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중인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김진한 기자 |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가능성과 추진방안'이란 주제로 강연한 이 전 장관은 "그동안 평화협정 논의를 주도해오고 국제사회로부터 그 주도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아온 한국정부가 정권교체를 계기로 동력을 거의 상실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MB 정부를 향해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6자회담에서 주도력을 회복해 평화협정 문제를 진전시켜야 한다"며 "그것은 국민들의 바람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통일, 외교정책에서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일소하고 전환기적 업적을 내는 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평화협정과 평화체제의 관계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평화협정과 평화체제는 분명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에 따르면, 평화협정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필수적인 단계이며, 핵심 구성 부분이지만 평화체제와 동의어는 아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일반적으로 전쟁을 법적으로 종결하고 전쟁방지와 평화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전쟁상태를 평화 상태로 전환하는 한편, 한반도에서 각 주체간의 상호 적대적 긴장관계를 초래했던 긴장요인들을 해소함으로써 항구적 평화가 실질적으로 실현되는 상태를 뜻한다는 것.
한편, 이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북미관계 개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이 전 장관은 "북미관계 정상화에서는 무엇보다도 양국 간에 기존의 적대관계를 상징했던 제반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부터 그동안 대북 억제력의 한 축을 이뤘던 주한미군의 성격변화 문제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전 장관은 전망했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북한 역시 공공연히 미국을 적대세력으로 표방하고 구축해온 사회적, 군사적 동원 체제를 재편해야 한다"며 "나아가 완전한 국교 정상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개선이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체제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깃점이 될 것이라고 이 전 장관은 전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적극 제기하고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우선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개방을 지향하는 것을 옳다면서도 "학계와는 달리 남북협상을 해야 하는 정부가 굳이 '북한개방'이라는 용어를 대북정책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현명치 못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한국 정부에 가져다 줄 혜택으로 이 전 장관은 "그동안 남북 간 긴장 고조로 툭하면 우리의 삶을 불안하게 하고, 상존하는 분쟁과 전쟁의 위험성 때문에 우리가 국제경제사회에서 치르는 한반도 리스크를 더 이상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러한 상황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군사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이고 중대한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며, 극단적인 이념대결로 국력이 소모되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어 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