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13)

박해의 재발과 교부들의 변증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3. 박해의 재발과 교부들의 변증

트라잔 황제에 이어서 하드리안 황제가 무기명으로 그리스도인을 고발하는 것을 금하여 그리스도인을 보호하였지만 그리스도교는 여전히 정부에 등록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황제들이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다. 그리하여 마커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황제가 AD 166년에 그리스도교 박해를 시작하였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로마제국의 황제들 중 유일한 학자 출신으로서 스토익 철학자였는데 그의 장인 안토니우스 피우스 황제가 그를 황제로 만들었다. 그가 쓴 명상록(Meditation)은 서양 고전의 하나로서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오늘날까지 읽히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성 어거스틴의 참회록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자기중심적인 독백인데 한 위인의 그림자가 책의 전 지면에 드러난다. 즉 황제의 권속과 많은 유산, 좋은 환경, 로마의 철학교육과 덕행 등을 자랑스럽게 서술하며 사회책임의 완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선량하고 고상한 사상을 가졌으면서도 잔인한 박해로 많은 생명을 죽이고 행정에도 실패한 황제라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다.

스토익 철학은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를 가지고 노예를 선대하며 한 생명이라도 귀중히 여기라고 가르쳤는데 어떻게 그가 그리스도인들을 혹독하게 고문하여 죽이는 것을 보고만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실 그는 그리스도교를 잘 알고 있지 않았고 그의 가정교사 프론토가 말해준 그리스도인에 대한 편견을 듣고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는 제국 안에 그리스도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 우려를 표하였다. 그의 군대의 한 부대에는 그리스도인이 120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제국의 종교가 그리스도교의 무신론(제국의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모두 무신론자로 여겨졌다)과 미신 때문에 쇠퇴하는 것을 우려하였다. 또 북방 야만족의 국경 침입이 잦아서 국방에 어려움을 겪고 로마 군대가 전지에서 돌아오면서 전염시킨 역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탓을 그리스도인에게 돌렸다.

철학자로 알려진 그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하자 로마인들이 그리스도인을 더 미워하게 되었고 지방 관헌들이 그리스도인을 체포하여 비인도적으로 고문하였다. 그의 박해로 소아시아의 본도와 프리지아 지역의 그리스도인이 모조리 학살될 지경에 이르렀고, 박해는 서쪽으로 확대되어 더욱 많은 순교자를 만들었다.

교회역사가 유세비우스는 소아시아에서 온 편지를 읽고 이때의 박해 상황을 기록하였다. 순교자들이 혈관이 터져 나오도록 채찍에 맞고 신체의 내부에 있는 내장까지 드러나 보이게 되자 주위 사람들이 놀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고 조개 껍질 위에 또는 땅에 세워놓은 창대의 끝머리 위에 굴려 고통을 받게 하고 야수에게 던져 먹히게 하였다고 한다. 유세비우스는 전율 없이 그 편지를 읽을 수 없었다고 썼다.

AD 177년에는 프랑스의 리옹(Lyon)과 비엔(Vienne) 지역에서 심한 박해가 일어났다. 당시 그리스도인 사이에 오고 간 편지에는, 핍박을 당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참을성과 용기가 혹시 끊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고난에 동참한 형제들이 많았다고 나와 있다. 무지한 증오심으로 인하여 그리스도인을 미워한 폭도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흥지나 시장과 거리로 그리스도인들을 붙들고 가 심문을 하고 소동을 피웠다. 그러다 관원이 와서 다시 심문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을 포기하는 사람은 용서해주고 포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목을 베어 죽이거나 짐승에게 던져버렸다.

이때 영웅적으로 죽어간 순교자들이 많은데, 불란디나라는 노예 신분의 소녀와 상투스라는 집사와 폰티쿠스라는 15세 소년과 90세의 폰티누스 감독과 이밖에 이름도 모르는 신도들이 수없이 많았다. 짐승에게 던졌을 때 짐승들도 그들을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물려 죽은 시체는 묻어주지 않고 개에게 던져버리게 병사들이 지켰다고 한다.

순교자 유스티누스

아우렐리우스의 박해 아래서 순교한 철학적 신학자 유스티누스(Justinus Martyr)는 그리스도교가 희랍철학에 못지 않은 철학이매 미신이 아니라고 변증하였다. 그는 처음에는 스토익 철학을 공부하고 플라토의 철학에 심취하였으나, 어떤 기회에 성경을 읽고 연구하다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갖게 되었다. 당시 철학자들은 모든 종교를 미신으로 간주하고 그리스도교도 미신이라고 배척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스티누스는 제1변증이라는 책자를 써서 그리스도교를 변증하였다. 철학자들이 희랍철학이 우주 최고의 철학이고 로고스(logos)라고 이름 붙인 절대적 진리가 사람을 구원한다고 말하지만, 그 진리는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진리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가 총체적이고 완전한 진리, 로고스라고 가르쳤다. 철학자들의 로고스 사상을 빌려 예수를 소개한 것이다.

유스티누스는 희랍과 로마의 재래의 모든 신과 종교보다 그리스도교가 우수하다고 변증하였다. 로마의 황제들이 죽어서 불멸한 생명을 얻었다는 것은 다 거짓된 말이고, 예수가 승천하신 후 세상의 모든 악신이 멸망하였기 때문에 재래 종교와 신을 믿는 데서 생기는 미신과 불의와 비인도적 행위는 폐기되어야 하며, 유대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달아 죽인 죄로 망국백성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플라토를 비롯한 희랍철학자들이나 시인들이 말하는 영혼 불멸과 천상세계에 관한 것은 다 구약의 예언자들의 교훈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며 구약성서가 희랍철학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말하였다. 그리고 이교들은 그리스도교를 모방하여 근사하게 보이는 것일 뿐이며 그리스도교의 예배가 참된 신이신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예배라고 말하였다.

