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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 칼럼]횡령의 공모자가 된 한 슬픈 여성사(1)

아나니아와 삽비라에 대한 새로운 이해(행 5:1-11)

   ▲이병학 교수(한신대, 신약학)

본지는 한신대 이병학 교수(신약학)의 '횡령의 공모자가 된 한 슬픈 여성사' 연구논문을 4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초대교회에서 최초로 불의한 행실로 죽음을 맞이한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를 통해, 시장경제 체제 내 인간관계의 신뢰를 파괴하고 병들게 하는 '횡령'에 관한 문제를 성서신학적으로 풀어낸 글입니다. -편집자주


Ⅰ. 서론적 성찰

횡령은 인간관계의 신뢰를 파괴하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횡령은 자기 자신을 유능하고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횡령은 부패의 상징으로써 시장경제 체제에서 여러 모양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공동체에 속한 공금인 토지매각대금의 일부를 횡령한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행5:1-11)는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횡령은 공금을 다루는 현대인들에게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유혹과 위험이기도 하다. 기독교적 신앙은 이러한 횡령을 근절하고, 물신숭배로 부패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가?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는 2:43-47과 4:32-37에서 묘사된 예루살렘 공동체의 대안적 삶의 실천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이 예루살렘 공동체는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사람들이 물방울처럼 서로 모이고 연대해서 가난한 자들과 억울한 희생자들이 겪고 있는 가부장제적인 사회의 불평등한 조건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투쟁하였다. 이 공동체의 사회경제적 목표는 “너희 가운데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하라”(신15:4)는 신명기 사상과 일치한다. 이 공동체의 남녀 구성원들은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팔아서 공동체의 공금으로 내어놓았다. 그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공동으로 나누는 생활을 하였다(4:32). 그러므로 거룩한 성령이 이 공동체의 남녀 구성원들에게 임재해 있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는 이러한 이상적인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물신숭배에 끊임없이 저항하지 못한다면,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악과 죽음의 세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지배적인 주석가들은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를 일반적으로 온전한 헌금을 바치지 않고 일부를 숨기고서도서 다 바친 것처럼 거짓말을 하면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하나님의 무서운 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실례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지배적인 해석에 의해서 아나니와 삽비라의 이야기는 오늘의 교회의 구성원들을 억압하고 헌금을 위협적으로 강요하는 테러의 본문이 되었다.


나는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를 가부장제적 사회의 희생자들인 약자들과 억눌린 여성들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오늘의 기독교적 교회로 하여금 여성들을 차별하는 교회 내부의 가부장제적 구조를 쇄신하도록 촉구하고, 나아가서 성차별과 횡령이 없는 남녀평등과 경제정의의 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신학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이병학 교수(한신대, 신약학)-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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