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14)

평화기와 교회성장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제3장 평화기와 교회성장

1. 평화상태

마커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죽은 후 2, 3년 동안 박해가 여러 지방에서 일어나서 북아프리카의 칼타고에서도 남녀 7명이 재판을 받고 순교하였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를 이은 황제 코모두스(Commodus, 재위 180~192)는 그의 첩인 마르키아(Marcia)가 그리스도인이어서 그녀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교에 대하여 호의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황제들처럼 철저한 행정가가 아니어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대책도 완만하였다. 마르키아는 로마 교회의 감독 빅터(Victor)로부터 광산에 끌려간 그리스도인들의 명단을 받아 그들을 풀어주게 하였다. 이후 40년 동안 그리스도교에 최초로 긴 평화가 찾아왔다. 그 까닭은 이 기간에 재위한 12명의 황제들의 태생이 로마인이 아니어서 로마제국의 이상과 종교와 전통에 대한 충성심이 덜하였기 때문인데, 그들 중에는 시리아인과 아랍인과 고드(Goth)인이 각각 1명 있었고 12명 모두가 군인 출신이었다.

아무튼 이때 그리스도교는 로마제국 전역에서 기운차게 성장하여 어떠한 박해를 받아도 쇠퇴하거나 소멸될 수 없는 종교가 되었다. 이 시기의 칼타고 감독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는 말하기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당신들의 모든 것 즉 도시들과 섬들과 성읍들과 시장들과 집회장소들, 원로원, 공회당을 채웠다’고 하였다. 박해를 심하게 받았던 프리지아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시위원이 되었고 각지 각층에 그리스도인 고관들이 많았다.

그리스도교의 이와 같은 성장은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무서운 박해를 받고도 신앙을 견지하여 굴복하지 않고 어떠한 가혹한 고문도 견디며 죽어가는 것을 본 사람들이 그리스도교에 대한 인식을 바꿔갔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리스도교가 박해로 소멸되지 않는 종교인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로마의 재래종교들은 많이 쇠약해서 겨우 전통적인 문화행사로 연명하고 있었으나 그리스도인들은 어디서나 처신한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전도자의 사명을 다하였고, 순결하고 정직하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동안 그리스도인은 이성관계가 불온하다든지 비밀결사를 만들어 사회를 혼란케 한다든지 사람의 살을 먹는 식인종이라든지 하는 모든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학식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황제와 지식층의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하여 합리적으로 변호하였고, 교회 지도자인 장로와 감독들이 다 유식하여서 교회를 잘 다스리다가 박해에 대항하여 순교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 평화기에도 황제들 중에는 그리스도교를 미워하고 경계한 사람이 있었지만 공공연히 박해를 일삼지는 않았다. 셉티무스 세베루스(Septimus Severus, 재위 193~211) 황제는 아프리카 출신의 군인이었는데 그의 아들의 유모가 그리스도인이어서 황제의 동정을 얻어 개교회들이 장의(葬儀)와 구제사업단체로 자천하여 무사히 유지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그리스도교의 확대를 원치 않아 그리스도인이 전도해서 개종자를 얻는 것을 금하였다. 그리하여 알렉산드리아와 칼타고 두 곳의 교회가 큰 타격을 받았다.

알렉산더 세베루스(Alexander Severus, 재위 222~235) 황제는 당시에 일어나고 있던 종교혼합운동을 따라, 여러 신들을 한 곳에 모아 숭배한 만신전(萬神殿)에 예수 그리스도를 신으로 모시는 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이 만신전이 약 150년 후 밀라노의 감독 암브로즈의 투쟁으로 철거될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가 그곳에 잡신들 중의 한 신으로 안치되어 있었다. 세베루스를 이은 막시미누스(Maximinus, 재위 235~238) 황제는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을 사형시키지는 않고 다른 방법으로 박해했다. 로마의 감독 힙폴리투스(Hyppolitus)와 폰티아누스(Pontianus)를 각각 유형에 처했고 알렉산드리아의 장로 오리게네스(Origenes)와 그 밖의 사람들이 투옥되었다.

필리푸스(Philippus, 재위 244~249) 황제는 아랍 출신이었는데 몰래 그리스도교를 믿었다고 한다. 그가 안디옥교회의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기 위하여 갔다가 세례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초대교회의 기강은 엄격하였다.

2. 알렉산드리아 학파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대왕이 이집트를 정복하고 세운 훌륭한 도서관이 있는 문화도시였다. 이 도시에는 유대인들이 많이 살면서 헬라적 유대교 학파를 만들었고 구약성서 70인역을 편찬해냈고 헬라인들이 호감을 갖도록 구약성경을 해석하였다. 이곳의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이방인들을 개종시키기 위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지식을 가르치는 신조교육학교(Catechetical School)를 세웠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의 기본적인 신조나 교리를 가르쳤지만 그 지방의 철학사상과 학문을 배운 그리스도교인 학자들이 가르쳤으므로 낮은 수준의 교육이 아니었고, 성서교육 외에 철학과 수사학 같은 일반 인문과목도 가르쳤다.

