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제국>
존 도미니크 크로산 지음, 이종욱 옮김 ㅣ 포이에마 ㅣ 총 384쪽 ㅣ 15,000원
저명한 성서고고학자이자 ‘역사적 예수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존 도미니크 크로산이 예수의 ‘비폭력성’을 통해 고대 로마제국과 현대판 로마제국인 미국의 ‘폭력성’을 고발했다.
미국이 이미 제국을 이뤘을 뿐 아니라 예전부터 제국이었다는 논쟁은 근래 몇 년 동안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이야기가 최근 들어 생긴 이야기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제국주의라는 바이러스는 처음 이민자들이 유럽에서 타고 온 메이플라워호에 실려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왔고, 1860년에는 월트 휘트먼(Whitman)이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제국적 운명을 천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제국의 문제 근저에 정의의 문제가 있고, 정의의 문제 밑바닥에 폭력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미국의 제국화에 앞장서는 미국 기독교인 혹은 기독교도 미국인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고대 로마제국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처형했는데, 어떻게 우리가 새로운 로마제국인 미국에서 그의 충실한 신자가 될 수 있는가? 성경을 먹고 자란 기독교인의 폭력이 새로운 로마제국이 되려는 미국의 오만한 폭력을 지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아가 이를 선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문명이란 본래부터 제국적 폭력성을 지니고 있으며, 제국적이지 않은 문명은 이제껏 지구상에 나타난 적이 없다고 크로산은 단언한다. 제국은 ‘문명의 폭력’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문명의 폭력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인류의 운명인 것일까? 로마제국의 문헌과 비문을 조사하던 저자는 오랜 시간 로마제국을 지탱해온 이데올로기적 힘의 근간으로 종교, 승리, 평화로 압축되는 로마의 제국신학을 도출해낸다. 아우구스투스가 추구한 평화는 ‘승리에 의한 평화’였고 이는 필연적으로 반복적인 폭력의 확대를 불러왔으나, 예수는 이런 로마의 제국신학에 대항하여 종교, 비폭력, 정의, 평화로 대변되는 하나님나라 운동을 전개했다는 것.
저자는 사도 바울처럼 예수의 급진적 비폭력을 수용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요한계시록에서 피비린내 나는 보복적 정의를 묘사한 요한처럼 예수의 비폭력 저항을 거부하고 문명의 정상성에 기대어 보복적 정의를 세우려는 기독교인들이 1세기부터 지금까지 늘 있어왔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것은 ‘극복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문명의 폭력적인 정상성은 피할 수 없는 인류의 운명이 아니며, 우리는 변화된 세상에서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데 협력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제국과 문명의 야만성
로마와 제국 / 제국과 문명 / 정상성과 불가피성
2장 하나님과 권력의 모호성
성경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는가 / 율법: 분배적 정의인가, 보복적 정의인가 / 예언: 혁명인가, 고발인가
성경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는가 / 저항: 폭력 또는 비폭력 / 예수 그리스도, 산 자의 땅
3장 예수와 하나님나라
유대인의 왕, 로마인의 친구 / 헤롯 안티파스의 부침 / 하나님의 아들의 탄생 / 로마인들이 온 날
하나님나라: 임박했는가, 현존하는가 / 하나님나라: 독점인가, 프랜차이즈인가 / 지옥으로부터의 발굴
막간: 하나님의 나라와 사람의 아들 / 군중과 예수의 죽음 / 희생 제사의 의미
4장 바울과 평등의 정의
바울과 로마 / 바울과 누가 / 바울과 평등 / 바울과 성 /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코린토스의 여성들
바울과 부활 / ‘이미’라는 도전 / 사랑으로서의 정의
5장 요한계시록과 폭력의 포르노그래피
잔인한 신에게 보내는 최후의 찬가 / 무관심이 아닌 불신의 시기 / 하늘로의 휴거, 땅으로의 귀환
예수의 2단계 재림 / 마가의 소 묵시록 / 요한의 대 묵시록 / 어린 양과 음녀, 사자와 마녀
나가는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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