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6)

박해의 시작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3. 박해의 시작

그리스도인들이 받는 박해와 고난은 바울의 말처럼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길이었다. 유대 나라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받기 시작한 박해와 고난은 유대인들의 미움과 질투와 더불어 로마 총독들의 횡포 때문이었다. 유대전쟁을 유발시킨 총독 플로루스가 유대인들을 학살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을 십자가 달아 많이 죽였다.

그리스도인들은 네로 황제가 박해하기 전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 유대 나라 밖에 널리 흩어져 살고 있던 유대인들이 그리스도교의 위세에 질투심을 품고 지방에서 이따금 일어나는 소요 사건을 그리스도들이 낸 것이라고 로마 관헌에 허위로 신고하는 일이 많았다. 일반 이방인들은 그리스도교인들이 유일신 하나님만 믿고 다른 신은 거짓 신으로 생각하여 마을에서 관습적으로 벌이는 종교 행사와 축제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리스도교인들을 미워하고 소외했다.

그리스도인들의 예배와 세례와 성찬의식들은 다른 종교의 의식처럼 공개되지 않고 비밀리에 거행되었으므로 이방인들이 교회를 의심하기도 했고 로마 관헌들은 그리스도교를 미신 종교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가정의 부부 사이에서 아내가 교인인 경우 불신자 남편은 자기 부인이 비밀 집회처럼 보이는 교회에 나가 밤이나 혹은 새벽에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심을 하게 되었고, 아내가 교회의 절기에 따라 금식할 때 남편은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아내의 교회 생활을 괴롭혔다.

네로 황제가 64년에 로마시에서 난 화재(火災)의 책임을 그리스도인에게 돌린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꾸민 일이었을 것이다. 네로는 다년간의 폭정과 잔인한 행동으로 인하여 유력한 계층의 지지를 상실하고 가장 천박한 한 계급의 지지를 받고 있었는데 이 계층의 지지만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화재의 책임을 돌리고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기로 작심한 것이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Tacitus)는 네로가 그리스도인 박해에 대한 특별법령을 발표하지 않고 모든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라고 명령한 것이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는 관례를 시작시켰다고 말하였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미등록 종교단체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불법 종교가 되었고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제국 시민으로서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단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관청이 언제든지 체포해서 심문하거나 고문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또한 유대인들의 질투로 말미암은 허위 신고와 폭도들의 변덕과 관리들의 횡포와 황제들의 생각에 따라 박해는 언제든지 생기게 되었다. 타키투스는 기록하길,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을 인류의 적으로 생각할 만큼이었다고 한다. 또한 네로는 밤의 궁궐 넓은 정원에 그리스도인들을 십자가에 달아매고 그들의 몸에 기름을 쳐 불살라 그 불빛이 연회장을 밝히도록 했는데, 이때 그리스도인들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로마인들이 양심의 가책을 받을 정도라고 기록하였다.

바울과 베드로가 이때 순교하였다. 두 사도가 모두 로마에서 전도하다 순교하였다는 이유로 로마 교회가 모든 교회의 수위(首位)가 된다고 생각하여 후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수위성을 자랑하게 되었는데 중세에 와서 교회가 동서로 분열되면서 그것이 논쟁거리가 되었다.

네로 황제의 사후 10년이 채 안되어서 두 폭군 티투스와 도미티안이 황제가 되었는데 이들은 사도 요한이 무서운 두 마리 짐승으로 묘사한 형제 황제들이었다. 티투스는 유대전쟁 때 유대전쟁을 주도했다가 패배하고 자기에게 항복한 후 로마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요세푸스를 로마로 데리고 와서 자기 정부에 등용하였다. 그리고 불과 3년 반만 통치하다가 죽었으므로 그리스도인에 대한 계획적인 박해를 시도한 기록은 없지만 국가종교와 황제 숭배에 반대한 그리스도인들을 무신론자로 치부하고 관용하지 않았다.

