차 순례자는 물론 관광객도 찾아 볼 가치가 없는 곳이 되고 말 것이고, 희랍과 로마의 옛 신전들처럼 그 폐허와 잔해(殘骸)들을 보러 올지 모른다.

주기철 목사 순교기념관에는 그가 생시에 강조하셨던 유훈과 같은 교훈이 셋이 있다. 개인의 신앙생활에서 십일조를 장려하는 것이고, 한국교회 전체가 장차 세계교회의 주목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한국교회가 민족의 자랑거리가 될 만큼 가장 아름다운 금강산 봉우리에 교회당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시무한 평양산정현교회는 하나님이 인재(人材)의 축복과 재물의 축복을 주셨고, 그리고 많이 주신 사람에게 많고 큰 것을 기대하시는 하나님이라고 역설하였다. 그가 그 교회에 부임하기 2년 반 전에 송창근 목사가 약 2년 반 동안 목회하였는데 그 교회를 신축하기 위하여 송 목사는 장로들과 교인들이 건축헌금하자고 했으나 장로들이 반대하고 나서서, 그 교회 교인들과 별세한 교인들이 유산을 바쳐서 어떤 특정 목적을 위하여 예금해 둔 돈을 교회건축비로 쓰자고 주장하였다. 송 목사는 그 부자 장로들의 고집을 당할 수가 없어서 상심하여 사임하고 부산으로 와서 성빈학사를 세웠고, 주기철 목사는 3개월 후 마산 문창교회로 옮겨가서 부임하였는데 주기철 목사는 그 교회당을 무슨 돈으로 신축했는지 알 수 없다.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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