유스티누스는 이 변증서를 아우렐리우스의 장인 안토니우스 피우스 황제에게 보낸다면서 이 변증서 결론에서 말하기를, 아무런 악행을 하지 않는 우리 그리스도인을 원수처럼 대하여 사형선고 내리지 말라, 진실되고 이치에 맞는 우리의 변증을 존중하지 않고 계속해서 불의를 행하면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교도나 철학자들 중에는 유스티누스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도 철학자 크레센스가 그를 몹시 미워하여 사지로 몰고 갈 목적으로 그의 주장을 기만적으로 곡해하여 고발하였다. 그리하여 유스티누스는 166년경 로마에서 순교하였다.

타티아누스

타티아누스(Tatianus Assyrus)는 시리아의 에뎃사 교회의 학자로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AD 155년경에 로마에서 유스티누스를 만나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다. 그도 희랍철학을 많이 공부한 사람인데 유스티누스보다 훨씬 강력하게 희랍철학을 비판하였기 때문에 그를 희랍철학에 대한 가장 심한 악담자로 간주한다.

타티아누스는 「헬라인에게」(Pros Hellenas)라는 책에서 주장하기를, 희랍철학과 문학은 웃음거리이며 불합리한 것인데 철학자들은 교만하고 자부심이 강하여 자기들의 철학을 뽐내는 수단으로 괴상한 용모로 장발과 수염까지 기르고 손톱은 야수의 발톱처럼 길게 길러 가지고 있다고 험담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지혜를 가진 양 자랑하지만 그 지혜는 갈래갈래 찢어져서 서로 싸움을 하고 부분적 진리를 절대시하거나 완전시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총체적이고 완전한 진리를 외면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리스도교의 진리는 빈부나 지식의 유무의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진리가 되나, 희랍 종교는 다신숭배와 미신이며 우스꽝스럽고 비도덕적이어서 사람들을 비도덕적으로 만들고, 운명사상을 가르치지만 운명은 악마의 장난이거나 인간 자신이 자기 운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타티아누스는 이 책에서 하나님의 창조와 인간의 타락을 설명하면서 인간이 아담의 죄를 모방함으로써 죄가 후손에게로 넘어간다고 말하였다.

타티아누스는 아직 편집이 완료되지 않았던 4가지 복음서(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서)를 하나의 복음서로 편집한 「디아테사론」(Diatessaron)을 저술하여 당시 시리아 교회에서 사용되게 하였다. 네 복음서를 조화롭게 하려다보니 마태복음서에 있는 예수의 족보가 빠지게 되었는데 그는 예수의 혈육의 족보는 인류의 영혼의 구원을 위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밖에도 네 복음서에 있는 이야기들이 빠진 것이 더러 있다.

타티아누스는 서방 교회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독자적인 신앙을 가지고 엄격한 금욕주의 단체를 만들어서 서방 교회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레니우스

이레니우스(Irenaeus)는 서머나에 살면서 폴리캅의 신앙지도를 받았고 로마에서 유스티누스를 만나서 감화를 받았다. 그는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리옹을 중심한 가울(Gaul) 지역 교회를 박해했을 때 그 박해를 알리기 위하여 편지를 써서 소아시아와 로마 등지의 교회에 전달했다. 그는 리옹에 정주하면서 연로한 감독 폰티우스(Pontius) 아래에서 장로로 시무하였다. 그는 당시의 대표적인 그리스도교 저술가였는데 대표적인 저서는 「이단반박론」(Adversus Hereses)이다.

이레니우스는 마르키온 같은 그리스도교 영지주의자들의 이단설을 반격하고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나님은 구약의 창조신이신 여호와 하나님이며 그가 지으신 물질세계는 악하지 않으며, 이 하나님의 아들이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감추어있던 비밀이 계시되었고, 그의 십자가 죽음이 육체적이었으며 후에 부활하여 구세주가 된 것을 역설하였다.

이때 복음서들과 서신들이 정식 성경으로 채택되어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레니우스는 마르키온이 영지주의 사상에 맞지 않는 복음서와 서신들을 배제하거나 부분적 삭제를 시도한 것은 불가하다고 말하고 그 책들에는 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통이 되는 교훈이 있다고 하였다. 이레니우스는 이 신앙의 전통은 사도들이 감독들과 장로들에게 전승시켜서 그것을 교회가 부관하여 후대로 전하도록 된 것이라 말하면서 교회가 이 진리의 전통의 보고(寶庫)라고 하였다. 이렇게 주장함으로써 교회가 가르치는 진리의 유일성이 강조되어가고 그 진리는 교회 감독이 책임지고 보존하여 가르치는 것으로 되어갔다. 그는 교회가 구원의 유일한 문이며 교회가 불원간 제정할 성경책에는 전승된 진리가 가감 없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레니우스는 전통과 교회와 성경과 그리고 감독의 직책이 일체가 되는 신학사상을 정립하였다.

이레니우스는 이 책에서 세상 종말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그는 종말적인 구원은 만물이 본래의 창조의 모습대로 회복되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사람도 타락 이전의 사람으로 회복되는 것이 구원이라고 하였다. 그도 말년에 순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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