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교수(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발제하고 있다. 오른쪽 세번째가 문병호 교수, 오른쪽 네번째가 박성원 교수다.ⓒ베리타스 |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의 2013년 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가 부산총회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 성향의 학술단체 미래목회자포럼(대표 김인환 목사)이 WCC를 평가하고 소통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26일 연지동 기독교연합회관 17층 대강당에서 개최된 제 12차 정기포럼에서는 에큐메니칼운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복음주의 진영에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와 문병호 교수(총신대)가 발제했고, 에큐메니컬 진영에서는 박성원 교수(영남신대)가 발제했다.
포럼의 취지가 한국교회의 양대 산맥인 에큐메니컬과 에반젤리컬의 소통을 위해 마련했다고 하나 이날 포럼은 시종일관 양측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듯 보였다. 첫번째 발제자 박명수 교수는 그간 있어 왔던 종교다원주의니 용공이니 하는 WCC에 대한 오해들을 열거했고, 문병호 교수는 WCC의 교회 일치 운동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 연합 운동에 불과하다고 폄훼했다. 이에 박성원 교수는 WCC의 입장을 하나씩 들며 대응하는 식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먼저 박명수 교수가 복음주의의 입장에서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최근 한국교회가 2013년 부산총회를 놓고 WCC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면서 한국 복음주의 교회들의 응답은 크게 ▲WCC 총회를 반대하는 것 ▲WCC 총회를 회원 교단의 모임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는 것 ▲WCC총회에 참여해 대화를 하는 것 등 3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WCC와 복음주의자들의 진정한 대화가 필요
박 교수는 한국 복음주의 교회가 WCC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복음주의가 WCC에 대해 갖는 의구심이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WCC가 갖고 있는 의구심으로 ▲WCC가 공산주의를 포용하는 것은 분명하고, 더 나가 자본주의에 대해 냉혹하며, 공산주의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 ▲WCC는 맑시즘의 영향을 받아서 가난한 자를 위한 혁명을 지지하는 급진세력이라는 것 ▲WCC는 타종교와 평화의 대화를 강조한 나머지 종교다원주의에 흐르고 있다는 것 ▲WCC의 신학과 활동은 결국 복음전도의 열기를 식게 만들어 기독교의 쇠퇴를 가져왔다는 것 등을 들었다.
박 교수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WCC와 복음주의자들이 진정으로 대화를 해야 하며 이 같은 대화가 WCC에 대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교수에 따르면 “WCC가 현재 2013년 부산총회에 회원 교단만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 교단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WCC가 용공이며, 혼합주의고, 과격한 혁명사상이라고 믿고 갈라섰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한 자리에 앉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진정으로 하나 되기 원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현재 에큐메니컬 학자들은 복음주의자들이 WCC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복음주의자들의 비판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WCC가 한국복음주의 교회의 총회 참여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WCC가 한국교회의 흐름과는 달리 진보주의 노선에 있었으며 이제 복음주의적인 방향으로 가려 하니 한국 복음주의 교회가 여기에 힘을 보태 달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WCC 함께 모이기만 할 뿐 한 교회를 이루고자 하지 않는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문병호 교수(총신대신대원 조직신학)는 WCC의 가시적(Visible) 교회일치론을 비판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WCC는 함께 모이고자 하며 하나 되고자 하나 한 교회를 이루고자 하지는 않는다. 제 3의 무엇이 아니라 단지 함께 모일 뿐이라는 것일 뿐이다”면서 WCC의 본질이 교회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문 교수는 WCC는 가시적 교제(Visible fellowship)자체로 의의를 찾고자 했던 초기의 입장을 선회해 완전한 가시적 교회(full visible church)를 더욱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정체성 수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표현했다.
문 교수는 이어 WCC가 교회의 본질을 부정하는 교회 일치론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지체되는 성도들의 연합에 교회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본질상 비가시적이어야 하는데 WCC는 교회의 본질을 호도하고 교리를 넘어서는 가지적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편향된 협의회적 교제(conciliar fellowship)를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WCC 총회 예루살렘 공의회의 전통을 잇는 자리
마지막으로 박성원 교수(WCC 중앙위원, 영남신대 교수)가 WCC의 입장을 대변하며 WCC 세계대회의 개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WCC는 세계의 흩어진 모든 교회의 일치를 도모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대표적 기구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의 교회를 세우신 이후 상당한 분열의 아픔을 겪었다. 예루살렘 회의는 바로 이런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모인 최초의 에큐메니칼 공의회였다”면서 “2013년 부산총회가 예루살렘에서 열린 첫 에큐메니칼회의 전통을 21세기한국에서 개최하게 되는 것이다”면서 WCC 총회의 교회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박 교수는 WCC에 대한 오해에 관해 하나씩 설명했다.