이 신학교의 초대교장 판태누스(Pantaenus)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기 전에는 스토익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인도로 선교를 갔다가 돌아와서 이 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제2대 교장 클레멘트(Clement)는 약 10년 동안 판태누스로부터 배웠다. 황제 셉티무스가 그리스도교 전도를 금하였을 때 그는 학교를 떠나 다른 곳으로 피신해 갔다. 그는 존경 받는 한 교부가 되었다.

그는 희랍철학이 유대교만큼 그리스도교의 출현을 준비하여주었다고 평하고 희랍철학 사상을 저술에 많이 반영시켰다. 그는 ‘희랍인에게 보내는 편지’(Address to the Greeks)에서 희랍철학이 유대교만큼 그리스도교를 준비하여주었다고 말하면서도 사도바울처럼 이 세상의 지혜는 하나님에게는 어리석은 것이라는 철학기피사상에 동의하였다. 그는 하나님이 희랍철학과 구약과 신약 등 모든 선한 것의 근원이라고 말하고 희랍철학이 모세와 구약의 예언자들로부터 배운 것이 많으며, 학문이 없는 사람도 그리스도교 신자가 될 수 있지만 학문이 없으면 그 진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는 영지주의를 비평하면서도 이성으로가 아닌 신앙으로 얻는 신비한 지식을 얻는 사람은 하나님을 모방하여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선행을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교사(敎師, Tutor)라는 책에서 말씀(Logos)의 성육신에 대해여 논하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의 육신을 입고 나타났다는 말은 그가 완전한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성서에는 이성을 가지고 어려운 말을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다면서 문자적 의미만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이나 사건의 배후에 있는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해석방법을 우의적 방법(allegorism)이라고 말하였다.

알렉산드리아 신학교의 3대 학장은 클레멘트의 제자 오리게네스였는데 클레멘트의 명성을 능가한 신학자였다. 그는 학식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금욕생활을 몸에 익혀 마룻바닥에서 잠자기도 했고, 예수의 말씀을 실천한다며 스스로 고자가 되기도 했다. 그는 과부가 된 모친을 모신 장자여서 집에 있던 세속학문의 책을 팔아 생활해나갔다.

오리게네스는 신학교에서 가르치면서 감독이 된 제자들이 초청하는 곳에 가 영지주의와 그 밖의 이단사상을 비판하는 순회강연을 많이 하여서 명성이 널리 퍼졌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의 교회에 속한 신학교의 교장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서 순회강연 하는 것은 감독의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감독의 미움을 샀다. 고자가 된 것도 당시 교회에서는 파격적인 것이어서 환영받는 일이 못되었다. 그가 팔레스틴과 그리스 지방으로 순회강연 하던 중 그의 제자였던 감독 두 사람이 그를 장로로 안수하였다. 이것은 그가 자기 교구 밖의 남의 교구에서 받은 안수라서 알렉산드리아 교회 감독의 노여움을 샀다. 그리하여 그는 알렉산드리아를 떠나 팔레스틴의 가이사랴에 본부를 두고 가르쳤고 로마에까지 가서 강연하였다. 그러다가 데키우스(Decius) 황제의 박해 때 투옥되어 심한 고문을 받고 풀려나왔으나 몸에 입은 상처의 고통을 가진채 254년에 죽었다.

오리게네스는 많은 책을 썼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최초의 조직신학 책으로 간주되는 제일원리(The First Principle)라는 책에서 창조론부터 종말론까지를 체계 있게 서술하였다. 그리고 육중역본
(六重譯本, Hexapla)을 저작하였는데 이 책은 히브리어 구약본문을 위시한 구약의 여섯 번역본을 위에서 아래로 나란히 달아서 서로 비교해보는 책이다. 그는 히브리어 지식이 월등하였고 많은 성서주석 책을 썼다. 그는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방법과 문자 배후의 신비한 의미를 찾는 우의적 해석방법을 추천하였다. 그가 저술한 책은 수천 권에 이른다고 하지만 남아있는 것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오리게네스가 당대 로마제국의 대학자 켈수스(Celsus)가 그리스도교를 비판한 데 대한 답변으로 쓴 켈수스 반박(Contra Celsus)라는 큰 책이 있다. 에베소에는 켈수스 기념 도서관의 폐허가 있다. 오리게네스는 켈수스가 그리스도교를 비판한 내용을 일일이 들어가며 해명하였다.

오리게네스의 신학사상이 후대의 신학사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의 우의적 성서해석은 너무 주관적이고 신학적 사색이 지나쳐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아무튼 알렉산드리아 신학자들의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신학사상이 북아프리카의 콥틱정교회(Coptic Orthodox Church)의 신학적 경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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