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육의 개혁자로 통하는 은준관 실천신대 총장이 3일 한국기독교교육학회(회장 김도일) 춘계학술대회에서 기독교교육학자들을 향해 뼈 있는 충고를 던졌다. 그는 교회 교육이 종말론적 지평을 상실하여 더 이상 성도들을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이 기독교교육학계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 해법으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새로운 교회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을 제시하고, 이를 ‘신학대와 교회의 조인트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3일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은준관 실천신대 총장(왼쪽에서 두번째) |
“교회 교육의 위기…나부터 참회한다”
기독교 교육에 수십 년을 몸담아온 은 총장은 “나부터 참회한다”고 운을 뗐다. 2가지를 참회한다고 밝혔다. 첫째, 기독교 교육은 ‘(교육) 현장’을 전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학문적 이데올로기로만 기독교 교육에 접근하는 방법론의 오류를 범하여 ‘현장’ 자체를 난도질 했다고 밝혔다. 둘째, 이 때문에 ‘교회 공동체 교육’이 부재하게 된 현실이다. 여기서 교회 공동체 교육은 단순히 ‘주일 학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린이부터 성인 모두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운다’는 교회 교육의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 전반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한국교회에는 “단 한 번도 온전한 ‘교회 교육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그는 밝혔다. 머리에만 교리를 주입시켰지, 하나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 맛보게 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니 아무리 예배와 성경공부를 열어도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크리스천 학부모들은 자녀가 참된 신앙인이 되기를 바라기보다 ‘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를’ 기도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은준관 총장은 “여기에 크게는 교회의 위기가, 좁게는 교회 교육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은? 신학대와 교회의 ‘조인트 프로젝트’
은 총장이 제시한 해법은 신학대와 교회의 ‘조인트 프로젝트’다. 신학자, 특히 기독교교육학자들이 ‘종말론적 지평’을 가진 교회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교회는 그것을 도입하여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장, 기감 같은 큰 교단에서 각 10 교회씩 총 40 교회만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실험과 피드백을 반복한다면, 교회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고, 이것이 한국교회 전체를 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작업 단계는 1단계, ▲교회를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로 재정의 하는 신학적 작업이다. “교회를 ‘지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고 증거하는 종말론적 공동체’라고 신학적으로 진술하는 과정 자체가 교회 교육의 사건화”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목회자의 신학적 회심은 교회 교육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발화점이 되고, 신자들은 교인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신앙적 회심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2단계, ▲신자들을 교육의 객체로 프레임화 해왔던 데서 벗어나,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신자 하나하나를 “하나님과 역사 앞에 서 있는 주체,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재구성하는 교육학적 작업이다.
3단계, ▲교회의 갖가지 기능-예배(Leitourgia), 설교(Kerygma), 가르침(Didache), 교제(Koinonia), 섬김(Diakonia)-을 ‘하나님(의 임재)과 하나님 백성 사이의 만남을 매개하는 ‘종말론적 통로’로 전환하는 것이다. 설교와 교제가 분리된 가르침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으로서 일관되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단계는 ▲교회에서 목회자가 ‘예배, ‘교제, ‘섬김’ 등을 채널로 활용하여 교육을 시도하는 단계다. 목회자가 주도하는 4단계에 비해 5단계는 ▲‘팀 사역’을 시도한다. 또 구체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가지고 교육하며, 신자들을 사역자로 훈련, 파송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여기서 각 교단의 신학대학원이 커리큘럼을 짜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은 총장은 밝혔다.
기독교교육학자들 “종말론적 교회 교육 필요 동감”
은준관 총장은 이날 발표 <’종말론적 통로’로서의 교회교육 – 패러다임 시프트의 한 논의>를 학술대회의 주제발표로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기독교교육학자들은 “교회가 종말론적인 신앙으로 변화되는 게 급선무다”(박상진 교수), “예수님은 당시의 제도를 깨뜨린 개혁자였다. 기독교교육이 초대교회 공동체처럼 변화돼야 한다”(임희숙 교수)며 공감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