▲WCC 신앙고백이 의심스럽다
"이는 WCC의 기본 입장을 모르는 견해다. WCC 헌장 1조에는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해 공동의 소명을 함게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Koinonia)이다”고 밝히고 있다. WCC는 성경, 예수그리스도,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위에 굳게 선 세계교회 연합체다. WCC가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곧 “저희가 다 하나가 되어...세상으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17:21)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를 성취하기 위한 세계교회의 공동 노력이다."
▲WCC는 선교에는 관심이 없다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위 헌장에서 볼 수 있듯이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한다는 것이 곧 선교라는 사실도 명시되어 있지만 1910년 에딘버러에서 선교와 일치를 위해 전 세계교회가함께 모인 세계선교대회가 바로 에큐메니칼 운동의 직접적 배경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도 WCC 안에서 ‘선교와 전도 일치국’의 활동이 아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WCC는 용공이다.
"시대착오적 말이다. WCC는 ‘교회의 연합체’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이념도 지향한적이 없다. 자본주의도 지지한 적 없고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지지한 적이 없다. WCC는 그 헌장에서 밝히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공동의 신앙고백 위에 서 있다. 중요한 것은 WCC는 냉전시대 때 공산체제 속에 있는 교회도 회원교회로 받아들였고 함께 교제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어떤 정치체제 속에 있든지 간에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교회이기 때문이었다. 더욱 중요한 일은 공산체제 아래 있던 교회들의 보존을 위해 WCC가 노력했고 그 노력으로 공산권이 무너졌을 때 교회가 다시 부흥할 수 있었다."
▲WCC는 사회선교에만 관심이 있다
"WCC를 전체적으로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WCC가 사회선교를 열심히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WCC에는 선교와 전도, 기독교교육 이외에 거대한 양대 산맥이 있다. 하나는 '신앙과 직제'흐름으로서 신앙과 일치를 강조하는 면이고 다른 하나는 '삶과 일'의 흐름으로서 복음의 사회적 증언을 강조하는 측면이다. 한국에는 WCC가 7,80년대의 사회상황과 관련해 인권과 민주화 등에 많은 지원을 했기 때문에 WCC의 사회 선교적 측면만 부각돼 WCC는 사회선교에만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이 두 흐름이 팽팽하게 공종하고 있다."
▲WCC는 신자유주의 신학이다.
"솔직히 말하면 WCC의 신학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왜나하면 WCC는 회원교회들이 다양한 신학이 서로 대화하고 조정하고 공통의 신학적 견해를 찾아가는 문자 그대로 '협의체'다. 그러므로 엄격히 말한다면 WCC 고유의 신학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WCC안에는 여러 신학노선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자유주의 신학도 존재하고 엄청나게 보수주의적 신학도 존재한다. WCC의 신학이 자유주의 신학 일변도로 비춰진 것은 우리나라에는 WCC가 주로 인권이나 민주화 등 사회적 증언 쪽으로만 알려져서 그렇게 비춰진 면이 있다."
▲WCC는 다원주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WCC는 종교간의 교리를 섞은 적이 한 번도 없다. WCC의 궁극적 목적이 분열된 교회가 구조적 일치를 이루어 세상에 하나의 교회를 표방하는 가시적 일치인데 현재로는 이 것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WCC 밖에 있는 로마 카톨릭교회다 그렇지만 WCC 안에 있는 양대교회, 즉 정교회와 개신교회도 결코 서로의 교리를 섞을 수 없다는 입장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조적 일치는 전혀 거론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물며 종교간의 교리를 섞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러나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은 분명히 한다.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 있을 때 천도교, 불교, 기독교가 민족의 독립을 위해 함께 독립선언했듯이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류의 화해를 위한 세계적 과제 때문에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종교간의 협력과 다원주의는 다르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한국이 기독교 선교 역사상 선교 받는 나라에서 선교하는 교회로 전환한 유일한 국가지만 문제는 한국교회의 이런 모습은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라며 “WCC 총회는 이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계기가 되고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이제 세계교회를 지도하는 지도적 위치에 서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재정적으로 강한 교회라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영성과 신학 모든 면에서 지도적 위치에 처하게 될 것이다”고 말하며 WCC 총회의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