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와 목회자들 22인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좌측부터) 김희헌 박사(한신대), 김영철 목사(새민족교회), 김경재 명예교수(한신대),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정상시 목사(안민교회) ⓒ김진한 기자 |
'생명과 평화, 정의'라는 전지구적이며 시대적인 담론으로부터 출발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으로 끝을 맺는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최종본이 22일 발표됐다. 지난 8일 신학자와 목회자 22인이 2차 초안을 놓고 공개토론을 벌인 데 이어, 22일 새벽까지 수정과 검토를 거쳐 같은 날 오전 11시 연지동 기독교회관 7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희헌 박사에 따르면, 전혀 다른 신학·신앙적 스탠스를 가진 목회자들과 신학자들 간 의견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1월 첫 모임을 연 이들은 계속적인 논의를 거쳐 '생명' '평화' '정의'라는 큰 틀 안에서 선언문을 작성해나갔고, 마침내 이날 선언문 최종본을 공개하게 된 것이다.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는 선언문의 의의에 대해 "이번 선언은 교단적 차원에서라기보다는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와 생각있는 평신도들 그리고 기독교 단체에 몸을 담고 있는 활동가들이 참여했다"며 "이들이 오늘 한국교회에 위기의식을 갖고,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스스로 건설하자는 희망으로 선언문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작성 경위에 대해 김영철 목사는 "이 선언서는 보수화된 한국교회가 사회적 역할이나 교회의 역할을 잘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반 자연적 정책에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정직하게 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이어진 기자 질의에서 선언문이 정부의 특정 정책에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함으로써 보편성이 퇴색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경재 교수는 "선언문은 전체 문명사회와 뗄 수 없는 유기적 구조 관계 안에서의 삶의 철학 가치와 문명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등 근본적인 것들을 건드리고 있다"며 "현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와 각을 세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밑바닥 뿌리는 기독교 안에서 보수 진보를 넘어 정말 그리스도인답게 살아보자는 취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진보 보수를 넘어서 함께 참여하는 것을 밑바닥에 깔고, 건전하게 살려고 하는 살림의 생명문화, 생명철학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 의도였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선언문을 번역해 WCC, CCA 등 국제단체에 보낼 계획을 밝혔다. 김 교수는 "여러 국제적인 협회에서 내놓은 아젠다에 비해 오늘 이 선언문이 가장 내용이 충실하고 모든 문제를 성서적·복음적 관점에서 꿰뚫어 본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보수교회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복음주의 진영에서 참여한 방인성 목사의 답변이 이어졌다. 방 목사는 "보수주의권에서도 종교적 양심, 신앙적 양심, 성서적 가르침 같은 것을 표시할 시기가 왔다"며 "그런 움직임이 보수적 교회에서도 있어왔는데 그러던 차에 이 같은 선언을 발표한다길래 참여하게 됐다"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어 "복음주의권 시민단체 및 목회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들이 이번 선언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해도 관심과 호응을 보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철 목사의 추가 답변도 있었다. 김 목사는 "이번 선언문을 통해 보수와 진보의 패러다임을 넘어서고자 한다"며 "에큐메니컬, 에반젤리컬을 벗어나 생명과 평화라는 큰 시대적 과제로 개신교의 새로운 방향이 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언문 작성에 참여한 이들은 강원돈 교수(한신대), 권진관 교수(성공회대),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 김경호목사(들꽃향린교회), 김규복 목사(빈들교회),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김영철 목사(새민족교회), 김용복 박사(아시아태평양대학원대), 김은규 교수(성공회대),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김희헌 박사(한국민중신학회), 류장현 교수(한신대), 박명철 교수(연세대),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서광선 박사(이화여대명예교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