도미티안은 그리스도인들을 잔인하게 박해한 황제였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제국의 각계각층에 들어가서 신실하게 복음을 전했는데 신자가 된 사람들 중에는 황제의 가족과 친척들, 고관들, 귀족들도 많았다. 바울이 쓴 빌립보서 말미의 인사말에도 황제의 권속이 언급되어 있다. 도미티안은 사촌형제 클레멘트의 지위를 박탈하고 그의 두 아들과 함께 사형시켰고, 클레멘트의 아내이자 자기의 조카인 도미틸라를 먼 곳에 유배시켰다. 그리고 자기 직속의 고관 글라브리오를 사형에 처하였다. 이들이 다 무신론자라고 그가 정죄했지만 실은 다 그리스도인이었다.

도미티안 치하에서 사도 요한과 로마의 감독 클레멘트가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네로의 박해는 광범위한 것이었지만 도미티안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악의와 질투 또는 악취미로서 개별적으로 여기저기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해쳤다.

도미티안 이후 황제 트라잔(Trajan)은 국가의 안전을 해칠 어떠한 사회 조짐이나 단체도 경계하는 사람이었다. 이때까지도 로마제국은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법령을 가지고 있지 않아 황제마다 그 정책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스도교는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불법 종교였지만 취급 법령이 없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트라잔 황제 때 논의되었다.

소아시아의 비시디아와 본도 지방은 옛날 바울과 베드로가 전도하였던 곳으로 이 지방의 지사 플리니(Pliny)가 110년경 한 지역에 갔을 때 그 지역 전체에 퍼져있던 한 새 종교 때문에 생긴 문제를 가지고 온 사람들과 만났다. 그들은 이 새 종교 때문에 자신들의 신전에 참배자가 줄고 제물과 기타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리스도인들을 붙들고 왔다. 플리니 지사는 이러한 사건을 다루어본 일이 별로 없었고 이 사건에 대한 조사도 없었고 이 사건을 다룰 법령도 없었다. 물론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백하는 사람이 트라잔 황제 신전에 분향하는지 않는지를 시험해보지 않고도 처벌할 수 있기는 했지만 증거 없이 함부로 처벌할 수는 없었다. 당시 붙들려온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과거에는 그리스도인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플리니 지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그리스도인들이 일정한 날 새벽에 해뜨기 전에 모여서 그리스도를 하나님인양 찬양하고 어떤 신비한 의식을 치르며 죄짓지 말 것과 도적질과 간음하지 말 것과 약속을 어기거나 서약한 것을 저버리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날이 새면 공동식사를 하였다.”

플리니는 그리스도인들이 일종의 클럽을 조직하여 로마제국의 법에 위배되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하여 트라잔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어 처벌할 방법을 물었다. 트라잔은 답장에서 졸속으로 다루거나 심하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공공연하게 죄상이 드러나 고발된 경우는 처벌하되 도적들과 그리스도인들을 구별해야 할 것이며 그리스도인들이 공공연하게 범죄자로 규명되기까지는 색출하지 말 것이며 무명으로 고발하는 고발장은 휴지통에 버리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고발 당한 그리스도인이라도 로마 신전에 분향하면 용서해주고 만일 분향을 거절하면 처벌하라고 명하였다. 트라잔은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는 조직적인 새 방법을 시도한 것이 아니고 대중의 미움이나 개인의 감정으로 그리스도인들이 해를 받지 않게 보호해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후 하드리안(Hadrian) 황제는 트라잔의 정책을 답습하여 그리스도인들을 보다 낫게 보호할 수 있었다. 그도 그리스도인에 대한 무명의 고발장은 인정하지 않고, 만일 그리스도인이 잘못이 없는데 처벌하는 관리는 벌을 받게 하였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이 인정하지 않는 종교라는 인식은 가지고 있었으나 공정한 법치를 중시했다. 트라잔과 하드리안 황제의 그리스도교에 대한 정책이 당분간 시행되어 3세기 초까지 교회는 대체로 평화를 누리며 크게 확장해갔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사소한 박해는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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