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4.19 혁명 50주년 기념사

그리스도를 인간 생활의 전 부문에 증언하기 위하여 질곡의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향해 기도의 행진을 이어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한국현대사의 영원한 이정표가 된 4.19혁명 50주년을 맞아 그날의 정신을 계승하고 위기에 처한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1. 4.19 혁명은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향한 민중의 염원이며 역사의 이정표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4.19 혁명은 독재와 공권력의 횡포에 대한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칙을 되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으킨 민중의 민주적 저항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1919년 3.1 독립운동과 1929년 6.10 만세 사건, 그리고 1929년 광주학생운동의 빛나는 전통을 이은 애국애족 운동이었으며, 민족의 분단 모순을 극복하고 민족의 통일을 향한 통일 운동이었습니다. 또한 민주 정치를 외면하고 민중의 뜻을 거스르는 독재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진리를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우리의 선배들은 개인의 행복과 평안을 넘어 공공의 선을 위해 기꺼이 거룩한 희생을 선택했습니다. 4.19 혁명은 군사 쿠테타에 의하여 미완의 혁명으로 그쳤지만 그 고귀한 가치는 결코 사라질 수 없으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견지하는 한 지속적으로 되새겨야 할 역사의 이정표입니다.

2. 4.19 혁명 정신은 오늘도 이어져야 합니다.

4.19 영령들을 비롯한 수많은 양심적 국민들의 희생과 피땀으로 이룩된 한국 민주주의는 4.19 혁명 50주년을 맞는 오늘 새로운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국정운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는 현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70%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조차 무시한 채 강행하고 법률로 정해진 세종시 문제를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의 공의를 세워야 할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며 사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함으로써 삼권분립의 원칙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나아가 공정한 여론과 국민의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확산하여야 할 언론은 공공성을 상실한 채 정부 정책의 선전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천안함 사건의 비극에서 조차 정부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함으로써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신뢰의 기초를 무너트리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50년 전 순결한 희생의 뜻을 되새기며 한국 민주주의의 부활을 위해 국정 담당자들과 온 국민의 맹성을 아프게 촉구합니다.

또한 올해는 6.15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는 남과 북의 하나 됨을 통해 분단의 모순을 극복하려 했던 4.19 정신이 다시 살아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북의 협력관계는 무너지고 군사위기는 고조되어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염려하는 상황으로 돌변하였습니다. 우리는 남북대결을 조장함으로써 분단을 정권 연장에 이용하려 했던 이승만 정권의 말로를 분명히 보아야 합니다. 4.19 혁명 50주년을 맞는 우리는 어서 속히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화해와 통일의 새 길을 찾아 나서라는 준엄한 명령 앞에 서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3. 한국교회는 예언자적 신앙을 회복해야 합니다.

4.19 혁명은 한국교회에 내리는 하나님의 엄중한 심판이었습니다. 한국교회는 50년대 냉전과 독재의 악순환 속에서 수구 냉전적 기독교라는 미망에 사로잡혀 하나님 대신 특정 이념을 섬기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 결과 순결한 젊은이들 200명 이상을 죽음에 몰아넣은 독재정권의 책임자가 기독교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지지하는 부끄러운 역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지만 한국교회는 여전히 똑같은 이유로 예언자적 역할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일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보이는 반민주적, 반통일적, 친권력적 행태는 훗날 엄중한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4.19 혁명 50주년을 맞아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민족통일의 노력을 폄하하며 하나님 대신 이념을 우상화한 죄를 진솔하게 참회해야 합니다. 또한 교권에 취해 교회를 사유화하며 배타적이고 정복적인 선교행태를 추구한 점에 대해서도 깊이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를 병들게 하는 온갖 형태의 비민주적 교권주의와 물량주의 등 반 신앙적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순결한 그리스도의 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진실로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망가뜨리는 시장만능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오만한 권력을 향해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증언하는 예언자적 교회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성서는 50년을 희년이라고 증언합니다. 희년은 자유와 해방의 신앙공동체인 하나님 백성이 역사 속에서 지은 모든 죄를 털어내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거룩한 해입니다. 4.19혁명 50주년, 우리는 개인을 넘어 민주주의를 뜨겁게 사랑했던 그 순결한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남과 북 함께 손잡자는 그 간절한 평화의 가슴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떤 총칼로도 막지 못했던 자유와 정의와 진실을 향한 순결함을 우리의 영혼에 되새기고 새 역사를 향한 순례를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 이 민족을 긍휼히 여기소서 !


2010년 4월 16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 배태진
교회와사회위원장 전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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