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자궁에 착상되지 않은 배아(胚芽)는 ‘인간의 기본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한 헌법 재판소의 판결에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가 1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배아의 인간기본권 부인 판결을 반대합니다’는 이 성명서에서 주교회의는 "우리는 착상 이전의 배아나, 원시선이 생기기 전의 배아가 인간생명이 아니라는 헌재의 판결은 매우 주관적이며, ‘모든 인간생명은 배아였음’을 상기할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교회의는 "배아, 태아, 신생아, 영아 등은 성인(成人)이 되어가는 하나의 과정들"이라며 "그 과정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전혀 존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인간 생명의 모든 과정이 각 단계 마다 완전한 존재이며 완전한 인간이란 얘기다.
"배아는 하나님이 정한 순리대로 수정란으로부터 성장한 것이며, 시기적으로 초기단계이므로 아직 미숙하고 형체가 불분명한 것일 뿐"이라고 한 주교회의는 "단순히 미숙하고 형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인간 생명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참으로 가공할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임신을 목적으로 배아를 만든 남모 씨 부부 등이 배아의 연구목적 이용을 허용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생명윤리법)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수정 후 14일 지나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 수정란 상태의 배아는 기본권 주체가 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각하를 결정했었다.
이에 주교회의는 원시선 형성이 인간생명과 존엄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도 분명히 했다. 주교회의는 "원시선 모양도 뇌와 척수로 분화되는 원시신경관의 윤곽으로서 원래부터 수정란 속에 들어있는 유전정보가 형상화된 것 뿐이며 본질적인 변화는 전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인간의 존엄성은 수정란으로 생명이 시작될 때에 이미 인간생명 자체에 주어지는 것"이라며 "인간으로 태어날 배아는 그 시작부터 인간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또 "의학적 진보가 인간 존재의 파괴와 연관되거나 인간 존엄에 위배되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또는 인간의 온전한 선에 반대되는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나아가 쓸모없는 것이라고 가르친다"며 "생명과학 기술은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천주교 주교회의는 "인간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한 ‘인격’으로서 지닌 생명의 절대적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참으로 생명을,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